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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3.19(수)

[DCM] 채권 강자 'NH · KB증권', 수요예측 '바닥' 찍다 [2월 회사채 발행 분석(III)]

기사입력 : 2025-03-1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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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권시장 상위 대형사 ‘실적 편중' 지속... NH증권, 주관 · 인수 1위
◇ 캡티브 영업 논란, 금리 왜곡 심화… 금융당국 실태 점검나서

[한국금융신문 두경우 전문위원] 2월 회사채 시장은 역대급 발행 규모 속에서 대형 증권사들의 실적 집중 현상이 더욱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사 간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가운데, 시장 왜곡을 초래하는 '캡티브 영업' 문제가 다시금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한국금융신문이 상장일 기준 2월 한 달 간의 금융감독원 공시 자료를 정밀 분석한 바에 따르면 NH투자증권, KB증권, 한국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 등 4대 증권사의 주관 · 인수 실적 점유율은 과반을 넘어 많게는 70%에 육박했다. 이번 조사는 일반 회사채와 자본성증권(후순위채, 신종자본증권)을 대상으로 했으며, 은행채, 여신전문금융채, 자산유동화증권(ABS) 및 수요예측을 거치지 않은 거래는 제외했다.

NH, 대표주관 1위... KB 제치고 정상 탈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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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프 & 표 작성=한국금융신문 / 자료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이미지 확대보기
그래프 & 표 작성=한국금융신문 / 자료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
대표주관 실적 부문에서는 NH투자증권이 3조 4459억 원(점유율 21.9%)으로 KB증권(3조 612억 원)을 제치고 건수와 금액 모두 1위를 기록했다. 한국투자증권(1조 9575억 원)과 신한투자증권(1조 9457억 원)이 각각 3위와 4위를 차지했다. 작년 12월부터 2개월 연속 4위권 내 진입했던 SK증권은 1조 원 이상의 실적(1조 3115억 원)에도 불구하고 5위로 밀려났다.

상위 3개사의 실적 합계는 전체의 53.8%(8조 4646억 원)에 달했으며, 상위 5개사의 합계도 74.5%(11조 7218억 원)를 차지하는 등 대형사 편중 현상이 여전히 지속됐다.

수요예측 '흥행'과 '부진' 교차... NH도 일부 딜에서 고전

표 작성=한국금융신문 / 자료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이미지 확대보기
표 작성=한국금융신문 / 자료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수요예측 경쟁률 5배 이상을 기록한 실적에서도 NH투자증권이 단연 두각을 나타냈다. NH투자증권의 5배 이상 실적은 총 27건(1조 5560억 원)으로, 세부적으로는▲10배 이상이 7건(3505억원), ▲5~10배 미만이 20건(1조 2055억 원)이었다. 이어 신한투자증권이 16건(1조 4507억 원), ▲한국투자증권은 25건(1조 1626억원)으로 2위와 3위를 차지했다. KB증권은 4위(18건, 1조 1404억 원)에 그쳤다.

반면 주요 증권사들이 대표주관을 맡은 딜의 수요예측 부진도 두드러졌다. KB증권은 총 3건(1300억원)의 딜에서 수요예측 경쟁률이 1 미만에 그치며 부진한 성적을 보였다. NH투자증권도 2건(1075억 원), 키움증권과 유진투자증권도 각각 1건의 딜에서 목표 모집액에 미치지 못했다. 특히 KB증권은 이랜드월드 600억 원을 포함한 총 3건에서 미매각을 기록했다. NH투자증권과 함께 DCM(부채자본시장) 대표주관 1, 2위 업체가 동시에 수요예측 부진을 겪는 이례적인 상황이 연출됐다.

평균 경쟁률, 부국 · 하나 상위권... KB · NH · DB 하위권

표 작성=한국금융신문 / 자료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이미지 확대보기
표 작성=한국금융신문 / 자료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주관사별 평균 경쟁률에서는 부국증권이 전체 1위에 올랐다. 부국증권은 연합자산관리(유암코) 3개 트랜치에서 평균 12.24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한화투자증권(10.86대 1)과 하나증권(8.89대1), 미래에셋증권(7.91대 1)이 뒤를 이었고, DB금융투자(3.82대1)와 유진투자증권(0.95대 1)은 하위권에 머물렀다.

