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B자산운용은 올해 하반기부터 ETF 리브랜딩에 나선다. 아직 세부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지난해 ETF 리브랜딩 관련 입찰제안요청서(RFP)를 공고한 후 지난 3월에는 업체 선정까지 마친 상태다.
더불어, KB자산운용은 치열해진 ETF 경쟁 속에서 업계 3위 자리를 유지하기 위한 갖은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지난해 말 김영성 대표가 취임한 후 KB운용은 ETF 경쟁력 강화를 위한 조직개편부터 나섰다. 기존 ETF마케팅본부와 ETF운용본부를 ETF사업본부로 통합하고 본부 산하에 ▲마케팅실 ▲운용실 ▲상품실 등으로 세분화해 재편했다. 본부장은 김영성 대표가 직접 영입한 김찬영 전 한투운용 디지털ETF마케팅본부장이 맡았다. 지난 5월부터는 노아름 전 키움투자자산운용(대표 김기현) ETF운용팀장이 KB운용 ETF운용실장으로 새롭게 합류했다.
투자자들에게 KB자산운용 브랜드를 알리기 위한 마케팅 비용도 대폭 늘렸다. KB운용은 지난 1분기 광고선전비로 5억5455만원을 지출했다. 이는 전년 동기(2억7474만원)보다 101.85% 증가한 수준이다.
또한 KB자산운용은 리브랜딩을 진행하며 ETF 상품의 차별성도 강화할 계획이다. 그동안 시장에서는 KB자산운용이 점유율 부진을 겪는 까닭으로 상품 차별성의 부재를 꼽았다.
또한 KB자산운용이 기존에 운용 중인 전체 상품군 중 국내 주식형 ETF에 편향된 점도 부진의 요인으로 꼽혔다. 지난 12일 기준 KB자산운용의 전체 122개 상품 중 국내 주식형 ETF는 44개에 달했다. 반면 해외주식형 ETF는 23개로 국내 주식형 상품의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이에 KB자산운용은 리브랜딩의 연장선상으로 오는 26일 50억원 미만의 ‘좀비 ETF’ 14종을 대규모로 상장 폐지하는 강수를 뒀다. 국내 ETF 시장에 너무 많은 상품이 출시되면서 발생가능한 투자자의 혼동을 줄이고 제대로 된 관리가 어려워서 사실상 방치된 소규모 ETF를 과감하게 정리하는 등 ‘선택과 집중’에 나서겠다는 취지다.
KB자산운용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부터는 KB자산운용만의 강점을 살려 상품 라인업에 차별성을 두고 다양화하는 방향으로 가겠다” 며 “상대적으로 부족하다고 평가받는 해외주식형 상품군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KB자산운용이 ETF 시장 점유율 확보에 열을 올리게 된 배경은 업계 4·5위 운용사들이 매섭게 추격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이사장 정은보닫기정은보기사 모아보기)에 따르면 지난 11일 기준 국내 ETF 시장의 순자산총액은 147조8233억원으로 집계됐다. 국내 ETF 시장 규모는 지난해 6월 처음 100조원을 돌파한 후 급성장을 거듭해 150조원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운용사별 ETF 시장 점유율을 살피면 삼성자산운용(대표 서봉균)과 미래에셋자산운용(대표 최창훈, 이준용)이 각각 38.76%, 36.67%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 뒤를 KB자산운용(7.69%), 한국투자신탁운용(6.27%), 신한자산운용(2.91%) 등이 잇고 있다.
특히 이들 중 최근 1년 동안 한투운용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1년 전 한국투자신탁운용의 ETF 시장 점유율은 4.6%에 불과했지만 1.67%포인트(p)나 상승했다. 같은 기간 업계 1위인 삼성자산운용의 점유율은 3.3%p나 하락했다. 3위인 KB자산운용과의 격차는 4%대에서 1%대까지 좁혀졌다.
KB자산운용 관계자는 “최근 몇 년간 ETF 시장 점유율이 정체됐던 것은 사실이다”며 “KB자산운용도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연초부터 조직 개편을 통한 체질 개선에 나서는 등 단계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향후 부족한 부분은 개선하고 잘했던 부분은 그대로 유지해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전한신 한국금융신문 기자 pocha@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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