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명의 증권사 리서치센터 사령탑 중 6명, 즉 60% 가깝게 AI 혁명에 따른 수혜 산업, 융합·시너지 기대 산업으로 '헬스케어(health care)'를 지목했다. 이어 ▲금융 ▲로봇 ▲운수(자동차 포함) 및 물류 ▲반도체 ▲에너지 ▲클라우드 순으로 기대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AI는 ‘가지 않은 길’…“수익모델 구축 관건”
6일 한국금융신문이 KB증권(대표 이홍구, 김성현), 대신증권(대표 오익근), 삼성증권(대표 박종문), 신한투자증권(대표 김상태), 하나증권(대표 강성묵), 이베스트투자증권(대표 김원규), 키움증권(대표 엄주성), 한화투자증권(대표 한두희), 신영증권(대표 원종석, 황성엽), 현대차증권(대표 배형근) 등 국내 증권사 10곳의 리서치센터장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AI에 대한 설문조사를 종합하면, 먼저 'AI의 산업적 기회요인, 게임 체인저의 조건은 무엇인가' 질문에 대해 다수의 센터장들이 AI 기술의 산업적 잠재력이 크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AI의 산업적 기회 요인은 효율성 증대와 새로운 가치 창출에 있다고 판단된다”며 “작업자동화, 의사결정 지원 등을 통해 산업의 효율성을 크게 향상시키고, 맞춤형 서비스, 예측 분석 등 기존에는 불가능했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특히, 김동원 본부장은 “게임체인저가 되기 위해서는 AI 기술의 우위성도 중요하지만, 해당 기술을 사업화할 수 있는 비즈니스모델과 실행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일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AI를 통해 데이터 처리, 의사결정 지원, 반복적인 작업에서 효율성이 향상되고, 질병진단, 치료계획 개발, 환자관리 등에서 혁신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며 "또 고객경험을 개선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새로운 산업이 등장할 수 있는 것도 기회 요인"이라고 제시했다. 김영일 센터장은 게임체인저의 조건으로 혁신적인 기술 개발, 상당한 투자가 가능한 자본력, 시장과 고객의 이해, 유연성과 적응력을 키워드로 꼽았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극단적 효율성의 제고에 주목한다"고 말했다. 김학균 센터장은 "AI는 많은 전기를 사용하는 등 코스트(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프로세스이고, 데이터 소유권의 법적 이슈도 있다”며 “수익모델 구축이 게임체인저의 조건이 될 것이다"고 판단했다.
윤창용 신한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AI 발(發) 대규모 투자는 결국 생산성을 높이는 게 목적이며, AI 투자의 가장 큰 이유는 효율성과 생산성이다"며 "생산성은 저출산 및 고령화, 인력 부족, 인건비 상승, 구조적 저성장 등 다양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윤창용 센터장은 “또 AI는 투입 비용 대비 효율을 높이므로, 국가, 기업 경쟁력과도 연관이 있다”며 “대규모의 장기적인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현재 주도권을 가진 기업들이 계속 주도권을 가질 확률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종형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AI의 산업적 기회 요인은 공급이 기존에 없던 새로운 수요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인 것 같다”고 말했다. 아이폰을 사례로 들었다. 이종형 센터장은 “아이폰이 처음 나왔을 때 스마트폰이라는 신제품의 공급이 생기면서 폭발적인 수요로 연결되며 다양한 산업들이 발전했던 것처럼, AI 산업 또한 기존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새로운 기능들이 나오면서 폭발적인 수요 성장과 연관 산업의 성장을 이끌 것으로 기대된다”고 판단했다. 이 센터장은 게임체인저 기업의 조건에 대해서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독창성이 가장 중요한 조건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황성택 하나증권 리서치센터장은 “AI의 산업적 기회 요인은 반도체 산업의 대체불가능성이다”며 “생성형 AI의 뇌관이라고 불리는 초거대 LLM(대형언어모델)과 이를 실행하기 위한 클라우드 데이터센터에는 막대한 GPU(그래픽처리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황성택 센터장은 “LLM, 클라우드를 서비스하는 아마존,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는 CAPEX(설비투자)를 지속적으로 늘리고 있다”며 “현재 엔비디아가 GPU 시장을 선도하고 있으며, SK하이닉스는 공급을 진행 중이고 삼성전자는 테스트 중으로, 뿐만 아니라 벤더사(vendor)들까지도 수혜가 예상된다”고 판단했다.
