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시작
당시 공정거래위원회는 DH에게 배민을 인수하려면 요기요를 매각하라고 했다. 두 회사 모두를 인수할 경우 국내시장의 99% 이상을 독점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DH는 공정위의 결정을 수용해 배민을 인수하는 대신 요기요 매각을 선택했다.
DH의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시장 확대를 이어오던 요기요에게는 위기의 시작이었던 셈이다. 때마침 후발주자 쿠팡이츠 역시 공격적인 마케팅을 전개하면서 시장 경쟁은 더 치열해졌다.
◆왜 경쟁력이 약화됐나
요기요가 CDPI에 매각된 시기는 코로나19가 한창 심한 시기였다. 배달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했고, 업체들은 돈을 뿌려가며 각종 마케팅으로 소비자와 배달기사를 유인했다. 새로운 주인을 맞아 재정비를 하고 있던 요기요는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상황에 대응하기 힘들었다.
요기요도 단건배달을 운영한다. 다만 다른 배달앱들이 내놓은 시기보다 한참 늦은 지난해 8월‘요기배달’이란 이름으로 출시했다. 경쟁사들이 다시 ‘묶음배달’로 전환하던 때에 한발 늦은 행보였다.
배민과 쿠팡이츠가 속도경쟁에 한창일 때 요기요는 GS리테일과 시너지를 위해 퀵커머스에 주력했다. GS리테일의 유통 인프라와 요기요의 시너지가 충분할 것이라 판단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았다. 2022년 순손실 규모는 전년 대비 약 4배로 불어났다.
◆잇단 악재, 위태로운 2위 자리 지킬 수 있을까
여러 가지 위기상황에서도 꾸준히 2위를 지키던 요기요였지만 지난해 말부터 잇단 악재에 휩싸였다. 배달비 무료 구독서비스 ‘요기패스X’로 다시금 존재감을 발휘하나 했지만 주주사 간 갈등, 대표이사 교체 등 혼란스러운 경영환경이 걸림돌이 됐다.
지난해 10월 사모펀드는 위대한상상의 1000억원 상당의 주주배정 전환사채(CB) 발행을 결의하면서 GS리테일과 갈등이 발생했다. GS리테일은 사모펀드가 불공정한 방법으로 CB 발행에 시도했다며 법정다툼을 벌였다. 하지만 법원은 GS리테일이 낸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고 사모펀드 측 손을 들어줬다. 위대한상상은 사모펀드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 퍼미라가 각각 35%, GS리테일이 30% 지분을 가지고 있다.
이 사태로 서성원 전 대표가 지난해 11월 취임 1년 반 만에 사임하고, 이정환 대표가 곧바로 취임했지만 두 달 만에 사임했다. 이후 전준희 현 R&D센터장 겸 최고기술책임자(CTO)가 신임 대표로 선임됐다.
경영불안이 계속되는 사이 쿠팡이츠가 지난 21일 DAU(일일활성이용자수)를 요기요 하루 추월했다. 쿠팡이츠 DAU는 111만5160만명으로 요기요(100만1706명)를 앞섰다. 쿠팡이츠가 요기요를 앞선 건 서비스 출시 후 처음이다.
업계는 쿠팡이츠가 ‘와우 멤버십’ 혜택을 내세워 경영 불안을 겪고 있는 요기요를 추월하는 건 시간문제일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한 배달업계 관계자는 “현재 요기요 내부 직원들의 동요가 큰 것으로 안다. 여러 가지 혼란스러운 상황이 겹쳐 위기감이 커지는 모습”이라며 “요기요가 하루 빨리 경영 정상화를 해야만 이탈하는 소비자를 붙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단 하루 쿠팡이츠가 추월했을 뿐 곧바로 요기요가 2위를 되찾았기 때문에 쉽게 판도가 바뀌진 않을 거란 시각도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쿠팡이 여기저기 모바일 광고를 많이 뿌리고, 이를 통해 앱을 열기만 해도 활성이용자로 잡히기 때문에 실제 주문수와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박슬기 한국금융신문 기자 seulgi@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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