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계는 그동안 AI 기반 투자정보 제공, 업무 자동화, 내부통제 등에 관심을 기울여 왔다. 자산관리(WM) 측면에서 AI와 빅데이터를 활용한 개인별 맞춤형 금융서비스가 화두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번 ‘AI 혁명이 금융을 바꾼다’ 설문조사는 금융권 총 74개사 CEO가 응답했으며, 증권사는 총 16개사 CEO가 참여했다.
증권업 AI 활용법은…로봇자문·리서치·퀀트모델
전체 금융업권 공통설문조사 8개는 객관식 문항으로 익명으로 진행됐다. 1번 질문인 '현재 당사의 업무/사업에서 AI 활용 수준은?'에 대해 증권업계 CEO들은 '10~20% 활용' 응답이 56.3%로 절반 가량을 차지했다. 질문 2번인 '당사가 희망하는 AI 활용 수준은?'에서 '30~40% 희망'(37.5%), '50~80% 희망'(31.3%) 순으로 답해 현재보다 활용 수준을 높이고 싶어했다. '금융권 AI 도입에 따른 긍정적 효과는?(복수응답)'이라는 4번 질문에 대해서는 '업무 효율성 제고, 시간 절약'(50%)이 절반을 차지했고, '비용 절감'(18.8%)이 뒤를 이었다. 질문 5번 '금융권 AI 도입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부정적 영향은?'(복수응답)의 경우, '기술적 한계 및 신뢰성 리스크(28.1%)', '결정에 대한 책임 소재 문제'(21.9%) 순이었다.
'금융권에서 AI 도입 시 경영상 애로사항이 있다면?'(복수응답)이라는 6번 질문에 대해 증권 CEO들은 'AI 관련 전문인력 부족'(40.6%)을 가장 많이 지목했다. 디지털화로 금융권에 이공계 이종(異種) 업종 인재 수혈이 일부 이뤄지고 있지만 AI 전문인력에 요구되는 역량이 다르기 때문에 인재풀(pool)이 풍부하지 못한 상황이다. 아울러, 법규가 아직 완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법/규제준수 미비 부담'(31.3%)이 상위 답변에 올랐다.
첫 발 뗀 생성형 AI, 무궁무진 기회 있어
16개 증권사 CEO 중 6곳 수장들은 주관식 6개 문항에 대해 상세한 답변을 내놨다. 최근 글로벌 금융권, 투자업계 동향 중 주목하는 AI 이슈 및 키워드와 적용 계획(질문 5번)에 대해 증권 사령탑들은 오픈AI의 챗 GPT, 구글의 바드(Bard)로 대표되는 생성형 AI의 잠재력을 주목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고객 문의 응대, 맞춤형 투자 조언 제공 등에 관심을 보였다. 이홍구 KB증권 각자대표이사 사장은 "내부 업무와 대고객 서비스 등 다양한 영역에 걸쳐 생성형 AI 도입을 검토 중이다"며 "AI에 대한 활용이 높아지면서 그에 따른 부작용을 방지하고 신뢰를 확보하기 위한 AI 거버넌스의 중요성 또한 높아질 것이다"고 전망했다.
정영채닫기정영채기사 모아보기 NH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은 “생성형 AI는 내부직원용을 우선으로 구축사업을 진행 중인데 이를 점차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무기명의 한 증권사 대표는 "생성형 AI를 활용해 다양한 투자정보 및 콘텐츠를 고객에게 제공할 예정이며, 내부통제 시스템을 AI로 고도화해서 사고 예방 역량을 강화할 계획이다"고 제시했다.
또 다른 증권업계 CEO는 "생성형 AI를 활용한 업무자동화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며 "반복적인 업무를 자동화하거나, 혹은 회사 내 지식 DB(데이터베이스)를 학습시켜 AI 챗봇이 답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증권사 CEO들은 AI의 점진적 활용에 무게를 두는 양상을 보였다. 무기명의 한 증권사 CEO는 "챗 GPT를 주의 깊게 살피는데, 당장 적용을 논의하기에는 시기상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한 증권사 사장은 익명으로 "현재 빅테크들의 AI 모델은 투자정보 관련된 질문에 대한 전문적 답변은 불가한 상황이다"며 "고객데이터 분석기술과 축적된 금융데이터를 활용하는 고객 맞춤형 투자정보 제공 서비스를 개발해 나갈 계획이다"고 말했다.
초개인화 투자도 AI 주요 키워드로 떠올랐다. 황준호 다올투자증권 대표이사는 "AI와 빅데이터를 활용해 각 고객의 선호, 행동 패턴, 금융 상황 등을 깊이 분석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 고객 맞춤형 금융서비스 개발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엄주성닫기엄주성기사 모아보기 키움증권 대표이사 사장은 “고객의 니즈(요구)가 다변화되면서 초개인화 시대가 도래했다” 며 “맞춤형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AI를 활용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데이터 간 이종결합을 통해 고객별 차별화된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AI를 사업기회로 활용 가능한 핵심 분야를 묻는 3번 질문에 대해, 강성묵 하나증권 대표이사는 "AI 기술을 활용해 손님의 투자 수익에 기여할 수 있는 기능과 서비스가 중요해질 것으로 생각한다"며 "뉴스요약, 주가예측 등 서비스를 통해 손님들의 투자 경험이 큰 폭으로 향상될 수 있을 것이다"고 전망했다.
