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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13(수)

김이배號 제주항공, ‘LCC 왕좌’ 사수할까

기사입력 : 2024-11-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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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에 초대형 LCC 가시화
대명소노, 에어프레미아-티웨이항공 2대주주로

▲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이사이미지 확대보기
▲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이사
[한국금융신문 손원태 기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제주항공 김이배 대표이사의 시계도 빨라지고 있다.

제주항공은 국내 LCC(저비용항공사) 업계 1위 주자지만,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초대형 LCC 탄생에도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의 진에어를 중심으로 아시아나항공의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이 합병하면 단숨에 국내 LCC 업계 왕좌에 오른다.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는 지난 7월 CEO 메시지에서 “항공산업 구조변화와 관련해 다양한 불확실성이 있다”며 “사모펀드가 투자한 항공사들은 언젠가는 매각 대상이 될 것이고 향후 M&A 기회가 왔을 때 어떻게 대응할지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김 대표가 제주항공의 인수합병(M&A) 가능성을 시사한 것은 이례적으로, 이는 최근 급변화된 국내 LCC 업계 사정과 무관치 않다.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 심사만 남겨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이 이달 내 마무리될 수 있어서다.

미국이 소송을 제기하지 않아, 유럽에서 승인이 떨어지는 대로 국내 초대형 FSC(대형항공사) 간의 합병은 종결된다. 대한항공은 다음 달 20일까지 1조5000억 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아시아나항공 최대주주가 된다. 대한항공은 새 기업 로고와 디자인, 유니폼 등 아시아나항공과의 통합 작업에 착수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간 합병이 이뤄지면 각 사가 보유한 LCC도 하나로 통합될 것으로 보인다. 항공기 기체 수만 하더라도 대한항공의 LCC 자회사인 진에어가 30대, 아시아나항공의 에어부산이 23대, 에어서울이 6대로 총 59대다.

이는 제주항공이 보유한 여객기 39대, 화물기 2대를 합친 41대를 앞지른다. 진에어·에어부산·에어서울의 지난해 합산 매출도 2조5000억 원으로, 제주항공(1조7000억 원)을 상회한다. 제주항공으로서는 LCC 왕좌를 빼앗길 수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제주항공은 모회사 애경그룹이 지난 2006년 제주도와 합작해 세운 항공사다. 제주도는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의 남편인 고 채몽인 창업주의 고향이기도 하다. 제주도민의 항공교통 개선을 위해 애경그룹과 제주도가 손을 맞잡았다. 제주항공은 제주~김포 노선을 시작해 일본, 대만, 태국 등 국제선으로 노선을 넓혔다. 현재 50개 도시, 73개 노선에서 운항 중이다.

김 대표는 지난 2020년 6월 제주항공이 코로나로 여객 사업이 중단될 때 투입된 인물이다. 그는 아시아나항공 초창기 멤버로 항공업계에서만 30년 넘게 근무했다. 김 대표는 LCC로는 드물게 화물기 2대를 들여와 화물 사업에 뛰어들었다. 그 결과, 제주항공은 코로나19 팬데믹에도 실적 반등에 성공하며 지난해 흑자 전환했다.

제주항공은 최근 3년간 매출이 2021년 2731억 원에서 2022년 7025억 원, 2023년 1조7240억 원으로 매해 배전의 성장을 거듭했다. 수익성에서도 2021년 3172억 원, 2022년 1775억 원의 영업손실을 보다가 2023년 1698억 원 영업이익을 냈다.

이 기간 제주항공 탑승객 수는 2021년 651만 명에서 2022년 794만 명, 2023년 1235만 명으로 꾸준히 늘었다.

올 3분기까지 제주항공 누적 매출은 1조4273억 원을 기록, 전년(1조2289억 원) 대비 16.1% 오르면서 실적 최대치를 찍었다. 이 추세라면 올해 연 매출도 최고 실적을 다시 쓸 가능성이 농후하다.

김 대표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펼쳤다. 한국~일본 탑승객 수 1위 항공사답게 일본 소도시에 집중적으로 취항했다.

또한, 한국인들의 관광 명소로 떠오르고 있는 인도네시아나 대양주 위주로 중거리 신규 취항도 늘리고 있다. 티웨이항공이나 에어프레미아와 같은 LCC 경쟁사들이 유럽으로 장거리 노선을 넓히는 것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김 대표는 항공기를 리스가 아닌 직접 구매하는 방식으로 들여와 환율 리스크도 덜어냈다.

그러나 김 대표는 제주항공 성장 가도와 무관하게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으로 출범하는 초대형 LCC에도 대응해야 한다.

이런 가운데 리조트 기업인 대명소노그룹이 항공업 진출을 타진, 티웨이항공과 에어프레미아 2대주주로 올라섰다.

LCC 업계를 둘러싼 지각 변동이 치열해지는 상황이다. 이에 김 대표는 지난 5일 이사회를 열고, 395억 원을 투입해 추가 항공기 구매를 밝혔다. 올해 상반기 기준 제주항공은 부채비율이 505.7%에 달한 상태다.

앞서 제주항공은 지난 2018년부터 미국 보잉사로부터 B737-8 항공기 50대(확정구매 40대, 옵션구매 10대)를 들여오기로 계약을 맺었다.

제주항공의 주력 기종인 보잉 B737-800을 B737-8로 교체하는 것으로, 연료 효율을 개선해 운용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김 대표는 “지속 가능한 수익구조를 가져가기 위해 기단의 효율성과 규모의 경제를 통한 원가 경쟁력 창출이라는 LCC 본연의 사업모델을 유지하겠다”며 “중·단거리 네트워크에서의 핵심 경쟁력과 재무 건전성을 확고히 해 급변하는 환경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겠다”고 했다.

손원태 한국금융신문 기자 tellme@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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