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신 회장은 지난 3일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원롯데 식품사 전략회의’를 주재했다. ‘원롯데 식품사 전략회의’는 한국과 일본 롯데 식품사 경영진이 모여 협력 방안을 모색하는 협의체다. 첫 안건으로는 롯데웰푸드 대표 브랜드인 빼빼로였다.
롯데는 빼빼로를 포함해 한국과 일본 양국의 대표 브랜드 상품을 메가 브랜드로 육성하자는 데 뜻을 모았다. 구체적으로 ▲해외 시장 공동 마케팅 ▲해외 유통망 효율화 ▲신제품 관련 양국 교차 지원 활동 등을 모색한다. 해외에서 한국 상품, 일본 상품이 아닌 ‘롯데 상품’으로 일원화하겠다는 것이다. 롯데라는 브랜드를 해외 소비자들에 각인시켜 직접 소통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롯데는 또 한국과 일본 양국의 대표 브랜드의 글로벌 경쟁력을 분석해 유통망을 효율화하기로 했다. 신제품 출시에 앞서 한국과 일본에서 동시에 ‘테스트 베드(Test bed·시험장)’를 진행하는 등 상호 협력한다.
빼빼로는 지난 1983년 4월 출시된 제품이다. 당시 기다란 막대 과자 위에 초콜릿으로 코팅해 이목을 끌었다. 출시 첫해 매출이 44억 원, 이듬해 94억 원을 기록하면서 급속도로 성장했다. 최근 3년간 매출에서도 성장세를 그려 40여 년 탄탄대로다. 구체적으로는 ▲2021년 1460억 원(수출 290억 원) ▲2022년 1700억 원(수출 350억 원) ▲2023년 2020억 원(수출 540억 원)이다. 올해의 경우 상반기 기준 639억 원으로, 전년(594억 원)보다 7.6% 상승했다.
신 회장이 제시한 '빼빼로 1조' 달성을 위해서는 지금의 5배 이상 키워야 한다. 롯데웰푸드는 이에 올해 초부터 인도에 해외 첫 빼빼로 생산공장을 짓는 등 발 빠른 대응에 나섰다. 이창엽 롯데웰푸드 대표가 인도로 날아가 ‘롯데 인디아’ 법인의 하리아나 공장 유휴 부지에 빼빼로 생산라인을 짓기로 한 것이다. 롯데웰푸드는 21억 루피(한화 330억 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오리지널 빼빼로, 크런키 빼빼로 등 인도 현지인들에 인기가 높은 제품을 주력 생산한다. 특히 인도는 유소년 인구가 3억600만 명에 달해 제과업계에선 떠오르는 신흥시장이다. 롯데 인디아 매출도 2022년 929억 원에서 지난해 1075억 원으로 가파르게 성장 중이다.
빼빼로 매출에선 빼빼로데이 특수를 빼놓을 수 없다. 롯데웰푸드는 현재까지 해외에 빼빼로 생산기지가 없다. 인도 빼빼로 공장은 내년 중반 가동을 목표로 한다. 이에 빼빼로 해외 비중은 국내에서 생산해 수출하는 액수로 집계된다. 다만, 빼빼로 매출의 70%가 하반기 빼빼로데이에 집중되는 만큼 글로벌 마케팅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롯데웰푸드 빼빼로 상반기 매출에서 해외 비중이 절반이 넘는데, 하반기 들어 국내에서 빼빼로데이 특수로 해외 비중이 20%대로 축소되기 때문이다. 롯데웰푸드가 해외에서도 빼빼로데이 마케팅에 집중하는 이유다.
빼빼로데이는 1990년대 중반부터 부산, 경남지역 여중생 사이에서 유행하던 문화였다. 11월에 여중생들이 빼빼로를 주고받으며, ‘서로 날씬해지자’라는 의미를 담은 것이 하나의 트렌드로 파생된 것이다. 국내에서는 빼빼로데이를 모르면 간첩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발렌타인데이(2월 14일), 화이트데이(3월 14일)와 함께 유통업계 대목으로 손꼽힌다. 실제로 10월 말에서 11월이 되면 편의점이나 대형마트 진열대는 빼빼로로 빼곡하다. 만약 롯데웰푸드가 이러한 빼빼로데이를 해외로 전파한다면 빼빼로 매출 1조 달성은 의외로(?) 일찍 실현될 수 있다.
롯데웰푸드는 지난 2020년부터 해외에서도 빼빼로데이가 기념일로 정착되도록 캠페인을 전개했다. 특히 최근에는 인기 걸그룹 뉴진스와 함께 빼빼로데이 마케팅을 펼쳐 보였다. 올해에는 빼빼로데이 슬로건으로, ‘Show your love with Pepero(빼빼로로 사랑을 나누세요)’를 내세웠다. 빼빼로데이 핵심 가치인 ‘나눔’을 글로벌 소비자들도 인지할 수 있도록 명확하게 설정한 것이다. 아울러 11월 11일이 한국에선 ‘빼빼로데이’로 불린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러한 캠페인은 미국, 싱가폴, 필리핀, 멕시코 등 K-팝 강세 15개 국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된다. 온라인에서는 뉴진스가 출연하는 빼빼로데이 디지털 콘텐츠를 선보인다. 이 역시 빼빼로라는 제품보다는 빼빼로데이에 착안했다. 전체 내용도 11월 11일, 빼빼로를 주고 받는 한국의 문화를 소개하는 것에 집중했다.
롯데웰푸드는 패션 브랜드 ‘랩(LAP)’과 콜라보, 빼빼로를 새긴 티셔츠도 만들었다. 1020세대 젊은 여성층을 타깃으로, 빼빼로 로고가 박힌 의류 7종이 공개됐다. 미국에서는 스낵 플랫폼 ‘Try the World’에 빼빼로를 입점시켰다. 이 플랫폼은 월평균 구독자가 1만 명으로, 매달 8~9종의 세계 과자를 미국 현지인들에 소개한다. 롯데웰푸드는 현지에서 인기가 높은 아몬드 빼빼로를 주력으로 점차 자사 브랜드를 폭넓게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또한, 롯데웰푸드는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들을 위해 ‘빼빼로 에디션’을 새롭게 꾸렸다. 제품 디자인에서도 한글 초성과 우리나라의 전통 자개장, 광화문, 단청 꽃문양을 넣어 세련미를 더했다. 아울러 롯데웰푸드는 제품 포장지 뒷면에 현재 시판 중인 빼빼로 6종에 대한 설명을 넣었다. 최근에는 빼빼로데이를 글로벌로 전파하기 위한 바이럴 마케팅에도 힘을 줬다. 유튜버 등 크리에이터 11명을 모집해 ‘빼빼로데이 알리기’에 나선 것이다. 구독자 4240만 명을 보유한 미국 유튜버 토퍼길드도 합류했다. 크리에이터들이 제작한 빼빼로데이 영상은 미국, 베트남, 인도, 카자흐스탄 등 빼빼로 주력 국가로 송출된다.
롯데웰푸드 관계자는 “올해 빼빼로 글로벌 앰버서더로 걸그룹 뉴진스를 재발탁하는 등 해외 마케팅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면서 “한국의 빼빼로데이를 아이디어 넘치는 글로벌 크리에이터들과 함께 세계인의 기념일로 알리겠다”고 다짐했다.
손원태 한국금융신문 기자 tellme@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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