박영훈 한화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자동화 및 효율성 향상, 데이터 분석 및 인사이트(통찰력) 추출, 개인화 및 맞춤형 서비스, 지능형 로봇과 자율시스템, 의료 이미지 분석 등 헬스케어, 에너지 관리 및 지속가능성이 AI의 산업적 기회 요인이라고 본다"고 제시했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AI는 생산성 혁신과 인간 대체를 통해 전반적인 사회와 고용시장을 크게 변화시킬 것으로 예상한다"고 제시했다.
AI의 ‘나비효과’…산업 전방위 시너지 UP
리서치센터장들은 'AI 혁명에 따른 수혜 산업, 융합 시너지 기대 산업은 무엇인가' 질문에 대해서는 대체로 공통분모를 형성했다. 최다 응답은 '바이오/헬스케어'였다. 총 10명 중 6명이다. KB 김동원·대신 김영일·삼성 윤석모·신한 윤창용·이베스트 신중호 센터장이 복수응답(3개) 중에서도 최우선으로 꼽았고, 하나 황성택 센터장도 톱3 안에 포함했다. 신한 윤창용 센터장은 "진단, 수술, 임상시험 등 헬스케어 산업에서 AI를 통한 비즈니스 확장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며 "신약 개발에 AI를 적용함으로써 약물 개발 비용 및 기간을 줄이기 위한 전략들이 추진되고 있고, 로봇수술에서도 현재 AI를 활용해 수술의 정밀도를 제고하는 수준에 도달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금융업도 4명의 리서치센터장(KB·대신·삼성·이베스트)이 AI 수혜 산업·기업군으로 포함해서 상위를 차지했다. KB 김동원 본부장은 "금융은 고객분석, 리스크관리, 투자의사결정 등 금융 업무전반에 활용 가능하며, 특히 로보어드바이저 등 AI 기반 금융서비스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로봇(삼성·신한·키움·현대차)의 경우에도 4명의 센터장으로부터 주목할 만한 산업군으로 뽑혔다. 삼성 윤석모 센터장은 “AI가 로봇의 기술적인 바틀넥(bottleneck, 장애물)을 해결했다”고 설명했다.
자동차(대신)를 비롯, 운수 및 물류(키움·이베스트)가 총 3명으로 뒤를 이었다. 대신 김영일 센터장의 경우, ▲자동차-통신 ▲소매-사물인터넷(IoT) ▲에너지-환경기술을 짝지어 '어깨동무' 시너지 기대 산업으로 지목하기도 했다. 대신 김 센터장은 "자동차와 통신의 경우, 차량 간 통신, 차량과 인프라 간 통신 개발로 자율주행 산업을 촉진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반도체(하나·한화·현대차)도 3명 리서치센터장이 AI 수혜 산업으로 꼽혔다. 하나 황성택 센터장은 “반도체는 생성형 AI 밸류체인의 가장 기본으로, 어느 빅테크(big tech)가 향후 시장을 선도하더라도 수혜를 볼 수 있어서 융합 시너지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에너지(KB·한화), 클라우드(하나·한화)는 각각 2명의 센터장이 AI 수혜·융합 시너지 산업으로 지목했다.
하나 황성택 센터장은 “클라우드는 생성형 AI의 모델을 학습시켜야 하는 개발사, 자체 클라우드를 보유하지 않고 생성형 AI를 이용하고자 하는 고객사 모두에 필수적인 요소이다”고 설명했다.
KB 김동원 본부장은 "AI로 인해 에너지 사용량이 폭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에너지 업종 내에서도 수요를 예측하고 공급을 최적화하는 등 산업 혁신이 일어날 것이므로, AI와 융합시너지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 밖에 엔터테인먼트, 국방, IT 등도 주목할 만한 AI 시너지 산업으로 거론됐다. 특히, 특정 산업을 지목하지 않은 답변도 나왔다. 신영 김학균 센터장은 “AI는 모든 산업의 의사결정 메커니즘을 바꾸는 일이다”며 “딱히 특정 산업에만 수혜가 있지는 않을 것이다”고 전망했다.
정선은 기자 bravebambi@fntimes.com, 전한신 기자 pocha@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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