무기명의 한 증권사 CEO는 "생성형 AI를 활용한 투자정보 및 콘텐츠 제공 서비스는 고객이 원하는 투자정보 탐색시간을 줄여주고 정보 접근성을 높여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증권수장은 "고객의 투자성향에 맞는 상품을 추천해주는 AI 서비스를 고려 중이다"며 "상품 가입 때 불완전판매를 방지하기 위해 AI 기술을 활용하게 되면, 고객 접점에서 시간을 줄이고 컴플라이언스(내부통제) 이슈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AI 원료가 되는 데이터의 중요성도 언급됐다.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은 “고객 데이터 및 다양한 외부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으며, 고객 행동데이터를 활용해 고객에게 새로운 경험을 줄 수 있는 AI 솔루션들을 기획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증권사 대표는 "핵심 분야에서 AI 기술을 활용하기 위해 기술역량 강화, 파트너십, PoC(개념검증) 및 파일럿 프로젝트 실행, 문화 및 마인드셋 변화 등의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의미 있는’ 데이터 읽어내는 인재 필요
질문 1번인 AI 업무 조직 구성 관련, 증권사들은 사업구조와 규모 등에 비해 아직 전담 조직 구성이 많지는 않았다. 대다수가 ICT(정보통신기술), 디지털 관련 부서에서 AI 관련 업무를 담당했다.중소형 증권사의 한 대표는 "AI 전담 조직이 별도로 설립돼 있지 않지만, IT센터, 리서치센터 등의 조직이 AI 기술의 활용과 도입을 위한 중요한 역할을 수행중이다"며 "각 조직은 AI 기반 솔루션과 서비스 개발을 촉진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익명의 한 증권사 CEO는 “회사 전체의 AI 경험을 집약하려고 하고 있다”며 “회사에서 진행되는 AI 프로젝트에 대한 기술 노하우 전수 및 자체적 AI 기술 축적을 주요 업무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AI 인재 발굴과 AI 시대 중점 능력(질문 4번)관련, 증권사들은 일단 내부 인재 육성은 물론 경력직 채용을 통해 업무에 필요한 외부 전문가를 영입하고 있었다. 임직원 역량 강화를 위해 다양한 AI 교육을 지원했다.
이홍구 KB증권 사장은 "AI 시대에 요구되는 중요한 역량은 문해력과 커뮤니케이션 능력이라고 생각한다"며 "특히 정확한 언어 사용과 소통은 올바른 정보를 전달할 수 있게 해준다"고 말했다. KB금융그룹은 지난 2022~2023년 전 직원이 디지털 문해력 과정을 의무 수강했다.
무기명의 한 대형 증권사 CEO도 "현업 전문가이면서 모델링이 가능한 AI 전문가는 드문데, 협업은 필수이므로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중요하다"며 "AI를 활용한 새로운 아이디어와 사업기회를 발굴하고 개별 산업현장에 효과적으로 적용하기 위해서는 원활히 협업할 수 있는 환경과 소통능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익근닫기오익근기사 모아보기 대신증권 대표이사는 "필요 시 외부 전문가 영입 등으로 인재 확보에 나선다"며 "AI 시대에 요구되는 중점 능력은 데이터에 대한 처리 기술이다"고 강조했다.
물론 기본적으로 빅데이터, 머신러닝(ML), 딥러닝, LLM(초거대언어모델) 등 AI 기반 기술에 대한 역량, 대량 정보 처리 능력 등 데이터 전(前)처리를 위한 프로그래밍 언어 등 광범위한 기술적 지식도 중요하다.
한 소형 증권사 CEO의 경우 "인재 발굴을 위해 내부 직원이 소규모 내부 프로젝트나 PoC, 파일럿 프로젝트 참여를 통해 직접적으로 AI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며 "프로젝트를 통한 실패와 성공의 경험을 보다 효과적으로 기술을 내재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AI는 개인 별 맞춤형 투자 동력
AI 기반 주요 사업/프로젝트, 상품/서비스(질문 2번)에 대해 증권사 CEO들은 “아직 걸음마 단계로 향후 법/제도적 완비가 이뤄지면 활용과 투자를 확장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투자상품 추천, 투자정보 제공 서비스, 챗봇 서비스를 비롯, 알고리즘 매매 등 일부 트레이딩 섹터에서 AI를 활용하고 있다.KB증권은 다이렉트인덱싱(direct indexing) 서비스를 하고 있다. 시장에서 화두가 되는 테마를 추출할 때 AI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키움증권은 과거 30년 이상, 170만 여 건의 금융데이터를 분석하고 테스트해서 자체 개발한 AI 모델을 활용해 로보어드바이저 랩(wrap) '키우GO'를 서비스 중이다.
하나증권은 다양한 매크로(거시) 변수 데이터를 기초로 해외 시장 국면을 예측하는 알고리즘과, 이를 근거로 해외 ETF에 투자하는 로보어드바이저 모델을 탑재한 '로보랩' 등을 라인업하고 있다.
AI 활용 지향점과 목표(질문 6번)에 대해 무기명의 한 증권사 대표는 "비대면 AI 금융상품 추천을 선도하고 싶다"며 “데이터 체계를 구축할 것이며, AI를 활용하는 금융상품 체계를 더욱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이홍구 KB증권 대표는 "넘버원(No.1) 금융투자플랫폼이 되고 싶다"며 "고객가치 최우선 금투회사, 온라인 자산관리, 디지털 증권사 선두주자가 되고자 한다"고 말했다.
황준호 다올투자증권 대표는 "AI를 활용해 초개인화 금융서비스의 선두주자가 되고자 한다"고 말했다.
정선은 한국금융신문 기자 bravebambi@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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