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 1992

대한민국 최고 금융경제지

닫기
한국금융신문 facebook 한국금융신문 naverblog

2025.03.17(월)

[DCM] 수요예측 ‘극과 극’… 유암코 ‘Hot’, 이랜드월드 ‘Cold’ [2월 회사채 발행 분석(II)]

기사입력 : 2025-03-17 07:58

(최종수정 2025-03-17 10:27)

  • kakao share
  • facebook share
  • telegram share
  • twitter share
  • clipboard copy

◇ 이랜드월드, 계열사 지원 재무부담 가중...투자자 외면에 産銀 도움으로 겨우 버텨
◇ 최고 흥행 ‘유암코’, 최대 증액 ‘LG엔솔’… 5개 트랜치에서 미매각

일러스트=Chat GPT이미지 확대보기
일러스트=Chat GPT
[한국금융신문 두경우 전문위원] 이랜드월드가 올해 첫 회사채 발행에 나섰지만, 투자자들로부터 철저히 외면받았다. 연초 유동성이 풍부한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단 한 건의 매수 주문도 확보하지 못하며 시장의 냉혹한 평가에 고개를 떨궜다.

한국금융신문이 상장일 기준 2월 한 달간의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자료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공모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9.32조 원 모집에 55.68조 원의 자금이 몰리며 평균 경쟁률 5.97대 1을 기록했다. 이번 분석은 일반 회사채와 자본성 증권(후순위채, 신종자본증권) 발행 실적(상장일 기준)을 대상으로 했으며, 은행채, 여신전문금융채, 자산유동화증권(ABS) 및 수요예측을 거치지 않은 거래는 제외했다.

채권시장 ‘냉온탕’… 유암코 2Y물 ‘17.8배’, 이랜드월드 ‘제로(0)’

[DCM] 수요예측 ‘극과 극’… 유암코 ‘Hot’, 이랜드월드 ‘Cold’ [2월 회사채 발행 분석(II)]이미지 확대보기
그래프 & 표 작성=한국금융신문/자료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이미지 확대보기
그래프 & 표 작성=한국금융신문/자료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지난달 회사채 공모 수요예측에서 최고 경쟁률은 연합자산관리(유암코)가 차지했다. 유암코의 2년 만기 회사채(AA)는 400억 원 모집에 7100억 원의 주문이 몰리며 17.75대 1의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다. 동사의 3년물과 5년물도 각각 11.25배, 11배에 해당하는 매수 주문을 받으며 시장에서 높은 인기를 끌었다. 모든 트랜치의 폭발적 인기 몰이에 힘입어 △2년물 700억 원 △3년물 3700억원 △5년물 600억 원 등 최대한도 5000억 원까지 증액 발행에 성공했다.

한국투자증권(AA)의 2년물(500억 원)과 3년물(1500억 원)도 각각 17.30대 1, 13.5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최대 발행 한도인 4000억 원(600억 원, 3400억 원)를 채웠다. 이어 △HL만도 2년물(12.90대 1), △세아베스틸 3년물(12.67대 1), △SK실트론 2년물(12.00대 1), △코리아에너지터미널 3년물(11.45대 1), △현대건설 3년물(11.14대 1), △HD현대 3년물(11.11대 1), △롯데웰푸드 3년물(11.00대 1) 등 총 19개 트랜치에서 신청액 대비 10배가 넘는 주문이 몰렸다.

증액 규모에서는 8000억 원을 증액 발행한 LG에너지솔루션(AA)이 제일 많았다. LG에너지솔루션은 4개 트랜치로 나눠 진행한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8000억 원 모집에 3조 7450억원의 매수 주문(평균 경쟁률 4.68대 1, 트랜치별 1.4대 1 ∼ 8.98대 1)을 받으며 최초 신청액의 두 배인 1조 6000억 원으로 증액 발행했다. KB증권(AA+)과 DB손해보험(AA+/AA)이 4000억 원 증액 발행(신청액 4000억 원, 최종 발행 8000억 원)하며 증액 규모 면에서는 두 번째로 많았다.

반면 유통 및 석유화학 기업들은 어두운 업황과 불황의 여파로 부진을 면치 못했다. 총 5개 트랜치가 수요예측에서 미매각 사태를 맞았다. 이마트(AA-)는 500억 원(7년물) 모집에 350억 원 주문을 받아 경쟁률이 0.70대 1에 그쳤다. AJ네트웍스(BBB+) 역시 3년물 200억 원 모집에 단 190억 원의 주문만 확보하며 경쟁률 1배에도 미치지 못하는 부진한 성적을 기록했다. 또, 효성티앤씨(A+) 3년물(600억원)과 SE그린에너지(AAA) 1년물(900억 원) 역시 각각 0.67대 1, 0.89대 1에 머물렀다.

