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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3.14(금)

억울하다던 홈플러스의 거짓말, 김광일·조주연이 밝힌 해법은

기사입력 : 2025-03-14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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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 14일 오전 기자간담회 개최
김광일·조주연 참석, 알맹이 없는 변명만
구체적인 방안 제시 대신 책임 회피 '급급'

14일 서울시 강서구 홈플러스 본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 홈플러스 경영진들이 고개 숙이는 모습. /사진제공=홈플러스 이미지 확대보기
14일 서울시 강서구 홈플러스 본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 홈플러스 경영진들이 고개 숙이는 모습. /사진제공=홈플러스
[한국금융신문 박슬기 기자] 기업회생절차를 밟고 있는 홈플러스가 신용등급 인지 시기와 관련해 말을 바꾸면서 비판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위기일수록 모두에게 신뢰를 줘야 하는 상황에서 불리한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거짓말을 하면서다.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 겸 홈플러스 공동대표와 조주연 홈플러스 대표이사 사장이 이를 해명하기 위해 14일 기자간담회를 열었지만 오히려 반감이 더 커진 모양새다.

이날 열린 홈플러스는 기자간담회는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한 이후 생긴 여러 가지 논란과 관련해 정확한 입장을 밝히고,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고 소통하기 위해 마련됐다. 하지만 마련 취지와 달리 궁색한 변명으로 채워진, 알맹이 없는 자리로 끝을 맺었다. 기존 홈플러스가 내놓은 해명과 별다를 게 없을 뿐더러 변명하고 회피하기에만 급급했던 자리였기 때문이다.

홈플러스는 지난 13일 갑작스럽게 기자간담회 마련 소식을 전했다. 신용등급 하락 인지 시기 문제로 불리하게 돌아가는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그동안 홈플러스는 지난달 27일 오후 늦게 신용평가사로부터 신용등급이 한 등급 하락했다는 최종 결과를 통보받았다고 주장해왔다. 특히 그들은 신용등급이 하락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는 걸 지속적으로 강조했다.

그런데 홈플러스가 발행한 단기채 발행 주관사 신영증권이 그들이 신용등급 강등 사실을 알고도 채권 발행을 강행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신영증권은 “홈플러스가 지난달 25일 단기채 발행 전 신용등급 하락에 대해 인지했을 것이며, 신용등급 하락 가능성을 알고도 채권을 발행해 개인투자자들에게 피해를 끼쳤다”며 형사고발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이후 홈플러스는 하루 만에 입장을 바꾸고 “25일 오후 4시경 신용평가사의 실무담당자로부터 신용등급이 한 등급 하락하게 될 것 같다고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이에 홈플러스를 둘러싼 여론이 점점 더 악화되자 긴급하게 기자간담회를 연 것이다.
김광일 부회장이 취재진의 질의에 답하는 모습. /사진제공=홈플러스 이미지 확대보기
김광일 부회장이 취재진의 질의에 답하는 모습. /사진제공=홈플러스
이날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김광일 부회장과 조주연 사장은 취재진 앞에 고개를 숙이고 경영 정상화를 약속했다. 조 사장은 “이번 회생절차로 인해 불편을 겪고 있는 협력사, 입점주, 채권자 등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많은 분들의 피해와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하루라도 빨리 회사를 정상화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며 “법원에서 신속하게 회생절차 개시를 결정해 준 덕분에 현재 빠르게 정상화가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관심은 대주주인 MBK파트너스의 부회장이자 홈플러스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김 부회장에게 모아졌다. MBK는 과거 2015년 7조2000억 원을 들여 홈플러스를 인수했고, 대주주로서 회사의 기업회생절차 신청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 부회장은 회견 내내 ‘선 긋기’에만 열중했다.

그는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에 대해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이 자리는 홈플러스 경영 정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그에 대해 궁금한 것을 답변하는 자리”라며 “제가 MBK 임원인 동시에 홈플러스에 나와 있기에 MBK 질문이 많은 것은 이해하지만 고객·협력업체·홈플러스 이해관계자들에게 우리의 메시지가 전달되길 바란다. 가능하면 홈플러스 질문만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홈플러스가 지금의 사태를 겪기까지 가장 큰 책임이 있는 MBK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회피한 셈이다.

