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20일 3조60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발표했다.
조달한 자금 중 1조2000억원은 시설자금, 2조4000억원은 타법인 증권 취득에 쓸 계획이다. 세부적으로는 해외 방산 거점 구축(1조6000억원), 해양방산·조선업체 지분 투자(8000억원), 스마트팩토리와 방산사업장(9000억원), 무인기 엔진개발 시설(3000억원) 등이 각각 투입된다.
현재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신용등급은 ‘AA-, 안정적’으로 우량등급(AA0 이상) 제일 하단에 위치해 있다. 수익성 부문에서는 등급상향 요건을 충족하고 있지만 순차입금 및 부채비율 등은 상당폭 개선이 필요하다.
단기차입 급증…연 이자만 2000억원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2022년부터 부채비율이 급증하기 시작했다. 그룹 차원 사업구조 개편을 위한 인수합병(M&A)과 신사업 진출로 투자 규모가 증가한 탓이다. 이 과정에서 실적은 개선됐으나 자본적지출(CAPEX)과 운전자금이 늘면서 작년에는 현금흐름 마저 악화됐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이자비용은 2023년 1496억원, 2024년에는 2425억원이다. 단순 평균 연간 2000억원에 달하는 이자를 지불하고 있는 셈이다. 이전부터 추가 M&A 등 투자와 CAPEX 지출은 예고됐다. 차입금이 더 크게 늘어난다면 각종 현금흐름이 더 악화될 수 있다.
순이익이 늘면서 자본도 확대되고 있지만 선수금과 차입금 증가 규모가 이를 압도하고 있다는 의미다. 수주산업 특성상 이러한 흐름을 단숨에 바꾸기도 어렵다. 특히 앞서 언급한 높은 단기차입금은 대외 상황 급변 시 재무건전성에 치명타를 가할 수 있다.
투자자들의 배신감…근본 원인은 ‘승계’
앞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한화에너지와 한화에너지싱가포르, 한화임팩트파트너스가 보유한 한화오션 지분 7.3%를 1조3000억원에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한화에너지는 김승연닫기




한화에너지는 이전부터 그룹 지주사 역할을 맡고 있는 한화 지분을 지속 확보해 22.16%를 갖고 있다. 김승연 회장(22.65%)에 이어 2대주주에 올라 있으며 한화에너지는 이번에 확보한 자금 역시 한화 지분 확보에 사용될 것으로 관측된다.
사실 이 자체로는 ‘승계’나 ‘합병’라는 단어를 꺼내기엔 억지가 있다. 현재 한화그룹 지배구조 개편 시나리오 중 가장 유력한 사안은 한화와 한화에너지 합병이다. 이 과정에서 걸림돌이 있었으니 바로 한화오션이었다.
공정거래법상 지주사는 상장 자회사 지분 30% 이상을 확보해야 한다. 한화는 한화오션 지분 23.1%만 보유하고 있으며 이번 거래로 30%를 넘기게 됐다. 단순히 합병과 공정거래법상 문제라면 합병 후 지분을 취득해도 된다. 다만 이 순서는 3세 경영자들의 지배력을 다소 약화시킨다.
투자 완화 기대 ‘반전’…불신 커지는 주주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그룹 핵심 계열사인 만큼 상당히 공격적으로 사세를 확장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으나 이 과정에서 급격히 늘어난 차입금 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기 시작했다.
신용도를 위협할 수준은 아니었으나 자금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은 업계 중론이었다. 추가 투자 정도는 예상했지만 그 기조는 이전대비 완화될 것이란 전망이 주를 이뤘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대규모 유증을 결정하자 IB업계에서도 놀란 분위기다. 다소 시간이 걸릴 수 있지만 실적 개선을 기반으로 차입만기 확대 등으로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선제적 투자를 통해 입지를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방산업은 합병 승인 과정에서도 상당 기일이 소요된다. 한화오션도 이미 한화그룹 내 속해 있는 이상 지분 인수를 서두를 이유가 없다.
이뿐만 아니라 이번 유증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신용등급 상승에 즉각 기여하는 것도 아니다. 재무완충력은 확보되겠지만 실질적인 신용등급은 사용처와 그 이후 기여도 등을 고려해 결정된다.
투자은행(IB) 관계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차입금이 크게 늘면서 투자 기조 완화, 운전자본 관리 등이 예상됐다”며 “증자를 할 수는 있지만 왜 한화오션 지분을 지금 인수해야 하는지, 이 때문에 증가 규모가 더 커진 것은 아닌지에 대해 해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차입구조, 신용등급 등을 고려할 때 증자가 기업 입장에서 증자가 현명한 선택이지만 한화오션 지분 인수가 겹치면서 의구심이 커지고 있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이성규 한국금융신문 기자 lsk0603@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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