투자자 냉혹한 평가에 '한 건도 못 판' 이랜드월드

표 작성=한국금융신문/자료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이미지 확대보기
표 작성=한국금융신문/자료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

특히 이랜드월드(최종양, 조동주)는 600억 원규모의 공모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수요 '제로(0)'라는 시장의 냉혹한 평가를 받았다. 이후 추가 청약도 전혀 받지 못하며 결국 '비우량 회사채 차환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산업은행이 400억 원을 인수하고, 인수단인 KB증권과 iM증권이 각각 100억 원을 떠안는 방식으로 미매각 물량을 처리했다.

이랜드월드의 회사채 등급은 'BBB'로 다소 취약한 수준이지만, 시장에 자금이 풀리는 연초에도 불구하고 단 한 건의 수요도 없었다는 점은 투자자들이 이랜드월드에 대해 심각한 수준의 불신감을 갖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앞서 이랜드월드는 이번 회사채 발행을 위한 대표주관사로 KB증권을, 신용평가사로는 한국기업평가(한기평)와 나이스신용평가(나신평)를 선정했다. 한기평과 나신평은 회사채 등급을 'BBB'로 유지하면서도 등급 전망을 '안정적'으로 평가했지만, 투자자들의 투심을 이끌어 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주목할 점은 이랜드월드가 자사의 등급 전망을 2023년부터 '부정적'으로 평가해온 한국신용평가(한신평)를 작년부터 신용평가사 선정시 배제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같은 행보는 이랜드월드가 이번 회사채 발행에서도 보다 유리한 평가를 받기 위해 한신평을 의도적으로 제외했다는 의혹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랜드월드의 재무 부담은 심각한 수준이다. 2024년 9월 말 기준 연결 총 차입금은 5조 430억 원으로 2023년 말 대비 3356억 원(7.13%) 증가했으며, 차입금 의존도가 무려 50.5%에 달한다. 총 차입금에서 현금성 자산을 차감한 순 차입금도 4조 6014억 원으로 2023년 말 대비 5706억 원(14.16%)이나 늘었다. 2021년 이후 △부채비율은 계속 증가 추세(173.7% → 179.1% → 185.9% → 211.6%)를 보이는 반면 △유동비율은 100% 미만(94.5% → 71.3% → 62.3% → 69.9%)에 △이자보상배율도 1 미만의 수치(0.59배 → 0.66배 → 1.23배 → 0.70배)로 열악한 상황이다.

표 작성=한국금융신문/자료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이미지 확대보기
표 작성=한국금융신문/자료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유동비율은 기업의 단기 지급능력을 평가하는 핵심 재무비율로, 유동자산을 유동부채로 나눠 계산한다. 이 비율이 높을수록 기업의 단기채무상환능력이 우수함을 의미하며, 일반적으로 200% 이상을 유지하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평가된다. 이자보상배율이란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수치로, 이 비율이 1 미만이라는 것은 기업이 벌어 들인 영업이익으로 차입금에 대한 이자비용조차 충당하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계열사 이랜드건설과 이랜드파크에 대한 자금 지원으로 인한 재무부담 가중이 시장의 불신을 피하기 어려운 주요 요인으로 분석된다.

회사채 시장 전망… 투자자 신뢰 회복이 관건

2월 회사채 시장은 투자자들의 선별적 투자 성향이 더욱 두드러졌다. 모집액 대비 10배 이상의 높은 경쟁률을 보이면서도, 또다른 한편에서는 미매각 되는 '냉온탕' 현상이 나타나는 등 최근 시장의 투자 심리가 그대로 반영됐다.

내수 침체의 장기화와 미래 불확실성 증가로 인해 투자자들의 우량채 선호 경향이 한층 강화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대부분의 우량채권에는 막대한 자금이 몰린 반면, 신용등급이 낮거나 재무 부담이 큰 기업들은 시장에서 외면받았다.

특히 이랜드월드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재무 안정성이 열악한 기업들은 시장 신뢰를 회복하지 못할 경우 회사채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에 심각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이러한 기업들은 단기적 유동성 확보를 넘어 기존 자금 조달 전략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두경우 한국금융신문 전문위원 kwd1227@fntimes.com

가장 핫한 경제 소식! 한국금융신문의 ‘추천뉴스’를 받아보세요~

데일리 금융경제뉴스 Copyright ⓒ 한국금융신문 & FNTIMES.com

저작권법에 의거 상업적 목적의 무단 전재, 복사, 배포 금지

issue
issue

두경우 전문위원기사 더보기

증권 BEST CLI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