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장에서 승용형 픽업트럭은 인기 차종이다. 넉넉한 적재용량으로 실용성과 개성을 갖춘 모델로 각광받고 있다. 특히 국토가 넓고 운송 서비스를 스스로 해결해야 할 경우가 많은 미국, 캐나다, 호주 등에서 인기 있는 모델이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올해 1~8월 국내 완성차 업체 승용 픽업트럭 판매량은 8895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1만1671대보다 23.8%나 감소했다.
3000만원대부터 시작하는 유일한 국산 픽업트럭인 KG모빌리티 렉스턴스포츠 판매 감소에 따른 영향이다. 렉스턴스포츠는 모델 노후화와 ‘픽업 마니아’를 만족하기에 다소 부족한 성능이 인기 하락 이유로 꼽힌다.
하지만 렉스턴 스포츠는 엔진 변화가 없다는 게 단점이다. 차량에는 직렬 4기통 2.2 디젤 엔진이 적용됐다. 최고출력 187마력을 낸다. 300마력이 넘는 경쟁 모델에 비해 부족하다.
콜로라도는 100년 넘게 픽업트럭을 만들어 온 쉐보레의 노하우가 집약된 중형 픽업트럭 모델이다.
최고출력 314.3마력, 최대토크 54kg·m를 발휘하는 2.7 직분사 가솔린 터보 엔진이 신규 적용된 신형 콜로라도는 동급 최강의 동력성능은 물론, 2세대 8단 자동 변속기로 한층 부드러운 변속감과 빠른 다운시프트 퍼포먼스까지 갖췄다.
하지만 높은 가격대와 제한된 물량으로 큰 실적을 내진 못 한다. 지난 7월 신형 콜로라도 출시를 앞두고 회사가 책정한 초도 물량은 불과 400대다. 수입 픽업트럭 규모는 연간 1000대 수준이다. 회사에서도 더 큰 실적을 기대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현대자동차는 지난 2021년 픽업트럭 ‘싼타크루즈’를 미국 시장에서 선보였다.
싼타크루즈는 SUV 투싼을 기반으로 현대차가 틈새 시장을 노리고 개발한 모델이다. 오프로드를 달리기 위한 큼직한 기존 픽업트럭과 달리, 도심 주행에 초점을 맞췄다.
미국 자동차 판매 데이터를 제공하는 굿카베드카에 따르면 지난해 싼타크루즈는 2만3000여대 판매됐다. 11만6000대가 팔린 이 시장 최대 경쟁자 포드 매버릭 5분의 1 수준이다.
현대차는 싼타크루즈를 한국에 들여오지는 않았다. 픽업트럭 본고장인 미국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는데, 한국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을지 확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국내 픽업트럭 시장 잠재력이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지난 2020년 4782대 수준이었던 국산 픽업트럭 판매량은 2021년 8046대, 2022년 2만8753대까지 급증하기도 했다.
코로나 이후 늘어난 레저 활동으로 픽업트럭에 대한 관심이 커진 영향으로 보인다. 이에 힘입어 포드 레인저, GMC 시에라 등 미국산 정통 픽업트럭이 한국 시장 문을 두드렸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으로 큰 흥행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이처럼 주춤한 국내 픽업에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기아가 화성공장에서 생산하던 SUV 모하비를 단종한 자리에 픽업트럭 타스만을 채울 예정이기 때문이다. 타스만은 기아가 약 4년이라는 시간을 들여 개발한 야심작이다.
최근 타결된 기아 임금단체협상에서도 타스만이 화두에 올랐다. 기아 노동조합은 아직 나오지도 않은 타스만을 퇴직자 할인 대상 차종에 포함시키는 내용을 관철시켰다. 은퇴 이후 도심을 떠나 교외 생활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픽업트럭이 매력적 선택지임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타스만은 이달 말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리는 제다 국제 모터쇼에서 처음 공개한 뒤 내년 상반기 국내 출시된다. 회사는 지금까지 위장막을 씌운 차량 이미지, 시행주행 영상, 개발자 인터뷰 등 타스만에 대한 정보를 제한적으로만 공개하며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타스만은 모하비처럼 프레임바디 프레임을 기반으로 만든 오프로드 주행에 적합한 정통 픽업트럭을 지향한다. 신형 내연기관 엔진 개발이 어려운 여건상 2.5 가솔린 터보, 2.2 디젤을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관건은 가격대다. 렉스턴스포츠보다 비싸고 수입 픽업트럭보단 저렴한 4000만~5000만원대를 형성할 것으로 추측된다.
국산 픽업트럭 시장을 독점해 온 KG모빌리티도 신차 출시를 통해 분위기 반전을 노린다.
국산차 최초로 전기 픽업트럭 O100(프로젝트명)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3월 O100 프로포타입 공개 당시 2024년 출시를 예고했으나 최근 전기차 시장 상황을 감안해 내년 1분기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O100은 토레스를 기반으로 개발된다. 배터리는 협력사 BYD 제품이 탑재될 예정으로 프로타입엔 배터리 용량이 73.4kwh였으나 양산차는 80.5kwh로 키운다. 주행가능거리는 400km 수준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곽호룡 한국금융신문 기자 horr@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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