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에너지가 제3자 배정에 참여하면서 한화오션 주주에서 한화에어로 주주로 변경된다. 한화에너지는 지배구조 지위가 승격되는 격이다. ‘無 할인’을 강조하며 한화에너지가 희생하는 격이란 발언이 오히려 신뢰를 떨어뜨린다는 지적이다.
한화에너지는 김동관닫기



한화에너지 등이 보유한 한화오션 지분을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인수 결정을 했을 당시에도 승계 관련 얘기는 나왔다. 정확히는 H솔루션(한화에너지 전신) 시절부터 ‘승계’ 관련 키워드가 줄곧 등장했다.
실제, IB업계에선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유증 규모가 과도한 수준이란 얘기도 돌았다. 우선 한화오션이 이미 한화그룹 연결 자회사로 포함된 가운데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추가 지분 확보가 시급 했는가에 따른 의문이다.
종합 방산업을 고려시 한화오션에 대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지배력이 더욱 높아져야 한다. 또 BBB급에 불과한 한화오션 신용 등급을 고려하면 우량급(AA급 이상)에 속하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관계도 더욱 긴밀해져야 한다.
하지만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한화오션 지분 매입과 역대급 유증 모두 당장 두 기업의 신용도에 큰 변화를 줄 수 있는 요인은 아니다. 미래를 대비한 선제적 자금조달이라 할 수 있지만 많은 사안들이 맞물리면서 승계 의혹을 더욱 부추겼다.
돌아온 1.3조…미흡한 승계 의혹 차단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유증 규모 축소분(1조3000억원)을 제3자 배정 방식으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그 대상은 한화오션 지분을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매각한 한화에너지 등 계열사 3사다.
한화에너지 등으로 흘러간 1조3000억원이 다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 돌아온 것이다. 한화에너지 등은 보유했던 한화오션 지분을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내어주고 신 주를 받는 격이다. ‘한화에너지→한화오션’으로 이어진 소유구조가 ‘한화에너지→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오션’으로 바뀌면서 한화에너지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새주주로 등극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한화오션의 지분을 매입하지 않았다면 1조3000억원에 달하는 증액 분에 대한 조달이 불필요해졌다는 의미다. 역대급 유증에 ‘한화에너지 곳간 채우기’가 포함돼 있었다는 지적도 피할 수 없다. 이는 유증 규모가 과도하다는 IB업계 시선과도 일맥상통하는 대목이다.
한편, 한화에너지는 한화와 합병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 다시 돌아오는 자금을 고려시 승계 의혹 차단도 가능하다.
하지만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김동관 부회장 삼형제의 또 다른 그룹 지배 강화 시나리오를 스스로 남겼다. 향후 한화가 한화에너지가 보유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지분을 사들이고 한화에너지가 한화 지분을 더 확대하는 것이다. 한화에너지와 한화가 합병을 하지 않아도 한화에 대한 한화에너지의 지배력은 커지게 된다.
’조삼모사’(朝三暮四) 주주가치 논란
유증에 대한 인식은 주주가치 희석 등으로 부정적이다. 하지만 유증의 목적이 성장을 위한 투자에 있다면 나쁘게 볼 필요가 없다. 단순히 자본이 부족해 주주들에게 손을 벌리는 것과 다르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유증은 ‘나쁜 증자’가 아니다.
제3자배정에 대해선 다른 해석이 필요하다. 기업가치는 현재 시점에서 변하지 않기 때문에 유증을 하는 즉시 주당 가치는 하락한다. 일반주주 배정 시 주주들은 할인된 가격에 주식을 매수해 희석 부문을 상쇄한다.
제3자배정은 일반주주 부담을 줄이지만 증자규모 만큼 가치 희석 만큼은 피할 수 없다. 또한 희석된 가치의 상쇄 기회를 제한하기 때문에 양면성도 지닌다.
하지만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제3자 배정으로 일반주주 부담을 줄이고 해당 증자에는 할인율을 적용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는 기존 3조6000억원 규모 유증과 비교시 일반주주 부담이 완화됐을 뿐이다. 한화오션 지분 매입에 1조3000억원이라는 거대 자금이 이동하지 않았다면 제3자 배정분에 대한 주주가치 희석은 논의의 대상이 되지 않았을 것이다.
결론은 ‘현재’ 주주가치 희석…한화에너지 지배력은 강화
한화그룹 측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한화에너지 보유 한화오션 지분 인수, 유상증자 등에 대한 당위성을 계속 강조하고 있다. 이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 해석에 따라 추진 의도가 달라질 수 있는 셈이다.
결과만을 놓고 보면 일반주주 대상 유증을 제외해도 제3자 배정 탓에 주주가치는 희석됐다. 제3자배정으로 한화에너지는 한화오션 주주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주주로 변경되는 등 지배구조 지위가 높아졌다.
대주주 희생과 주주가치 희석이 동시에 발생한 사례가 아니라는 뜻이다. ‘돌아온 1조3000억원’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입장에서 곳간 규모는 변함이 없지만 주주와 한화그룹 3세 경영자 간 균형은 일부 기울어진 것이다.
다만, 유증에 대한 결과는 미래가 판단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승계 의혹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크게 두 가지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우선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주주가치 제고가 선행돼야 한다. 또 향후 한화에너지와 한화가 합병하거나 한화가 한화에너지가 보유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지분을 매입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한 자산운용사 운용역은 “한화에너지는 한화오션에 전략적투자자(SI)가 아닌 재무적투자자(FI)로 지분확보에 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한화에너지가 자금을 회수하는 방법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해당 지분을 매입하거나 외부에 매각해야 하는데 한화그룹의 지주사 체제 전환을 고려하면 매입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그는 “신주발행 시 주당가치는 희석되는 반면, 한화에너지는 한화오션 주주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주주로 변경된다”며 “주주가치 희석 논의는 제외하더라도 3세 경영자가 희생한다는 점은 온전히 동의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성규 한국금융신문 기자 lsk0603@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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