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투자업계 여성이사 비율이 10명 중 1명 수준으로, 여전히 유리천장은 견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여성 CEO(최고경영자)가 사령탑인 국내 증권사는 현재 전무(全無)한 상태다.
자본시장법 상 의무 기준에 따라 상장사인 대형 증권사는 여성이사 비율을 일정 수준 이상 확보하고 있는 경우가 대다수다. 하지만 이마저도 사외이사에 국한된다. 이사회의 성별 다양성이 크게 미흡하다고 할 수 있다.
‘가뭄에 콩 나는’ 금투업계 여성이사
21일 금융감독원·금융투자협회에 공시된 사업보고서 및 지배구조연차보고서, 한국금융신문 이사회 인물뱅크 등을 종합하면, 국내 자기자본 톱25 증권사(12월 결산법인 기준)의 이사회 멤버는 2024년 3월 정기주주총회 반영 기준 총 161명으로 집계됐다.국내 증권사의 전체 이사 중 성별을 살피면 남성은 91.3%(147명)로 압도적이었다. 여성이사의 비중은 8.7%(14명)에 그쳤다.
반면, 현재 남성이사로만 구성된 증권사는 KB, 교보, 유안타, 하이, 현대차, BNK, IBK, 유진, 이베스트, DB, 부국, 유화, 한양 등 13곳에 달했다.
운용자산 기준 톱10 자산운용사의 이사회 멤버수는 총 59명이다. 이들 자산운용사의 이사회 성별 비중 역시, 남성이 93.2%(55명)로 압도적이었다. 반면, 운용사의 여성이사 비율은 6.8%(4명)에 불과했다.
톱10 중 여성이사가 포함된 자산운용사는 신한, NH-Amundi, 한투 등 3곳이다. 반면, 삼성, 미래에셋, KB, 한화, 키움, DB, 교보악사 등 7곳은 여성 이사가 없었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최근 사업 연도말 현재 자산총액(금융회사의 경우 자본총액 기준) 2조원 이상인 상장회사는 이사회의 이사 전원을 특정 성(性)으로만 구성하지 않아야 된다'고 돼 있다. 이 같은 자본시장법 상 규정은 지난 2022년 8월부터 의무화됐다.
하지만, 금융회사 이사회의 기준으로 삼는 자본시장법에선 1인 이상 여성이사 규정을 위반한 회사에 대한 별도의 제재 규정은 갖고 있지 않다.
다만, 지배구조 모범규준상 ‘이사회는 기업에 적합한 경험 및 지식 등을 보유한 전문성을 가진 유능한 자로 구성되어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현재 국내 금융투자 회사의 여성이사들도 대체로 이 같은 전문성 기준에 부합하는 사외이사 중심인 것으로 풀이된다.
주요 증권사 여성 이사진의 면면을 살피면, 삼성증권의 경우 최혜리 사외이사(1965년생)는 법률 전문가다. 최 이사는 사법고시 33회로, 서울가정법원 판사, 정부법무공단 변호사 경력이 두드러지며, 현재 법무법인 산지 변호사다. 미래에셋증권 이사회에는 현 경희대 국제학과 교수인 이젬마 사외이사(1974년생)가 있다. 한국투자증권의 최수미 사외이사(1970년생)의 경우 현 충남대 경영학부 교수이다.
복수의 여성 사외이사가 있는 증권사도 있다.
한화투자증권은 이사회 총 5명 중 3명이 사외이사이고, 사외이사 중 여성은 2명, 남성은 1명이다. 문여정 사외이사(1979년생)의 경우 의사 출신 1호 벤처캐피탈(VC) 심사역이다. 문 이사는 연세대 의과대학을 졸업했으며 신촌세브란스 병원 체크업 계약교수로 근무하다가 2016년에 투자업계에 들어왔다. 그녀는 현재 IMM인베스트먼트 투자본부 전무이며, KAIST 바이오혁신경영전문대학원 겸임 교수다. 또 선우혜정 사외이사(1980년)의 경우 한국방송통신대 경영학과 학과장을 거쳐 현재 국민대학교 경영대학 부교수다.
SK증권의 경우, 이번에 KB증권 대표이사 출신인 박정림닫기박정림기사 모아보기 사외이사(1963년생)를 선임해 주목받았다. 박정림 이사는 2024년 3월 신규 선임됐으며, 오는 2027년 3월까지가 임기다. 안수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1969년생)도 SK증권의 사외이사다. SK증권 이사회는 총 9명인데 이 중 사외이사는 남성 3명, 여성 2명으로 구성돼있다.
이 밖에 NH투자증권 강주영 사외이사(아주대 e-비즈니스학과 정교수), 하나증권 지현미 사외이사(계명대 경영대학 회계학 교수), 메리츠증권 양재선 사외이사(법무법인 율촌 파트너 변호사), 신한투자증권 주소현 사외이사(이화여대 사회과학대학 소비자학과 교수), 키움증권 정주렴 사외이사(서울시립대 경영학부 부교수), 대신증권 조선영 사외이사(학교법인 광운학원 이사장), 다올투자증권 기은선 사외이사(강원대 경영회계학부 부교수)도 모두 여성이다.
신한자산운용은 총 6명의 이사회 멤버 중 2명이 여성 이사다. 고유선 기타비상무이사(1971년생)는 신한금융지주 미래전략연구소 소장을 겸직한다. 신선경 사외이사(1974년생)는 법무법인 리우 변호사로, 법조 관련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다.
NH-Amundi자산운용은 주승희 사외이사(1971년생)가 여성이사로, 주 이사는 현 덕성여대 글로벌융합대학 법학과 교수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의 이영주 사외이사(1972년생)도 여성이사다. 이영주 이사는 알리안츠, JP모건, 퀀타비움캐피털 등을 거치며 월스트리트에서 활동한 전문가로, 현 성균관대 교수다.
높아지는 글로벌 스탠다드…“여성인력 활용 필요”
외국계, IB(투자금융) 업계에서는 여풍(女風)이 강해서, 국내 증권사의 두꺼운 유리천장과는 대조적인 양상을 보이고 있다.하진수 JP모건증권 서울지점장이 2024년 3월말 신규 선임됐다. PEF(사모펀드) 운용사인 UCK파트너스의 신선화 파트너도 대표적인 여성이사로 꼽힌다. 또 EQT파트너스의 아시아 PE사업 부문인 EQT 프라이빗 캐피탈의 연다예 한국 대표도 대표적인 여성 임원으로 꼽힌다.
박준성 한국ESG기준원 연구원은 '국내 상장회사 이사회의 다양성과 전문성 현황'(2023년 11월) 리포트를 통해 "과거에 비해 이사회 성별 다양성이 향상된 모습을 보이고 있으나, 이사회 구성 및 운영의 다양성 측면이라기보다 자본시장법 규제 준수라는 최소한의 의미에서 접근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의 기업지배구조 원칙 개정, 유럽연합(EU)의 사외이사 성별 균형 개선에 관한 지침 등 국제적으로 이사회 다양성 기준이 높아지면서, 금융권도 여성 인력 활용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구현지 한국ESG기준원 연구원은 '국내 여성이사 선임 현황 분석' 리포트(2023년 8월)를 통해 "기업에 필요한 전문성을 보유한 외부 여성 인사를 확보하는 노력과 함께, 기업의 현 상황을 잘 이해하고 있는 내부의 여성 인재를 육성하려는 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선은 기자 bravebambi@fntimes.com, 전한신 기자 pocha@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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