발행 규모 2조 원 이상을 기록한 증권사 중에서는 하나증권이 평균 8.89대 1로 가장 높은 평균 경쟁률을 기록했다.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 KB증권, GS에너지, 현대트랜시스 등 총 11개 트랜치의 공동 대표주관을 맡으며, 흥행을 이끌었다. 이어 ▲SK증권 7.75대 1, ▲삼성증권 7.09대 1, ▲신한투자증권 7.01대 1, ▲키움증권 6.91대 1 순이었다.

반면, KB증권은 대표주관 42개의 딜에서 평균 경쟁률 4.92대 1에 그치며 최하위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단독 대표주관을 맡은 이랜드월드가 단 한 건의 매수 주문을 받지 못했고, 효성티앤씨와 AJ네트웍스 주관 딜의 미매각 영향이 컸다.

NH투자증권이 44개 딜에서 5.11대 1, 한국투자증권도 5.76대 1(36개 트랜치)에 그치며 하위권에 머물렀다. 물론 KB증권,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 같은 대형 증권사의 경우, 주관 건수가 많고 딜 규모가 컸던 점이 평균 경쟁률 면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으나 이들의 시장 영향력과 전문성을 고려할 때 기대에 못 미치는 성과라는 평가다.

인수 실적도 NH증권 압도적 1위... SK증권 5위로 밀려나

그래프 & 표 작성=한국금융신문 / 자료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이미지 확대보기
그래프 & 표 작성=한국금융신문 / 자료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인수 부문에서도 NH투자증권이 2조 7570억 원으로 5개월 연속 1위를 지켰다. 2위 KB증권(2조 2570억 원)과는 5,000억 원의 차이를 보였다. 상위 5개사가 모두 1조 원 이상의 인수 실적을 기록했으며, 이들의 합계는 9조 2860억 원(전체의 59.0%)에 달했다. 상위 10개사의 인수 실적 합계는 13조 1435억 원(83.5%)으로 집계됐다.

SK증권은 1조 185억 원으로 5위를 기록하며, 2개월 만에 4위권에서 밀려났다. 반면, 신한투자증권은 최근 2달 간의 부진을 딛고 3위로 올라섰다.

과도한 실적 경쟁이 부른 ‘캡티브 영업’ 논란

한편, 증권사들의 실적 경쟁이 과열되면서 시장 질서를 교란하는 '캡티브 영업'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캡티브 영업이란, 증권사가 회사채 발행을 주관하면서 계열 금융사를 동원해 해당 회사채 인수를 보장하는 행위다. 발행사가 원하는 수준의 금리를 맞춰주는 대신 주관 업무를 따내려는 전략으로 활용되며, 통상 계열사를 동원하거나 자사의 투자 계정을 이용해 회사채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전문가들은 "채권시장이 경색됐을 때 주관사가 물량을 떠안는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캡티브 영업을 무조건 부정적으로 볼 수는 없지만, 경쟁이 과열될 경우 시장 금리가 왜곡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DCM] 채권 강자 'NH · KB증권', 수요예측 '바닥' 찍다 [2월 회사채 발행 분석(III)]이미지 확대보기

발행사의 신용등급을 감안할 때 더 높은 금리가 적용되어야 함에도 과열 경쟁으로 금리가 낮게 형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캡티브 영업이 회사채 금리를 왜곡시켜 시장 질서를 무너뜨린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일부 회사채가 신용등급에 비해 지나치게 낮은 금리로 발행되면서 연기금 등 대형 기관투자자들이 수요예측 참여를 꺼리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금융감독원도 이를 심각한 문제로 인식하고 현황 조사에 착수했다. 이복현닫기이복현기사 모아보기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5일 증권사 최고경영자(CEO) 간담회 직후 "채권시장 내 캡티브 영업 문제를 올 상반기 집중적으로 조사해 불공정 관행을 개선할 것"이라고 밝혔다.

두경우 한국금융신문 전문위원 kwd1227@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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