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지주 자회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오늘 회의를 열고 금년 말부터 내년 초까지 임기가 만료되는 자회사 대표이사에 대한 승계절차를 개시한다.
이번 회의를 통해 우리금융그룹의 14개 계열사 중 우리은행, 우리카드, 우리금융캐피탈, 우리자산신탁, 우리벤처파트너스, 우리금융에프앤아이, 우리신용정보, 우리펀드서비스 대표들의 승계 준비가 시작된다. 자추위는 계열사 대표 후보군을 선정 후 개별 후보 심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여러 계열사 대표 행보에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가장 큰 관심은 조병규 은행장의 연임 여부에 집중돼 있다. 이 행장은 1965년생으로 관악고등학교와 경희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1992년 상업은행에 입행했다. 조 행장은 중소기업전략팀 과장과 본점 기업지점장, 전력기획부장, 강북영업본부장 등을 거쳐 기업그룹 집행부행장에 이르기까지 기업영업부문에서 경험을 축적하며 능력을 발휘해 왔다.
조 행장은 혁신분야에서도 자추위로부터 성과를 주목받았다. 기업그룹 집행부행장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이어주는 공급망금융플랫폼(SCF) 구축에 나서 착수 반년 만에 플랫폼을 완성해 금융권 최초로 ‘원비즈플라자’를 출시해내는 추진력을 보였다. 원비즈플라자는 은행이 상생금융과 동반성장을 구현한 구체적인 사례로 최근 열린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에서도 소개된 바 있다.
자추위는 조 행장 선임 발표 상시 “기업금융 강자로 우리금융을 도약시키겠다는 임종룡닫기임종룡기사 모아보기 회장과 원팀을 이뤄 우리은행의 기업금융 영업력을 극대화하고 계열사 간 시너지를 최대한으로 이끌어낼 수 있는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취임 첫 해 선제적 비용 처리 후 올해 기업금융 중심 고속 성장
조병규 행장의 취임 첫해인 지난해 우리은행의 당기순이익은 전년 보다 13% 감소한 2조 5159억원이었다. 민생금융지원 등 일회성 비용과 금융시장 불확실성에 따른 선제적 비용 등이 발생한 영향 때문이다. 올 상반기에는 분위기가 바뀌었다. 우리은행의 올해 상반기 당기순익은 1조674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7% 증가했다. 지주 설립 이후 최대 반기 실적 기록이다. 특히 2분기 말 당기순이익은 8840억원으로 전분기보다 45% 급증했다.
실적 반등을 이끈건 조 행장의 강점인 ‘기업금융’ 부문이다. 우리은행의 올해 2분기 말 기준 대기업 대출은 52조2020억원, 중소기업 대출은 130조735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분기 대비 각각 7.7%, 3.0% 증가한 수치다. 전년 동기와 비교했을 때는 대기업 대출이 약 27%,, 중소기업 대출이 9.2% 늘었다.
순이익 증가율로 보면 신한은행이 22.2%로 가장 높았고 이어 우리은행이 높았다. NH농협은행 순이익은 같은 기간 1.6% 증가에 그쳤고,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과 19.0%, 4.8% 각각 감소했다.
이번 우리은행의 최대 실적을 이끈 것은 기업금융이다. 우리은행의 기업대출은 지난해 말보다 6.1% 증가한 313조6720억원을 기록했다. KB국민은행의 기업대출이 2.0%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증가 속도가 빠른 모습이다.
이를 바탕으로 우리은행의 자기자본이익률(ROE)도 크게 개선됐다. 대표적인 은행 수익성 지표인 ROE는 올해 상반기 12.56%를 기록했다. 전분기보다 0.6%p 상승했고, 전년동기대비 1.05%p 증가했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9월 '우리은행 기업금융 경쟁력 강화' 기자간담회를 열면서 '기업금융 명가' 재건을 위한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이 지난해 3월 취임한 이후 기업금융 확대에 대한 의지를 보여왔고, 이에 기업금융 전문가인 조 행장을 지난해 7월 행장에 낙점하면서 1년 만에 가시적 성과를 낸 것으로 평가된다.
조 행장도 지난 7월 열린 '2024년 하반기 경영전략회의'에서 "올해 시중은행 중 '당기순이익 1등' 목표가 변함없다"며 "상반기 당기순이익 1조6735억원의 역대 최대 반기 실적을 바탕으로 넥스트 레벨(Next Level)로 도약하자"고 강조했다.
이를 위한 ▲기업금융명가 재건 ▲개인금융 경쟁력 제고 ▲글로벌사업 레벨-업 등 하반기 세부추진계획을 제시했고, 불확실한 금융환경이 계속되겠지만 '선택과 집중'을 통해 실질적 성과를 만들어내자고 주문했다.
성과를 뒤엎은 내부통제 부실 논란
기업금융 성장을 바탕으로 역대 최대 반기 실적을 기록한 조병규 회장은 이러한 공로가 아닌 ‘과실’로 연일 주목받고 있다. 지난 6월 우리은행에서 100억원대 횡령 사고가 발생했다. 우리은행 경상남도 김해 지점 직원 A씨는 올해 초부터 최근까지 대출 신청서와 입금 관련 서류를 위조하는 방식으로 약 100억원의 대출금을 빼돌렸다. 경찰은 A씨가 가상화폐와 해외 선물 등에 투자해 40억원가량의 손실을 본 것으로 파했다.
