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원태 회장은 지난 11일 서울 강서구 본사 격납고에서 열린 ‘라이징 나이트(Rising Night)’ 기자간담회에 참석했다. 이날 행사는 대한항공 신규 CI(Corporate Identity·기업 아이덴티티)를 공개하는 자리로, 대한항공 새 디자인이 적용된 항공기도 선보였다. 조 회장이 국내 언론사와 간담회를 연 것은 지난 2019년 11월 이후 5년 4개월 만이다.
조 회장은 “처음 해외 디자이너들로부터 시안을 받았을 때 태극무늬가 완전히 빠져 있었는데, 다시 바꾸느라 3년이 걸렸다”며 “태극 문양을 유지하는 것이 대한항공의 정체성을 살리는 것으로 생각해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후 격납고에 대기 중이던, 대한항공의 새 로고가 새겨진 항공기가 모습을 드러냈다. ‘보잉 787-10’ 항공기로, 새 태극마크와 사명이 뚜렷했다. 항공기 앞부분은 기존 ‘KOREAN AIR’에서 ‘AIR’를 뺀 ‘KOREAN’으로만 표기됐다. 대한항공은 해외 유수 항공사들도 표기하는 방식으로, ‘한국’의 정체성을 강조했다는 설명이다. 이 항공기는 12일 오전 인천에서 일본 도쿄 나리타 공항으로 향하는 KE703편에 투입됐다.
조 회장은 “아시아나항공과는 30년 경쟁 관계로 결합이 힘들 것으로 생각했다”면서도 “아시아나항공의 반응을 보면 예상보다 덜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먼저 구조조정 문제는 아시아나항공뿐 아니라 저비용항공사(LCC) 자회사인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에서도 제기된다. 실제로 아시아나항공 조종사 노조와 아시아나항공 노조 측은 “중복노선 정리로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이 예상된다”며 “큰 폭의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실제 일본과 유럽 경쟁당국의 기업결합 승인 조건이기도 했던 아시아나항공의 화물기 사업 이관은 에어인천으로의 매각 절차가 진행 중이다. 이관 대상은 아시아나항공의 보잉 747 화물기 10대와 보잉 767 화물기 1대로 총 11대 화물기에다 800여 명의 직원이다.
이런 가운데, 조 회장은 신년이 되자마자 아시아나항공과 LCC 자회사인 에어부산, 에어서울 경영진을 대한항공 출신 인사로 교체했다. 아시아나항공은 대한항공 여객사업본부장인 송보영 전무가, 에어부산은 대한항공 여객영업부를 담당했던 정병섭 상무가, 에어서울은 대한항공의 김중호 수석부장이 대표직에 앉았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 과정에서 나오는 중복인력과 운영 체계, 시스템 등 조직문화 역시 자칫 불씨를 지필 수 있다. 조종사 간 기수 정리도 숙제 중 하나다. 아울러 양사 간의 직원 임금은 2000만 원 넘게 차이가 난다. 2023년 기준 대한항공의 직원 평균 연봉은 1억100만 원, 아시아나항공은 7500만 원이다. 대한항공은 우선 내년 말까지 두 항공사를 별도로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조 회장은 “현재 아시아나의 처우 등의 부문에서 대한항공과 많은 차이가 있지만, 앞으로 2년간 통합 과정에서 조절하겠다”면서 “어느 한쪽을 우대하지 않고 합리적으로 직원들이 이해할 수 있게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을 통합하면서 발생하는 마일리지와 독과점 이슈가 부상하고 있다. 작년 3분기 기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미사용 마일리지(이연수익)는 3조5000억 원대다. 대한항공이 2조5000억 원, 아시아나항공이 약 1조 원에 이른다. 두 항공사 마일리지 가치가 다른 만큼 통합항공사 출범 시 1대 1 비율 산정은 소비자들의 반발을 살 수 있다. 대한항공은 오는 6월까지 공정거래위원회에 마일리지 합병 비율을 제출해야 한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간 합병에 더해 LCC 자회사인 진에어를 중심으로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의 합병도 예정된 만큼 독과점 우려도 꾸준히 나온다. 공정위도 국토교통부와 함께 대한항공의 항공운임과 공급 좌석을 점검하는 이행감독위원회를 발족했다. 소비자들이 민감해하는 양사의 마일리지 통합방안과 항공요금 인상 등이 다뤄진다.
조 회장은 이에 대해 “마일리지 문제는 고객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에서 합리적으로 통합할 것”이라며 “인천공항을 취항하는 외항사가 50여 개인 만큼 대한항공을 독과점이라 지적하는 점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그 외 통합을 앞두고 에어부산을 둘러싼 분리매각 움직임, 트럼프 2기 출범으로 인한 대내외 불확실성도 조 회장이 헤쳐 나가야 할 숙제다. 조 회장은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그러한 모든 상황이 코로나19 때보다는 훨씬 수월하다는 것.
우선 에어부산은 지난 2007년 출범한 아시아나항공의 LCC 자회사로, 부산시와 부산상공계가 함께 투자했다. 현재도 부산시와 부산상공계의 지분이 16%다. 이에 부산에서는 에어부산의 분리매각이나 진에어를 중심으로 한 통합 LCC의 본사 부산 유치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낸다.
하지만, 조 회장은 “에어부산에 대해 분리매각 등 여러 말이 나오고 있지만, 에어부산도 한 가족이라 생각한다”고 못박았다.
그는 트럼프 2기 출범 관련해서도 “대한항공에 제일 큰 영향을 주는 것은 환율”이라며 “지금 상황이 과거 코로나19 초기보다 훨씬 낫다고 생각한다”고 자신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물리적 결합에서 화학적 통합은 2년여 시간이 더 걸릴 전망이다. 기대로 흐를지, 우려로 흐를지 주목된다.
조원태 대한항공 회장은 “통합 후 항공사의 글로벌 규모는 11위 정도로 본다”며 “규모보다 질적인 측면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면서 고객과 직원이 사랑받는 항공사가 되는 것이 목표다”라고 했다.
손원태 한국금융신문 기자 tellme@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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