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환닫기김병환기사 모아보기 금융위원장이 30일 전세자금 대출에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적용하는 방안과 관련해 섬세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가계대출 추가 조치 여부는 10월 가계대출 증가 폭을 확인한 후 판단한다는 방침이다.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 결론을 조속히 내려야 한다면서 국회의 협조도 거듭 요청했다. 은행 중도상환수수료는 내년부터 현행 대비 절반 수준으로 내려갈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전세대출 차주의 경우 실수요자인 부분이 있고 상당수는 무주택자인 경우가 많다 보니 그동안 전세대출에 대한 DSR 도입에 대해 여러 차례 논의와 검토가 됐지만 실행에 옮기기는 굉장히 어려웠다”며 “우리 정부뿐 아니라 문재인 정부 때도 논의가 되다가 안 된 경험이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실수요자 보호, 전세대출을 포함한 가계대출이 얼마나 늘어나는지, 어느 정도 제어가 필요한지 상황을 감안해서 판단할 수 밖에 없는 이슈”라며 “도입하더라도 (실수요자 등에 대한)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가겠다는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은행권 가계대출 관리 강화로 이달 2금융권 가계대출 증가액이 1조원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에는 “10월 2금융권 가계대출이 9월보다 늘고 있는 게 확인되고 있다”며 “실제 얼마나 늘었는지는 최종적으로 숫자를 봐야 하고 그 결과를 보고 추가적으로 대책이 필요할지 부분도 검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가계대출 관리를 두고 국토교통부와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지적에는 “정책대출은 정책대출로서의 이유와 목적이 있어 신생아 특례 부분을 조금 더 늘린다든지, 국민들과 약속한 부분은 지키는 게 맞고, 정책대출이 늘어나는 속도 부분은 가계부채 전반의 상황과 연계해서 제어할 필요가 있다는 데 대해 국토부와 금융위가 같은 인식”이라고 해명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자본 확충을 위한 신종자본증권 발행 일정 중단을 두고 금융당국이 전세대출 확대 시그널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 제동을 건 것이라는 해석에 대해선 “그 이슈하고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김 위원장은 “HUG가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려면 유가증권신고서를 내야 하고 일반 투자자를 모집해야 하는데, 유가증권신고서에 일반 투자자에 충분한 내용이 공시될 필요가 있다”며 “그 부분을 HUG와 금융당국 간 협의하는 과정에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금투세 폐지 필요성도 재차 강조했다. 그는 “정부가 금투세 폐지 방침을 천명한 후 다양한 논의가 있었다”며 “이제는 투자자들의 근심과 불안을, 불확실성을 끝낼 수 있도록 국회가 조속히 금투세 폐지 결론을 내려주기를 간곡하게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정부의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정책 효과에 대해선 “주가로 보면 아직은 다른 나라에 비해서도 부진한 비판이 있지만 밸류업 공시 이후에 시장의 평가가 굉장히 좋아진 기업들이 나오고 있고 주주환원 수치가 올해 들어 굉장히 늘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밸류업이 단기간에 이뤄지는 정책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꾸준히 추진할 때 성과가 조금씩, 때로는 눈에 띄게 나타날 것이라고 보기 때문에 너무 단정적으로 짧은 시간에 부정적 평가를 할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밸류업 로드맵 관련해선 “상장지수펀드(ETF)를 11월에 출시할 예정이고 회계 쪽 관련해서도 검토하고 있고 아마 늦지 않게 구체적인 내용을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주주로 확대하는 상법 개정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김 위원장은 “결론적으로 좀 더 논의해야 한다”며 “법무부를 포함해 부처 간의 논의가 한창 진행 중인데 금융위의 입장을 말하는 게 지금 단계에서는 적절하지 않다. 정부 논의가 오래 걸리고 있지만 고민이 깊다”고 밝혔다.
은행 중도상환수수료는 내년부터 현행 대비 절반 수준으로 내리겠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주요 시중은행 중도상환수수료에 반영되는 실비용 시뮬레이션 결과를 잠정적으로 받아보니 현재 수준보다는 대략 절반 정도로 내릴 수 있겠다는 결과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주담대의 경우 현행 1.2~1.4%에서 은행별로 0.6~0.7% 수준까지, 신용대출의 경우 현재 0.6~0.8%에서 0.4% 내외 정도 수준까지 조정될 여지가 있다”며 “전체적으로 내년 1월부터 시행하고 준비가 빨리 되는 은행은 그 이전에라도 시행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이복현닫기이복현기사 모아보기 금융감독원장이 전날 KB·우리금융지주의 운영리스크 관리를 언급한 것에 관련 경영진 거취 압박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데 대해선 “정기검사를 하고 있는 우리금융과 KB금융에 대해 엄정히 봐라, 운영상의 리스크 부분도 철저히 점검하자는 지시로 이해하고 있다”며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 판매 사태와 관련한 개선 방안에 대해선 “지금까지는 은행과 피해자 사이의 손실 분담을 어떻게 할 거냐 하는 부분이 진행되는 과정이 있어서 제도개선 논의가 우선순위에 밀렸었다”며 “다음 달 공청회를 열어서 의견 수렴을 하고 그 의견을 토대로 제도 개선안을 가급적 늦지 않은 시간 내에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이자이익에 힘입어 역대급 실적을 내고 있는 은행권에 대해 쓴소리를 내기도 했다. 그는 “제조업의 경우 수출 시장에서 경쟁하고 살아남기 위해 엄청나게 혁신해서 이익이 나는 부분이 있지만 은행은 과연 충분한 혁신을 통해 이익을 내느냐에 대한 문제의식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여전히 고금리인 상황에서 은행들이 이자 이익을 많이 내는 부분에 대해 상생, 혁신의 노력을 좀 더 해 나가야 한다는 기본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며 “대출받은 분들이 고금리로 고통받고 있는데 은행들은 이자로 이익을 많이 내고 그 이익을 바탕으로 일부에서 성과급을 주는 행태에 대해서는 당연히 비판받아야 하고 은행들과도 상생이나 혁신에 대해 계속 얘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 대리업 제도 도입과 관련해선 필요성에 공감한다며 은행법 개정을 전향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우체국을 활용은 현재 결제 등이 위탁 형식으로 허용되는 부분이 있다”며 “대출을 위탁하는 것은 법률을 개정해야 할 이슈라서 은행법을 고쳐서 갈지, 규제샌드박스를 활용해서 더 빨리할지 판단해보겠다”고 말했다.
한아란 한국금융신문 기자 ara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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