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금융투자업계 이사회에서 나타난 큰 변화 중 하나는 사령탑 교체다. 연말 연초를 거치면서 자기자본 기준 톱10 증권사 7곳의 CEO(최고경영자)가 새롭게 선임됐다. 자산운용업계도 운용자산(AUM) 기준 대형사뿐만 아니라, '장수 CEO'로 꼽히던 인사들이 퇴진했다.
일단 금융투자회사에서 대표이사에 여성이 전무(全無)하다. 다양성 측면에서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실정이다.
특히, 이사회 의장 분리 여부를 살피면, 독립성 측면에서 제약적인 면이 강하다. 현재 자기자본 기준 톱 20 증권사 중 이사회 의장을 사내·대표이사가 겸직하는 경우는 55%다. 절반을 웃도는 수준이다. 또 운용자산 기준 톱10 자산운용사 역시, 대표이사의 이사회 의장 겸직과 분리가 동일하게 각각 50%씩 나타나 팽팽하게 맞섰다.
여의도 사령탑 ‘세대교체’ 바람
7일 한국금융신문 이사회 인물뱅크, 금융투자협회, 금융감독원 공시 등을 종합하면, 금투업계 사내이사 중 최근 신임 대표이사의 연령대는 1960년대 후반 그룹이 다수였다.우선, 미래에셋증권의 김미섭닫기김미섭기사 모아보기 대표이사 부회장(1968년)과 허선호 대표이사 부회장(음력 1968년 12월)을 꼽을 수 있다. 미래에셋그룹은 2023년 말 제2 창업 수준으로 인사와 조직을 정비했다. 주요 키워드 중 하나가 글로벌이다. 김미섭 부회장은 그룹에서 ‘해외통’으로 꼽힌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해 글로벌 진출 20년으로 업계 선봉에 있고, 인도 로컬 증권사 쉐어칸 인수 등으로 새로운 20년을 향한 성장 동력을 확보했다.
NH투자증권은 윤병운닫기윤병운기사 모아보기 대표이사 사장(1967년생)이 새로 선임됐다. 윤병운 대표는 IB 경력 한우물의 증권맨이다. 1993년 전신인 LG투자증권에 입사한 후 우리투자증권, 현 NH투자증권까지 역사를 함께 했다. NH투자증권은 DCM(채권자본시장), ECM(주식자본시장) 리그테이블에서 상위권에 있는 전통 IB 강자 하우스다.
엄주성닫기엄주성기사 모아보기 키움증권 대표이사(1968년생)도 60년대 후반 대열에 있다. 1993년 옛 대우증권에서 증권맨 첫 발을 내디뎠고, 2007년 키움증권에 합류했다. 이번에 키움증권 대표이사로 내부 발탁됐다.
박종문 삼성증권 대표이사 사장(1965년생)의 경우 ‘슈퍼 리치(super rich)’ 자산관리(WM) 부문에서 업계 최상위 자리를 지키는 데 집중하고 있다. 삼성증권은 2010년 업계 최초로 초고액자산가 전담 브랜드인 'SNI(Success & Investment)'를 도입했고, 이후 뉴 리치(New rich) 전담 센터인 'The SNI Center'(2022년), 패밀리오피스 전담 지점인 'SNI 패밀리오피스센터'(2024년)를 선보였다. 박 대표는 앞서 삼성생명 자산운용부문 사장 등을 역임해 WM 이해도가 높다는 평을 받는다.
이홍구 KB증권 각자대표이사(1965년생)는 WM영업총괄본부 부사장 등을 역임한 자산관리 전문가다. KB증권은 이 각자대표와, IB 전문가인 김성현닫기김성현기사 모아보기 각자대표의 '투톱 체제'다.
장원재 메리츠증권 대표이사(1967년생)는 '리스크 관리통'으로 꼽힌다. 그는 앞서 메리츠화재 CRO(최고위험관리책임자) 부사장, 메리츠금융지주 CRO 부사장 등을 역임했다. '원(one) 메리츠' 체제에서 시너지를 모색하고 있다.
배형근 현대차증권 대표이사 사장(1965년생)은 현대차그룹 내 대표적인 ‘재무통’으로, 증권 사장 직전에 현대모비스 재경부문장 부사장으로 CFO(최고재무책임자)를 지냈다.
대만 유안타금융그룹 계열의 유안타증권은 외국인 사령탑을 이어간다. 뤄즈펑 유안타증권 신임 대표이사(1969년생)는 대만 출신이며, 유안타 파이낸셜 홀딩스 수석부사장 등을 역임했다.
손석근 흥국증권 대표이사(1966년생)도 직전 흥국자산운용 대표에서 모회사 증권으로 이동했다.
