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 관련 위기설 ‘지라시’가 배포된 이후 롯데그룹 주요 계열사들의 시장금리가 크게 오르는 모습을 보였다. 작게는 50bp(1bp=0.01%)에서 최대 80bp 오버금리로 거래되는 등 변동성이 크게 확대됐다.
이러한 배경에는 그룹 핵심계열사인 롯데케미칼의 기한이익상실(EOD) 이슈 발생 여파도 있다. 지난 21일 국내 3대 신용평가사(나이스신용평가, 한국기업평가, 한국신용평가)는 일제히 롯데케미칼의 EOD 사유 발생 소식을 전하며 장기관찰 모니터링 대상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롯데케미칼 수익성이 악화된 가운데 롯데건설에 대한 과중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보증이 그룹 전반 신용도 하락 압력을 가하는 핵심 요인이다. 이러한 신용도 불안은 자금조달 규모 확대를 어렵게 하고 조달비용도 증가하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완벽히 되돌리지 못한 금리의 의미
올해 3분기 말 기준 1년내 만기가 도래하는 롯데케미칼의 연결 차입금 및 회사채 규모는 5조원이 넘는다. 부채성 자금을 조달해 차환을 할 경우 이전 대비 단 10bp만 높아져도 연간 이자비용만 50억원이 늘어난다.롯데케미칼이 드라마틱한 수익성 개선을 보여주지 못하면 상황은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롯데케미칼을 비롯한 그룹 주요 계열사들의 시장금리는 급등 이전 수준으로 완벽히 되돌리지 못한 상태다. 유동성 위기가 루머일지라도 시장은 여전히 롯데그룹에 의구심을 품고 있다는 의미다.
롯데케미칼이 EOD 사유 발행으로 사채권자집회를 소집하고 채권자들이 모두 계약 변경에 동의해도 변수는 남아있다. 채권 금리 상승을 이유로 이자율 상향 요구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구조조정∙자산매각 동반 가능성 높아
IB업계와 신용평가 업계는 롯데그룹이 자산매각, 구조조정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할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점치고 있다. 인수합병(M&A) 시장에서 거론된 롯데렌탈과 롯데백화점 부산 센텀시티점 매각설도 단순 소문에 그치는 수준은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롯데케미칼의 수익성 개선은 불확실성이 큰만큼 결국 부채를 줄이는 방법이 최우선이라는 지적이다.
한편, 롯데케미칼은 지난달 미국 법인(롯데케미칼 루이지애나 LLC)의 지분 40%를 활용해 6626억원 규모 PRS 계약을 체결했다. 추후 6000억원 가량을 추가 조달한다.
PRS는 회사가 보유한 주식을 거래상대인 투자자에게 넘기고 가치 하락 시 손실을 보전하는 구조다. 반면, 자산가치가 상승하면 투자자는 매입한 주식 가치의 상승분을 포함해 기업(차익 보전)에게 넘긴다.
회사 입장에서는 지분을 매각하는 대신 이를 기반으로 자금을 조달한다. 투자자는 차익은 포기하되 손실은 제한되며 수수료 혹은 배당 등을 수취하는 일종의 파생계약이다.
PRS 계약은 다양한 목적으로 이뤄진다. 그 중에서도 대규모 자금이 필요한 반면, 부채 조달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회계적 부담은 덜하지만 수익성 개선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더 큰 역풍을 맞게 된다.
투자은행(IB) 관계자는 “롯데케미칼을 중심으로 롯데그룹이 현재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체력은 있다고 본다”면서도 “자금조달과 구조조정, 자산매각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조화를 이뤄야 하는 만큼 상당히 고난이도 방정식을 푸는 것과 같은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이성규 한국금융신문 기자 lsk0603@fntimes.com
[관련기사]
가장 핫한 경제 소식! 한국금융신문의 ‘추천뉴스’를 받아보세요~
데일리 금융경제뉴스 Copyright ⓒ 한국금융신문 & FNTIMES.com
저작권법에 의거 상업적 목적의 무단 전재, 복사, 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