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는 지난 28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기업결합을 위한 선결 요건이 모두 충족돼 심사를 종결한다고 발표했다. 앞서 EC는 지난 2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합병의 조건부 승인 결정을 내렸다. 독점 우려가 예상되는 ▲프랑스 파리, 이탈리아 로마, 스페인 바르셀로나, 독일 프랑크푸르트를 대체항공사에 이관하고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사업부 역시 매각하는 것을 조건으로 제시했다.
2020년 11월 대한항공은 극심한 경영난에 시달리던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나섰다. 이듬해 1월부터 총 14개 경쟁 당국(튀르키예, 대만, 태국, 필리핀, 말레이시아, 베트남, 한국, 싱가포르, 호주, 중국, 영국, 일본, 유럽, 미국)으로부터 순차적으로 기업결합 승인을 받았다. 미국의 경우에는 대한항공 측에 독과점 소송을 제기하지 않았다. 이에 유럽의 EC가 사실상 대한항공 기업결합 승인의 마지막 관문이었다. 대한항공으로서는 4년 만에 아시아나를 품에 안게 됐다.
대한항공은 미국 법무부(DOJ)에 EC의 기업결합 최종 심사 승인 결과를 전달하고, DOJ는 심사 절차를 최종적으로 확인한 후 이 건을 종결할 것으로 예측된다. 대한항공은 DOJ의 마지막 우려마저 지우기 위해 LCC 국적기인 에어프레미아에 미국 뉴욕, 로스앤젤레스(LA), 시애틀, 샌프란시스코, 호놀롤루 등 5개 노선을 넘겨주기로 했다. 이미 미국 노선 운항에 필요한 항공기와 승무원 등의 지원을 진행 중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LCC 자회사인 진에어와 에어부산, 에어서울이 일본에 집중적으로 취항한 만큼, 중복되는 여객노선 7개(서울~오사카·삿포로·나고야·후쿠오카, 부산~오사카·삿포로·후쿠오카)도 LCC에 추가 양도하기로 했다.
대한항공은 각국 경쟁당국의 심사 절차를 마친 뒤 오는 12월 20일 이전에 아시아나항공 신주를 인수, 자회사로의 편입을 마칠 예정이다. 총 1조5000억 원의 인수 대금에서 계약금과 중도금을 제외한 8000억 원을 추가 투입한다. 향후 2년간 아시아나를 자회사로 두고, 객실 승무원 교환 근무부터 시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후 경영직, 정비직 등 인적 교류가 이어진다. 통합 작업을 완료하면 대한항공 사명인 ‘대한항공(Korean Air)’ 단일 브랜드로 재편된다. 대한항공은 오는 2026년 10월 통합 브랜드 출범을 선언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합병은 국내는 물론 글로벌 항공업계에서도 파장이 크다. 단숨에 세계 10위권 ‘메가 캐리어’에 올라 항공업계 대왕고래로 등극하기 때문이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따르면, 코로나 이전이었던 2019년 기준 국제 여객 RPK(항공편당 유상승객 수에 비행거리를 곱한 것) 순위에서 대한항공은 18위, 아시아나항공은 32위를 차지했다. 다만, IATA는 코로나 이후 해당 순위를 발표하지 않았다. 이 결과를 토대로 하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가 합쳐진 '통합' 대한항공은 11위에 오른다.
LCC업계 지각변동도 예고된 상태다. 우선 항공기 보유 현황에서 대한항공의 진에어가 30대, 아시아나의 에어부산이 21대 그리고 에어서울이 6대인 만큼 총 항공기는 57대로 증가한다. 이 경우 현재 국내 LCC 1위인 제주항공 41대를 단숨에 앞지른다. 매출 규모에서도 세 LCC의 지난해 기준 합산 매출이 약 2조5000억 원으로, 제주항공의 1조7000억 원을 웃돈다. 세 LCC의 국제선 여객 수송 점유율 역시 지난해 14.9%로, 제주항공(10.8%)을 상회한다.
조원태 대한항공 회장은 신년사에서 “올해에는 아시아나항공 인수 과정이 마무리될 것”이라며 “통합 항공사 출범은 장기적으로 우리에게 거대한 성장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한항공-아시아나, 최종 합병까지 2년…논란 수습될까
다만, 대한항공이 아시아나를 품에 안더라도 회사 안팎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는 산더미다. 2023년 기준 대한항공의 기간제 근로자 포함 직원 수는 1만8001명, 아시아나는 8045명이다. 양 사가 동종산업을 오랜 기간 영위해온 만큼 중복되는 업무의 구조조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첫 번째다. 아울러 1인당 평균 연봉에서도 대한항공이 1억 원, 아시아나가 7500만 원으로 차이가 있어 임금 문제도 도화선이 될 수 있다. 양 사의 조종사, 승무원의 기수 정리도 해결해야 할 사항이다. 실제로 아시아나항공조종사노동조합(APU)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합병에 반대 성명을 낸 바 있다.
아시아나의 부채도 대한항공으로선 부담이다. 지난해 말 아시아나의 부채총액은 12조2000억 원으로, 부채비율이 1500%를 넘어섰다. 최근인 올 3분기에는 부채총액이 12조4800억 원으로 불어나면서 부채비율이 1800%를 돌파했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의 부채부터 줄여나가야 하는 것이 급선무다. 이에 구조조정에 대한 이슈가 끊임없이 불거진다.
소비자 사이에서는 독점 우려와 마일리지 논란이 시급하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와의 합병을 계기로 통합 FSC 및 LCC를 선언한 만큼 양 사의 국제선 여객 수송 점유율은 73%까지 치솟는다. 이에 소비자들은 항공사 점유율이 높아지는 만큼 항공 운임 상승도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를 나타낸다. 국토교통부와 공정거래위원회가 철저히 감시해야 한다는 주장도 뒤따른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미사용 마일리지도 논란이다. 양 사의 미사용 마일리지 규모는 올해 3분기 기준 대한항공이 2조5542억 원, 아시아나가 9819억 원으로 총 3조5000억 원에 이른다. 앞서 코로나 기간 하늘길이 중단되면서 소멸 예정이었던 마일리지 유효 기간이 3년 더 연장됐다. 마일리지 이연수익은 재무제표에서 부채로 인식된다. 재무 부담을 덜기 위해서는 마일리지를 시급히 털어내야 한다. 업계에서는 통합 마일리지가 적용되는 시점을 대한항공이 아시아나를 완전히 흡수하는 2년 뒤로 내다본다. 현재까지 구체적인 마일리지 전환율은 정해지지 않았다.
대한항공 측은 “인위적인 구조조정 계획은 없다”며 “통합 항공사의 사업량이 늘어날 것을 감안하면 필요한 인력도 자연스럽게 늘어나고, 직무 재교육을 통해 인력 재배치를 실행하는 등 인적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마일리지 관련해서는 “전문 컨설팅 기업들과 긴밀히 협의해 전환비율을 결정하겠다”고 덧붙였다.
손원태 한국금융신문 기자 tellme@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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