우리은행은 자체 내부통제 시스템을 통해 이번 사고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여신감리부 모니터링을 통해 대출 과정에서의 이상 징후를 포착하고, A씨에게 소명을 요구하자 A씨는 전날 경찰에 자수했다.
우리은행 직원의 대규모 횡령 사고는 불과 2년 만이다. 지난 2022년 4월에는 우리은행 기업개선부 소속 차장급 직원이 비밀번호와 직인을 도용해 무단으로 결재 및 출금하는 방식으로 712억원가량을 횡령한 사건이 적발된 바 있다. 해당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직원은 징역 15년이 확정됐다.
해당 사건 후 금감원은 2022년 11월 은행 내부통제 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해당 방안은 준법 감시부서 인력 및 전문성 확충, 장기근무자 비율 제한, 명령 휴가 및 직무분리 확대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한다. 금감원은 지난해 3월 말까지 은행 내규에 이를 반영하고 같은해 상반기까지 관련 전산시스템도 마련하도록 했다.
사건 발생 후 조 행장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강화된 내부통제 시스템을 통해 자체적으로 사고를 막을 수 있었지만, 원천적으로 막지 못한 데는 아직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며 "이번 사건에 대해 철저히 파악하고 부족한 부분은 개선해 재발을 방지하겠다"고 전했다.
이어 "모든 임직원에게 내부통제에 대한 실효성 있는 교육을 해 앞으로는 이런 일이 절대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며 "내부통제를 더욱 강화하는 계기로 삼겠다"고 강조했다.
이후 하반기 경영전략 회의에서도 윤리의식에 대한 당부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금융의 본질인 '신뢰'가 흔들리지 않도록 전 임직원이 자기 직무에 대한 엄중한 인식과 강한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금융 및 우리은행의 반성 및 변화하는 모습에 사건이 일단락되는 듯 했으나 더 큰 문제가 터졌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6월 착수한 검사에서 손태승닫기손태승기사 모아보기 전 회장의 친인척을 대상으로 우리은행이 내준 350억원 규모의 특혜성 부당대출 혐의를 적발했다. 우리은행은 '여신심사 소홀'로 인한 대출 부실인 만큼 금융사고가 아니여서 금감원에 보고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금감원으로부터 철퇴를 맞았다.
이복현닫기이복현기사 모아보기 금감원장은 부당 대출 혐의 적발 이후 한 방송에 출연해 "금융지주 회장 내지는 은행장 등 고위 내부자들의 윤리 의식을 국민들이 수용할 수 있는지 감독당국이 봐야 할 시점"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금감원은 이 사건에 대해 우리은행이 감독당국 보고, 자제감사 등 즉각적인 대처를 하지 않았다는 점을 핵심 문제로 여기고 있다.
금감원이 파악한 바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해당 대출 건을 담당한 임 본부장 퇴직 이후인 올해 1월 자체감사에 나섰으나, 감사종료와 임 본부장 면직 등 감사결과를 감독당국에 보고하지 않았다. 금감원은 지난 5월경 제보 등에 따라 우리은행에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하고 나서야 이 같은 감사결과를 전달받았다.
우리은행은 보고할 의무가 없는 사항이었다는 입장이다. 여신 심사소홀에 따른 부실에 해당하므로 금감원에 보고할 의무가 없었고 당시 뚜렷한 불법행위도 발견되지 않아 수사의뢰도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금감원은 위법행위라며 선을 그었다. <금융기관검사및제재에관한규정> 40조에 따르면 금융기관은 자체감사 중 긴급을 요하거나 중대한 위법·부당행위가 발견된 때에는 지체 없이 그 내용과 처리의견을 감독원장에게 보고해야 한다.
또같은 규정 41조에서 금융기관은 그 소속 임직원이나 소속 임직원 이외의 자가 위법·부당한 행위를 함으로써 당해 금융기관 또는 금융거래자에게 손실을 초래하게 하거나 금융질서를 문란하게 한 경우에는 이를 즉시 감독원장에게 보고토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임종룡 회장을 비롯한 조병규 행장은 이번 부당대출 건과 관련해 징계 혹은 제재를 받을 수도 있다. 같은 규정 41조 2항에 따르면 금융사고 보고를 고의로 지연하거나 숨긴 자에 대하여도 금융사고에 관련이 있는 임직원에 준해 처리한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손 전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 사태에 대해 직접 고개를 숙인 바 있다. 그는 "조사 혹은 수사 결과가 나오면 저와 은행장을 포함한 임직원은 그에 맞는 조치와 절차를 겸허하게 따를 것"이라고 했다.
홍지인 한국금융신문 기자 helena@fntimes.com
[관련기사]
가장 핫한 경제 소식! 한국금융신문의 ‘추천뉴스’를 받아보세요~
데일리 금융경제뉴스 Copyright ⓒ 한국금융신문 & FNTIMES.com
저작권법에 의거 상업적 목적의 무단 전재, 복사, 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