또 김 부회장은 MBK가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에 대한 의지가 있는지에 대한 물음에는 “홈플러스가 부도가 나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하다”면서 “부도를 막고 정상적으로 영업할 수 있도록 하는 길은 회생밖에 없다. (MBK는) 주주로서 권리를 내려놓고 최대한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주주로서 얼마나 구체적으로 이 사태를 해결해나갈 의지가 있는지에 대한 답변은 내놓지 않았다.
조주연 홈플러스 사장. /사진제공=홈플러스 이미지 확대보기
조주연 홈플러스 사장. /사진제공=홈플러스
홈플러스 경영진 대부분이 유통업 관련 전문성이 떨어지는 MBK파트너스 인사로 구성됐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김 부회장은 “전문적인 경영진이며, 훌륭한 분들”이라며 “지난 1년 우리의 전년 동월 대비 매출 성장률이 경쟁사(이마트·롯데마트)보다 높다. 오프라인도 그렇고, 온라인도 그렇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태의 원인이 MBK에 있는 만큼 김병주닫기김병주기사 모아보기 MBK 회장이 사재를 출연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홈플러스 간담회에서 얘기할 사안은 아닌 것 같다. 이 자리에서 답변하기 곤란하다”며 피했다. 심지어 김광일 부회장과 조주연 사장은 때때로 서로를 쳐다보며 웃어 보이는, 황당한 상황을 연출하기도 했다.

김 부회장은 홈플러스 경영에 문제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이마트와 롯데마트 등 경쟁사까지 소환했다. 김 부회장은 “지난 4년의 통계를 냈는데, 홈플러스는 이마트·롯데마트보다 문 닫은 매장 수가 적다”며 “우리가 매장을 더 유지하고 있다. 또 2018년부터 마트 노동자 모두 정규직 전환도 했다. 반면 다른 마트는 아직도 계약직, 비정규직이 많은 것으로 안다”고 언급했다.

급기야 김 부회장과 조 사장은 ‘언론 탓’도 했다. 김 부회장은 “매일 우리 홈플러스에 대한 부정적인 내용이 계속 보도되면서 조기 정상화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 것. 조 사장은 “잘못한 부분에 대해 질책할 부분은 따끔하게 질책해 주되, 2만 명 직원들과 협력사·임대주 등 수만 명의 관계사 가족들이 불안감을 떨치고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갈 수 있도록 진심을 다해 노력하는 부분은 따뜻한 눈길로 봐달라”고 했다.

그러면서 “협력사 및 임대 점주분들께서는 지금 당장 변제받으시길 바라겠지만 현실적으로 모든 채권을 일시에 지급하기 어렵다. 소상공인과 영세업자를 우선순위로 할 것”이라며 “이 부분에서 대기업 협력사의 양해가 꼭 필요하다. 대기업에서 조금만 양보해달라”고 덧붙였다.

결론적으로 이날 기자간담회에선 구체적인 경위와 해결방법이 아닌 책임회피와 말바꾸기만이 난무했다.

한편 홈플러스는 13일 현재 상거래채권 중 3400억 원을 상환 완료했다. 대기업과 브랜드 점주를 제외한 대부분의 영세업자 채권은 곧 지급 완료될 계획이다. 조 사장은 “13일 기준 현금시재가 약 1600억 원이며 영업을 통해 매일 현금이 유입되고 있는 점을 고려했을 때 잔여 상거래채권 지급도 문제가 없다”며 전액 변제에 대한 자신감을 보였다.

김광일·조주연 공동대표는 오는 18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리는 홈플러스 사태 긴급 현안질의에 참석한다. MBK파트너스의 창립자이자 대표인 김병주 회장 역시 청문회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미국 시민권자인 김 회장은 현재 미국에 체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슬기 한국금융신문 기자 seulgi@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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