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드뱅크’란 부실 채권이나 자산을 사들여 처리하는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구조조정 기관을 가리킨다. 주로 금융기관이 부실 위기에 처했을 때 부실 자산을 정리하여 정상 영업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李대통령 ‘주빌리은행장’까지 자처…기부금으로 운영
이재명 대통령이 성남시장 시절 출범시켰던 ‘주빌리은행’은 시민단체와 지방자치단체 등이 주축이 돼 설립된 배드뱅크다. 당시 이재명 대통령은 직접 ‘주빌리 은행장’을 맡으며 이를 의욕적으로 추진했다.주빌리은행은 금융사에 있는 개인 장기연체 채권을 원금의 3~5% 가격에 사들인 뒤 이를 소각하는 방식으로 운영됐다. 매입비용은 거의 대부분이 시민단체 및 지자체들의 기부금으로 운영됐고, 상담이나 각종 운영 제반비용 전반도 기부금으로 굴러갔다. 이는 롤링주빌리로 이름이 바뀐 지금도 동일하게 적용되고 있다.
롤링주빌리는 이 같은 ‘빚 탕감 프로젝트’를 통해 2021년까지 약 5만1500여명의 사람들에게 약 8116억원의 빚을 매입, 소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실채권 매입 금액은 4억9500만원 규모에 이르렀다.
‘소각이 목적’ 손실처리 채권도 헐값 매입
주빌리은행을 비롯해 공적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 목표인 배드뱅크들은 부실자산의 소각이 목적이기 때문에 이미 손실 처리된 채권도 헐값에 매입하는 것이 가능했다.당시 주빌리은행이 매입한 채권은 대부분 소멸시효 완성 전의 장기 연체채권으로, 회수 가능성이 극히 낮은 상태였다. 따라서 일반적인 시장에서는 0.1%~1% 수준으로 헐값에 거래되는 경우도 많아, 주빌리은행도 극히 낮은 가격으로 매입할 수 있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특히 시민단체와 성남시가 함께 참여하면서 행정적, 재정적 비용이 낮았고, 채권 매입 자금도 일부는 시민 기부로 충당됐다. 무엇보다 공공기관 주도의 신뢰성과 법률 지원 덕분에 금융사나 채권 매입 협상 시 신뢰를 바탕으로 상대적으로 우호적인 조건이 형성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주빌리은행은 비영리법인이었기 때문에, 공공기관이나 은행도 이용하기 어려운 제도 밖 채무자들을 위한 최후의 금융 안전망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부채율 높아지는 캠코, 부담 줄여줄 재원은 결국 은행?
한국자산관리공사(이하 캠코)는 우리나라에서 공적인 배드뱅크 역할을 수행하는 대표적인 기관 중 하나다. IMF 외환위기 직후와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19 등 경제 위기 국면에서 부실채권을 대규모로 매입하며 시스템 리스크를 줄이는 데 기여해왔다.캠코의 재원은 대부분 법정자본금 7조원에 기획재정부 등 정부의 납입자본금, 여기에 필요시 금융기관과의 협력과 출연 등을 더해 관련 사업을 수행한다. 대표적으로 지난 5월에는 iM뱅크·광주은행·부산은행·전북은행 등과 함께 2172억 규모의 펀드를 조성해 지방은행이 보유한 부실채권의 정리 및 지역금융 안정화에 나서기로 했다.
그러나 캠코 역시 지난해까지 이어진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최근 3년 사이 부채비율이 빠르게 치솟고 있다. 2022년 145.13% 수준이던 캠코의 부채비율은 2023년 181.73%, 지난해에는 213.73%까지 상승했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위는 지난 2023년 8월 만기 연장 및 상환유예를 결정한 코로나 대출이 76조 2000억 원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중 소비자가 갚은 금액을 제외하고 올해 9월 다시 만기가 도래하는 금액은 총 50조 원 규모로 알려졌다. 캠코를 비롯한 공적 배드뱅크만으로는 이 같은 채무를 모두 흡수하기 어렵다는 예상이 나오는 이유다.
아직까지 배드뱅크 설립과 관련해 구체적인 안이 이 대통령이나 정부로부터 나오지는 않았지만, 대규모 부실채권을 인수하기 위해서는 주빌리은행 시절보다도 훨씬 더 많은 재원 마련이 불가피하다는 게 대다수 은행 관계자들의 생각이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최근 대통령의 예대금리차 언급도 그렇고, 배드뱅크가 설립되면 시중은행들에게 상생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는 분위기는 이미 감지하고 있다”며, “펀드 내지는 기금 조성에 참여한다던가 하는 간접적 방향으로 은행들의 참여를 독려하지 않을까 하는 예상을 하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장호성 한국금융신문 기자 hs677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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