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갑진년 ‘청룡의 해’가 밝았다. 많은 기업들에서는 새로운 시작과 성장을 의미하는 청룡을 신년사에서부터 강조하며 올해에 대한 의지를 나타냈다.
실제 국내 카드업계의 경영환경은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카드업계는 수익성과 건전성 악화라는 이중고로 고심하고 있다.
힘들었던 지난해, 올해 전망도 부정적
엔데믹 영향으로 지난해 초 상승세를 보였던 카드 승인실적은 같은 해 2분기 이후 소비 둔화가 나타나면서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에 지난해 9월까지 7개 전업신용카드사의 합산 당기순이익은 1조 992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2% 감소했으며, 같은 기간 ROA는 1.5%로 전년 동기 대비 0.3%p 하락했다.
조달비용 증가도 수익성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팬데믹 시기부터 정책금리 인상 등으로 시장금리가 올랐고 이로 인해 카드사 주요 자금조달 수단인 카드채 신규발행금리가 크게 상승했다.
건전성 악화도 문제다. 2023년 9월 말 7개 전업신용카드사 합산 연체율(금감원 1개월 이상 연체율 기준)은 1.6%로 2022년 말 1.2%대비 0.4%p 올랐다. 2021년말 1.1%를 저점으로 상승하고 있으며 근 5년내 최고 수준이다.
지난해 9월 말 충당금커버리지비율도 283.8%로, 전년 말(354.9%) 대비 약 71%p 하락 하는 등 건전성 지표 하락이 이어지고 있다.
이는 카드사의 주요 대출상품인 카드론과 현금서비스의 경우 상대적으로 담보여력과 부채상환능력이 열위한 자영업자 및 가계 등 다중채무자들이 주 이용 대상이기 때문이다.
전세계적으로 고금리와 인플레이션이 심화됨에 따라 한계 차주들의 상환 능력이 저하되면서 카드사들의 건전성도 악화되고 있다.
문제는 올해 전망도 긍정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김성진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부진한 경기회복세와 높아진 금리 수준으로 인해 2023년 저하된 실적이 2024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신용카드 이용실적이 민간소비 성장률과 연관성이 매우 높으므로 민간소비 성장 둔화가 심화될 경우 신용카드사들의 수익 증가율도 더욱 하락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안태영 한국기업평가 책임연구원은 카드업권 2024년 산업 전망에 대해 사업환경-비우호, 실적방향-저하라고 예고하며 “고금리 장기화에 따라 업계 번반의 성장세 둔화가 전망”되고 “조달비용 및 대손비용 증가로 수익성 저하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고금리 영향으로 연체율도 상승할 것으로 관측했으며 은행채 발행한도 폐지 영향 등으로 조달환경 또한 여전히 비우호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2024년 맞이하는 카드사 대표들의 다짐
이처럼 우호적이지 않은 환경에서 카드사 대표들은 각각의 다짐을 하며 올해를 맞이하고 있다. 이들의 생각은 올해 초 발표한 신년사를 통해 옅볼 수 있다.
신년사를 발표한 4개의 카드사 대표들은 모두 공통적으로 현재 상황의 심각성을 말하고 있었다. 김대환 삼성카드 사장은 2024년에 대해 “저성장·고금리·고물가의 지속으로 카드업계는 가계부채 및 연체율 증가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며, 지금까지의 방식으로는 미래 성장을 지속할 수 없고, 생존을 걱정해야하는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정태영닫기정태영기사 모아보기 현대카드 부회장도 “금융업계 전면으로 신용 위기가 오고 있으며 연체율 또한 올라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현상황에 대해 평가했으며 이호성 하나카드 대표는 “조달금리와 연체율 상승, 가맹점수수료율 인하로 카드본업의 수익성이 지속 약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어려운 환경을 인지한 대표들은 각각 다른 방안을 제시하며 위기 극복을 얘기했는데 그 중에서는 공통된 단어도 찾을 수 있었다. 체질개선과 디지털(플랫폼·데이터) 등이 대표적이다.
이창권 KB국민카드 대표는 “본업에서의 ‘내실 성장’과 ‘체질 개선’을 통해 1등 카드사를 향한 성장의 발판을 다져 나가자”고 말했다.
이호성 하나카드 대표는 ‘체진 개선’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비즈니스 모델 혁신을 통한 효율 개선과, 수익 다각화는 더 설명드릴 필요가 없을 정도로 너무나 중요한 아젠다”라며 “항상 강조 드리는 New Biz 의 강화가 절실하다”고 말하며 기존과 다른 변화를 강조했다.
신년사를 공식적으로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내부 직원 메시지를 통한 대표들의 의견에도 ‘체질변화’는 단골멘트였다.
문동권닫기문동권기사 모아보기 신한카드 대표는 “체질 개선으로 외형과 내실 측면에서 전략적 격차를 유지하고, 한 차원 높은 고객 경험을 제공하겠다”고 전했으며 박완식 우리카드 대표도 "조직문화 혁신과 체질 개선을 통한 조직 구성원의 역량 강화, 성과 창출을 위한 기업문화 혁신을 추진하자"며 의지를 나타냈다.
이들은 체질개선을 얘기하며 본업 경쟁력 강화뿐만 아니라 탄탄한 미래 성장 기반을 구축하기 위한 신사업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전업권에서 핵심 안건으로 오랜 시간 주목받고 있는 디지털(플랫폼·데이터) 관련 내용도 빠지지 않았다.
조좌진 롯데카드 대표는 올해를 디지털회사로의 전환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는 해로 삼으며 “롯데카드는 올해 'Digi-LOCA(디지로카)' 비지니스 모델을 회사 전면에 내세움으로써, 지난해부터 시작한 'LOCA Phase2(로카 페이즈2)'를 더욱 실질적으로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대환 삼성카드 대표도 “금융업의 경계가 없어지고, 타 업권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플랫폼과 데이터의 경쟁력이 필수가 된 만큼 플랫폼과 데이터가 강한 회사를 만들어 나가자”고 당부했다.
이창권 KB국민카드 대표는 “고객의 마음을 담아내는 플랫폼 기업, 데이터 기업으로 진화해야 한다”며 “우리 플랫폼과 데이터는 고객의 일상에 언제 어디서나 함께하며 금융과 일상을 연결하는 차별화된 경험을 드리고 가맹점과 그룹 계열사 등 이해관계자 모두에게 다양한 가치를 제공하여 플랫폼과 데이터 자체로 Value 창출이 가능한 한 차원 높은 도약을 이루어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지인 기자 helena@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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