DGB금융지주 계열 하이투자증권은 성무용 신임 대표이사(1963년생)가 선임됐다. 성 대표는 대구 수성 출생으로, 지주, 은행 등 DGB금융그룹 계열에서 다양한 업무를 경험했다.
BNK금융지주 계열 BNK투자증권의 신명호 대표이사(1962년생)도 옛 하나금융투자 IB부문장, 유안타증권 IB 부문 대표 등을 역임한 인사다.
테크핀 증권사 CEO는 연령대가 더욱 젊다. 신호철 카카오페이증권 신임 대표이사는 1977년생으로 공학도 출신이다. 네이버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첫 발을 내디딘 후 인텔, 삼성전자 등을 거쳐 2020년에 카카오에 합류했다.
운용업계도 새 얼굴 CEO가 대거 등장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경우, 신규 선임된 이준용 대표이사 부회장(1969년생)이 미래에셋이 선도하는 ETF(상장지수펀드), 연금 부문에 집중한다. 미래에셋운용은 이 부회장과, 대체투자 전문성을 보유한 최창훈 대표이사 부회장 '양날개' 체제다.
김영성 KB자산운용 대표이사(1969년생)도 60년대 후반 출생 대열에 속해 있다. 김영성 대표는 삼성생명, 삼성자산운용, 공무원연금공단 등을 거친 해외투자 전문가다. 2016년 KB자산운용에 합류한 김 대표는 직전에 연금&유가증권부문을 총괄했고, 이번에 대표로 내부 승진했다.
6년 만에 사령탑이 바뀐 키움투자자산운용의 김기현 신임 대표이사(1967년생)는 '채권통'이다. 삼성증권, 옛 삼성투신운용을 거쳐, 키움운용 전신인 우리자산운용에 합류한 이래 채권 운용 핵심 자리를 맡았다.
내부 승진한 엄준흠 신영자산운용 대표이사 사장(1965년생)도 신영의 '가치투자 명가(名家)'로서의 명맥을 잇고 있다.
대체투자부문에서 전문성을 지닌 최승재 우리자산운용 대표이사(1976년생)도 새 얼굴 CEO다. 연기금·보험을 두루 경험한 정경수 DB자산운용 대표이사(1959년생), 미래에셋증권 출신 이두복 흥국자산운용 대표이사(1969년생)도 신임 대표다.
“이사회, 균형과 견제 작동해야”
박나온 한국ESG기준원 선임연구원 'KOSPI100 이사회의 실질적 독립성 수준 분석' 리포트(2024년 2월)에 따르면, 표면적인 독립성 여부를 가르는 기준 중 하나는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의 분리 여부다. KOSPI100 기업의 경우, 대표이사 또는 사내이사가 이사회 의장인 경우가 66%,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인 경우는 34%였다. S&P500 기업은 국내와 유사한 겸직이 66% 정도였고, 분리된 경우는 국내 기업보다도 낮은 20%에 그쳤다. 한국금융신문이 2024년 3월 현재 기준으로 국내 자기자본 상위 20위 증권사 중 이사회 의장과 사내(대표)이사의 분리 여부를 조사한 결과, 겸직 55%, 분리 45%로 나타났다. 오너십 있는 사내이사, 또는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겸직한 곳은 11곳(메리츠, 한투, KB, 신한, 대신, 한화, 신영, 현대차, IBK, 유진, 이베스트)이었다. 반면,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은 증권사는 9곳(미래에셋, NH, 삼성, 하나, 키움, 교보, 유안타, 하이, BNK)이었다.
운용자산 기준 톱10 국내 자산운용사의 이사회 의장 분리/겸직 여부도 절반씩 팽팽했다. 대표이사가 이사회의장을 겸직하는 운용사는 5곳(KB, 한투, 한화, 신한, 교보악사)이었다. 반면, 사외이사로 이사회의장이 분리된 운용사는 미래에셋, 삼성, 키움, NH-Amundi, 우리 등 5곳으로 나타났다.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가 분리되지 않는 경우, 선임사외이사제가 도입됐다. 겸직이 시행 중인 금융투자사들은 대다수가 “원만한 이사회 소집과 효율적 이사회 운영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삼일PwC 거버넌스센터의 ‘2023 이사회 트렌드 리포트-상장사 이사회 현황과 시사점’ 리포트는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겸임하는 것은 업무의 효율성을 높인다는 장점이 있지만, 이사회의 경영 감독 기능을 약화할 수 있다”며 “다만,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의 분리가 이사회의 독립성을 완벽히 보장하거나 모든 회사에 최선인 것은 아닐 수 있으므로, 적절한 균형과 견제가 작동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선은 기자 bravebambi@fntimes.com, 전한신 기자 pocha@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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