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는 전력을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사용할 수 있는 장치를 말한다. 태양광, 풍력 등과 같이 생산이 균일하지 않은 신재생 에너지의 경우 저장과 활용을 위해 ESS는 필수 장치로 꼽힌다. 다만 잇단 화재 사건으로 보급이 원활치 않았다.
10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SK엔무브는 이런 성과를 담은 '액침냉각 ESS 기술' 설명회를 열었다. 액침냉각 ESS 기술은 리튬이온 배터리 모듈에 냉각 플루이드를 채워 화재를 원천 차단한다. 기존에 알려진 배터리 냉각 방식은 공랭과 수랭인데, 두 방식 모두 각각 에어컨과 차가운 물로 '간접' 냉각하는 식이다. 반면 액침냉각 ESS는 절연액으로 '직접' 냉각해 냉각 효율을 높이는 장점이 있다.
이날 행사는 한화와 SK가 진행하는 첫 콜라보 행사로 진행됐다. 한화에서는 손승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에너지시스템센터장이, SK에서는 서상혁 SK엔무브 e-Fluids B2B 사업실장이 직접 발표를 담당했다.
그는 두 가지 궁금증에 대해 명쾌한 답변을 내놓았다. '방산 및 항공우주 회사가 배터리를 만드는 이유'와 '액침냉각 ESS가 정말 화재를 예방하고 소화할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이다.
손 센터장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8년째 배터리 팩을 개발하고 있다"며 "2016년 '장보고-Ⅲ(KSS-III)'에 들어가는 배터리 팩을 개발했고, 2022년 완료해 현재 1번함과 2번함을 양산 중에 있다"고 말했다. 이어 "2021년에는 민수 선박에 들어가는 배터리 팩을 개발했다"며 "현재 국내 시장에서 마켓셰어(시장점유율) 1위를 달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배터리 셀(Cell)을 수급해 배터리 팩을 만든다. 손 센터장은 "배터리 팩 안전성 검증은 3단계로 이뤄지는데 레벨 3는 궁극의 안전성"이라며 "내년 말 개발을 목표로 하는 선박 3개 모두 레벨 3인데, 액침 기술이 적용돼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액침냉각 ESS는 배터리 셀 하나가 발화해도 내부에서 차단하기 때문에 다른 셀에 영향을 주지 않아 화재 예방이 가능하다. 냉각 플루이드로 내부를 완전히 채워 외부 먼지와 염분 등 유입을 원천 차단해, 내부 손상으로 화재가 발생할 가능성도 적다.
그는 "화재 3요소는 불꽃, 기름, 산소"라며 "이 중 한 가지만 제거하면 불이 나지 않는데, 액침이 3요소를 완벽히 제거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액침이 있으면 화재를 내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액침냉각 ESS 주요 모델인 'SEAL'은 글로벌 인증 기관인 노르셰베리타스(DNV)와 한국선급(KR)에서 안전성 인증을 획득했다.
한화 측에 따르면 액침냉각 ESS는 직접 냉각으로 별도 냉각 장치가 필요 없으며, 공기 대비 절연내압이 3.5배 높아 화재를 예방한다. 절연액이 먼지와 부식, 결로를 막아 절연이 파괴될 확률을 줄인다. 그런데도 불이 나면 특수밸브가 폭발을 방지한다. 화재 구속과 절연 후 냉각으로 불을 즉각 소화할 수 있다.
비용 측면에서 손 센터장은 "절연액이 들어가기 때문에 기존 방식보다는 비용이 더 든다"며 "다만 자연 냉각이라는 점과 수랭관과 에어컨 등 부가적 유지 장치가 불필요해 여기서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해양수산부 산하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KRISO) 전기추진선박에 액침냉각 ESS를 공급해 실증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배터리 팩 화재 위험에 대한 안전성도 확보한 상태이며, 액침형 ESS를 적용한 차도선도 운항 중이다. 개발이 완료된 제품 1개와 개발 중인 제품 3개 모두 액침형 ESS가 적용되며, 앞으로 회사가 판매하는 모든 제품에 이 기술을 넣어 공급하겠다는 방침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오는 2030년까지 10조원 규모의 친환경 선박 ESS 시장에도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8월 새로운 형태 모빌리티(이동수단) 동력체계 시장에 뛰어들겠다고 발표한 지 1년 여만이다.
윤활유 전문기업 SK엔무브는 이날 액침냉각 기술 핵심소재인 냉각 플루이드 기술을 소개했다. SK엔무브는 지난해 10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선박용 액침형 ESS 사업 확대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바 있다.
서상혁 실장은 "3년 전부터 한화와 공동으로 기술 개발을 하고 있다"며 "냉각 성능과 화재 방지에 대한 컴포넌트(Component, 부품)를 개발하고 있다"고 전했다.
냉각 플루이드는 액침냉각 기술 핵심 소재다. 모듈 내부에서 전기가 통하지 않게 하고 열을 식혀주는 역할을 한다. SK엔무브는 국내 최초로 해당 분야에 진출한 기업이다. 지난 2022년부터 데이터센터와 전기차 등 육상에서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서 실장은 "SK엔무브의 세계적 고급기유 기술을 바탕으로 차별화한 첨가제를 활용해 화재 예방 성능을 극대화하는 기술을 개발하겠다"고 말했다. 냉각류 교체 주기에 대해선 "아직 상업화하지 않아 제시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신혜주 한국금융신문 기자 hjs0509@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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