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지나친 고성능에다 비싼 가격으로 반도체 제조업체들이 외면했던 HBM이 생성형 AI(인공지능) 바람을 타고 핵심 메모리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1965년생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은 고려대 재료공학과를 나와 SK하이닉스 전신인 현대전자에 입사했다. 이후 29년째 SK하이닉스에서만 근무한 정통 ‘하이닉스 맨’이다.
곽노정 사장은 2022년 3월 대표이사로 신규 선임되면서 박정호닫기박정호기사 모아보기 전 부회장과 각자대표이사 체제를 이뤘다. 이후 지난해 말 박 전 부회장이 물러나면서 곽 사장 단독대표 체제로 전환됐다.
SK하이닉스 첨단공정 개발과 제품 양산을 주도하며,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 미세공정 개발에 많은 기여를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곽노정 사장은 SK그룹이 2012년 하이닉스반도체를 인수할 때 상무보로 승진해 D램 공정3팀장을 맡았다. 이후 16나노 미세공정과 20나노 미세공정 기술 연구를 주도했다. 2019년 SK하이닉스 제조·기술담당 부사장을 맡았고 D램과 낸드플래시 수율(결함이 없는 합격품 비율)을 끌어올리는데 공헌했다.
면적당 트랜지스터 수를 늘려 넓은 대역폭을 확보함으로써 데이터 전송 속도를 높였다.
2015년 AMD 요구로 SK하이닉스는 HBM 1세대를 처음 제조했다. AMD는 그래픽처리장치(GPU) 성능을 높이기 위해 HBM을 제품에 적용했다.
초창기 HBM은 그다지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필요 이상으로 고성능에 가격이 지나치게 비쌌기 때문이었다. HBM1(1세대), HBM2(2세대), HBM2e(3세대)를 거치면서 시장 선두를 지켜오던 삼성전자는 사업에서 철수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SK하이닉스는 2021년 10월 4세대 HBM3을 최초 개발에 성공하는 등 HBM에 대한 투자를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2022년 3분기 GPU 시장 ‘큰손’ 미국 엔비디아에 HBM3를 공급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챗GPT’ 등 생성형 AI 열풍으로 엔비디아가 AI칩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하면서 엔비디아에 HBM3를 독점적으로 공급하던 SK하이닉스 D램 점유율도 급상승했다.
사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1분기 미국 마이크론에 2위 자리를 내주고 3위로 내려앉기도 했지만 HBM 수요가 급증하면서 2분기부터 다시 점유율을 확대했다. 3분기에는 점유율 39.4%로 1위를 차지한 삼성과의 격차를 4.4%p(포인트)까지 좁혔다.
지난해 4분기에는 흑자전환에도 성공했다. 지난해 SK하이닉스는 1분기 매출 5조881억원·영업손실 3조4023억원, 2분기 매출 7조3059억원·영업손실 2조8820억원, 3분기 매출 9조661억원·영업손실 1조7919억원, 4분기 매출 11조3055억원·영업익 3460억원 등을 기록했다.
곽 사장은 과거 소품종 대량생산 체제였던 메모리 사업이 AI 시대를 맞아 큰 변화를 이룰 것으로 예상했다.
빅테크 기업들이 메모리 반도체에 요구하는 사양이 다변화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메모리, CPU(중앙처리장치), 시스템반도체 등 경계가 사라지면서 메모리 반도체 활용범위도 확대될 것으로 봤다.
곽 사장은 “메모리 자체에 연산 기능을 넣은 PIM(지능형반도체) 같은 제품이 고도화하는 등 메모리 반도체 활용 범위가 매우 넓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의 예언은 적중하고 있다. 김춘환 SK하이닉스 부사장은 “HBM 시장 성장률이 2025년까지 40%에 달할 것”이라며 “올해 HBM3e(5세대), 2026년 HBM4(6세대)를 시장에 내놓겠다”고 밝혔다.
곽 사장은 지난해 10월 SK하이닉스 사내방송으로 방영된 ‘SK하이닉스 창립 40주년 특별대담’에서 “(범용 제품 중심) 과거 방식을 벗어나 고객을 만족시키는 회사만이 살아남을 것”이라며 “메모리 반도체를 스페셜티 제품으로 혁신해가겠다”고 밝혔다.
홍윤기 한국금융신문 기자 ahyk815@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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