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보험, 증권 등 연금사업자 가운데 증권사에 큰 기회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미래에셋, 한투, NH 등이 적극 나서고 있다. 연금시장에서 AI(인공지능) 활용이 확대되는 만큼 주목된다.
자문 넘어 일임까지…퇴직연금 자산관리 영토확장
12일 금투업계에 따르면, 코스콤이 로보어드바이저 일임 운용 알고리즘 관련 신청을 받은 결과 2024년 5월 현재 28개사, 200개 알고리즘에 달했다. 로보어드바이저 기술업체가 알고리즘 심사만 신청하고, 컨소시엄으로 일임한 회사에서 시스템 심사를 신청시 2개사·1개 알고리즘으로 집계했다. 코스콤은 실무부서 중심으로 심사에 전력을 쏟고 있다. 코스콤 관계자는 "이르면 올해 6월 말 최종심의위원회를 열고 최종 심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며 "일정은 다소 변동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기획재정부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지난 2023년 7월 '서비스산업의 디지털화 전략'의 일환으로 퇴직연금 적립금에 대한 일임형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 규제 샌드박스 상정을 추진하겠다는 내용을 담아 정책 발표를 했다.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되면 매수·매도, 리밸런싱(자산재조정) 등 일임 서비스가 가능해진다. 단, 규제 샌드박스에 신청하려면 코스콤의 로보어드바이저 테스트베드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2000년대 초부터 퀀트분석 시스템인 ‘QPMS’를 구축해 펀드 운용에 활용해 왔다. 2017년부터는 ‘미래에셋합리적인AI글로벌모멘텀’ 등 AI 기술을 활용한 펀드도 운용 중이다. 국내 금융그룹 최초로 연금 선진국인 호주의 1위 로보어드바이저 전문 운용사인 ‘Stockspot(스탁스팟)’을 인수하기도 했다.
미래에셋증권(대표 김미섭닫기김미섭기사 모아보기, 허선호)도 코스콤에 로보어드바이저 테스트베드 심사 신청을 하고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2009년 퇴직연금 사업자 중 처음으로 퇴직연금 랩을 선보였다. 하지만 이후 2021년 고용노동부 법령 해석에 따라 판매를 중단했다.
NH-Amundi자산운용(대표 임동순)도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염두하고 코스콤의 심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한국투자증권(대표 김성환)은 앞서 코스콤 테스트베드 심사를 통과한 ‘한국투자증권 코비(글로벌자산배분)’ 로보어드바이저 알고리즘을 운영 중인데, 이와 동일한 알고리즘에 투자 유니버스를 퇴직연금으로 변경한 2개 로보어드바이저로 테스트베드 심사를 신청했다.
한국투자신탁운용(대표 배재규)은 일임형 로보어드바이저로 코스콤 테스트베드를 신청하여 6개 유형, 18개 알고리즘, 162개 계좌를 운용중이다. 2024년 말 상용서비스 개시를 목표로 자체 앱(APP)과 퇴직연금 사업자 연계 시스템도 개발하고 있다. 장기투자, 원화 투자자의 투자목적에 최적화된 포트폴리오 구축, 저비용 투자철학 실현을 표방한다.
대신증권(대표 오익근닫기오익근기사 모아보기)의 경우, 대신자산운용이 개발한 로보어드바이저 알고리즘으로 테스트베드 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신한투자증권(대표 김상태닫기김상태기사 모아보기)도 퇴직연금 로보어드바이저 자체 개발 및 콴텍 등 핀테크 업체와의 제휴를 통해 상품 및 플랫폼 개발 등을 진행하고 있다.
적립규모 상위 퇴직연금 사업자인 현대차증권(대표 배형근)의 경우 업체와의 제휴로 IRP(개인형퇴직연금) 부문에서 로보어드바이저 일임 서비스를 계획하고 있다.
하나증권(대표 강성묵)은 현재 로보어드바이저 관련 다수 업체와 제휴 등 협력을 하고, 시스템에 맞춰 개발을 추진하는 단계다.
상반기 중 코스콤에서 테스트베드 심사 결과가 나오면, 올해 하반기에 금투업권에서 퇴직연금 일임형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 출시가 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수익률, 안정성 등 실증 특례 성과를 고려해 퇴직연금 투자일임 서비스를 제도화하는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촘촘한’ 법·제도 전제돼야 로보일임 활성화
퇴직연금 적립금 운용에 대한 건의는 오랜기간 금투업계의 주요 화두였다. 금투업계는 일임형 로보어드바이저 도입 추진에 반색하고 있다.전반적으로 연금시장 활성화 측면에서 추가적인 요청 사항들이 나왔다.
금투업계 관계자는 “위험자산 투자한도(70%)를 고려한 적극적인 한도 부여를 통해 퇴직연금 가입자의 운용 자율성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금투업권 관계자는 "일임형 로보어드바이저가 도입되면 복수계좌를 허용해서 할지, 기존계좌에서 가능하게 할 지 등 관련한 법/제도적으로 아직 확정된 게 없어서 시스템 개발 측면에서는 애로사항이 있다"고 밝혔다.
한 금투업계 관계자도 "로보어드바이저로 운용하는 자금에 한해서 1사 1개 IRP(개인형퇴직연금) 계좌보유 제한에 예외를 둔다든지 하는 방안으로 제도 활성화를 유도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다른 금투업계 관계자는 "제도가 아직 확정되지 않아 개발이 늦어지고 있다"며 "가이드라인 등 제도적으로 퇴직연금 사업자들이 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협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퇴직연금 로보어드바이저를 통한 일임 수수료 수취 문제, 투자일임계약 때 투자성향 조사 등 가입절차 관련 문제 등도 살펴볼 만한 주제로 꼽았다.
로보어드바이저의 기반이 되는 AI(인공지능)의 장단점을 잘 파악하고 활용할 필요가 있다. 로보어드바이저를 통한 투자 운용은 휴먼(human) 매니저의 경험, 직관, 감정, 판단에 좌우되지 않고, 철저하게 데이터를 토대로 자산배분 솔루션이 제공된다는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상승장에서 수익률이 제한적인 것은 단점처럼 지적되기도 한다. 반대로 하락장에서는 상대적으로 방어력이 높은 게 이점이다.
노성호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금융산업에서의 인공지능(AI) 활용 방안에 따른 리스크 요인 분석' 리포트(2023년 7월)를 통해 "현대적인 AI의 급속한 성장은 데이터의 외연적 확장과 알고리즘의 발달에 힘입어 이뤄졌고, 각 요소에 대응되는 근원적 리스크 요인으로 데이터의 정보적 연관성과 결과의 해석 가능성 저하라는 부정적 측면도 동시에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노 연구위원은 "AI의 결과물에 대한 법적 책임과 규제 체계의 확립은 잠재적 위험을 내재화해 책임 있는 AI 개발 및 활용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정선은 기자 bravebambi@fntimes.com, 전한신 기자 pocha@fntimes.com
[관련기사]
가장 핫한 경제 소식! 한국금융신문의 ‘추천뉴스’를 받아보세요~
데일리 금융경제뉴스 Copyright ⓒ 한국금융신문 & FNTIMES.com
저작권법에 의거 상업적 목적의 무단 전재, 복사, 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