
우리금융지주는 주말을 반납하며 임종룡닫기


호르무즈 해협, 세계 원유 유통 핵심지…봉쇄시 유가급등 불가피
미국은 지난 21일(현지시각) 스텔스 폭격과 잠수함 순항미사일 공격을 단행해 이란의 주요 핵 시설 3곳을 파괴했다고 밝혔다. 1979년 이란 혁명으로 반미 정권이 들어선 이후 미국이 이란 본토를 직접 공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페르시아만을 대양으로 이어주는 유일한 해로로, 중동에서 대양으로 나갈 수 있어 이 해협을 통해 하루에도 2천만 배럴에 달하는 석유가 오가고 있다. 전 세계 석유 해상 운송량과 비교해서는 전체 운송량의 약 4분의 1이 이 해협을 관통해 운반되고 있다. 액화천연가스(LNG)의 경우 전 세계 해상 운송량의 5분의 1이 이 해협을 지난다.
특히 코트라(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는 최근 보고서에서 한국으로 오는 중동산 원유의 99%가 이 해협을 통과한다고 분석했다.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가 우리나라 산업 전반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의미다. 이 경우 운임 및 물류비용 상승 여파로 배럴당 유가가 단기간에 100~120달러 이상으로 치솟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경우 가뜩이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 무역수지 적자폭이 더 커질 수밖에 없어진다.
대표적으로 이달 초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습하자, 코스피는 당일 장 초반 상승세 이후 내리막길을 걸어 2894.62로 마감했고 코스닥도 약 3% 하락한 전력이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중동을 중심으로 한 긴장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진짜 위기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인한 산업 전반의 타격”이라며, “특히 오늘(23일) 이란 외무부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긴급 회동까지 하면서 국제 정세가 긴박하게 돌아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주말 반납한 임종룡, 계열사 사장단과 발빠른 긴급회의
우리금융지주는 미국의 이란 공습 소식이 전해진 22일, 일요일임에도 임종룡 회장, 정진완닫기

임종룡 회장은 이 자리에서 “과거 경험으로 볼 때 원/달러 환율 상승, 주가지수 하락 등 국내 금융 및 외환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며, “시장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차분하게 담당업무에 전념해줄 것”을 당부했다.
임종룡 회장은 “기업RM 등을 통해 거래기업의 상황을 파악하고, 일시적 자금애로 겪는 수출·내수기업 긴급 지원 등 실물경제 자금공급 기능에 충실해달라”고 주문하는 한편, “은행 등 全 계열사가 추가점검회의를 개최해 확고한 위기대응체계를 갖추고, 국내외 투자자들이 안심할 수 있도록 시장과 적극적인 소통을 위한 IR을 실시해달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우리은행 역시 23일 정진완 은행장 주재로 추가 긴급 임원회의를 개최해 상황을 공유하고 모니터링 강화 등의 대응방안을 수립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금융은 지난 4월에도 금융지주 중 가장 빠른 속도로 미국 상호관세 부과에 대응해 지주와 은행의 전략·재무·기업·리스크 등이 참여하는 ‘상호관세 피해 지원TF’를 발족한 것에 이어, 임종룡 회장이 직접 회의를 주재할 정도로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 주목을 끌었던 바 있다.

5대 금융, 모니터링 강화 및 실물경제 지원 시나리오 수립
KB금융그룹은 글로벌을 포함한 전반적인 금융시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자본시장 손익 또한 일별로 점검하고 있다. 특히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경우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지주 전 임원과 계열사 주요 임원이 참여하는 비상 대응 체계를 상시 운영 중이기도 하다.
아울러 KB금융 관계자는 “시장 불확실성이 커질 경우, 주요 리스크 요인을 사전에 식별하고 자산 포트폴리오 조정 등 선제적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내부 의사결정 체계를 고도화하고 있다”고 설명하며, “글로벌 주요 사건에 대한 시나리오별 대응 방안도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KB금융그룹은 4월 미국의 상호관세 부여조치가 거론된 이후인 4일 지주 임원 긴급회의를 통해 시장·환율 대응체계 가동을 골자로 한 대응방안을 마련했다.
신한금융그룹은 정기회의를 거쳐 “국제 정세 변화 및 이에 따른 환율, 유가 변동성이 우려되는 상황으로, 외환 및 자금 시장 등 유동성 리스크를 점검하고 대응 체계를 가동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를 토대로 그룹 및 자회사별 리서치 조직의 거시경제 분석에 기반한 정교한 경기 진단 및 그에 맞는 지원체계를 구축하고, 향후 실물경제 회복을 위한 다양한 지원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다.
하나금융그룹도 유동성 위기 상황에 대비하고 금융의 원활한 자금 공급 역할을 유지하기 위해 조달금리 상황 등을 실시간 모니터링 중이다. 하나은행은 지난 4월, 미국 상호관세 부여에 대비해 중기·소상공인을 위한 6조3000억 원 규모의 금융지원에 나선 것에 이어 이번에도 총 11.3조원 규모의 긴급 금융지원을 예고했다.
이호성 하나은행장은 지난 22일 중동 분쟁 격화에 따라 금융시장 제반사항을 점검키 위해 주말 오후 긴급 점검 회의를 개최하여 환율, 유가, 금리 변동으로 인한 예상 시나리오를 점검하고, 모니터링 강화 및 신속한 시장 대응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또한 23일 오전 긴급 임원 회의를 열고, 급격한 금융ㆍ외환시장 변동에 따라 어려움이 예상되는 수출입기업과 소상공인은 물론 중동지역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의 경영 안정화를 위한 긴급 유동성 지원방안을 마련해 적극 실시키로 했다.
NH농협금융 역시 23일 주간회의를 통해 중동 지역 긴장 고조에 따른 금융시장 변동성을 점검하고, 환율과 금리 등 주요 지표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한편, 리스크 대응체계도 지속 유지할 예정이다.
장호성 한국금융신문 기자 hs677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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