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민사2부는 남양유업 홍 회장과 한앤코 간의 주식 양도 소송 최종 판결을 이달 4일 내린다. 앞서 법원은 1·2심 모두 한앤코의 손을 들어줬다. 홍 회장은 이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장을 제출했고, 대법원은 지난해 7월부터 정식 심리에 돌입했다.
홍 회장은 즉각 기자회견을 열어 불가리스 사태에 책임을 지겠다고 했다. 그와 그의 가족이 보유한 남양유업 지분 53.08%를 주당 82만원 가격(약 3107억원)에 한앤코에 양도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홍 회장은 경영권도 함께 넘기기로 했으나, 곧바로 파기했다. 한앤코가 '백미당 매각 제외', '오너 일가 처우 보장' 등 계약 조건을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또한, 김앤장 법률사무소가 홍 회장과 한앤코를 쌍방으로 대리한 것을 문제 삼았다. 한앤코는 홍 회장 측에 계약을 조속히 이행하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남양유업의 오너 리스크가 불거지면서 주가도 80만원대에서 30만원대로 곤두박질쳤다.
홍 회장과 한앤코는 이후 수차례 법정 공방에 나섰다. 홍 회장이 대유위니아에 경영권 매각을 추진하면서다. 한앤코는 즉각 ▲주식처분금지 가처분 소송(2021년 8월) ▲남양유업의 의결권행사 금지 가처분 소송(2021년 9월) ▲남양유업-대유위니아 협약이행 금지 가처분 소송(2022년 1월) 등을 제기했다. 이후 주식양도 계약이행 소송에서 한앤코는 남양유업에 1·2심 모두 승소했다.
그러나 2013년 대리점 밀어내기 갑질 사건이 불거지면서 비상등이 켜졌다. 당시 남양유업은 지역 대리점들에 물량을 대량으로 밀어냈고, 소비자들의 불매운동을 촉발했다. 그러다 경쟁사 비방, 코로나 기간 방역수칙 위반 등 오너 일가를 둘러싼 크고 작은 일들이 연달아 발생했다. 불가리스 사태는 이러한 소비자들의 여론에 불을 질렀다. 전국적으로 불매운동이 확산되자 남양유업 홍 회장 일가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이처럼 남양유업은 경영권을 둘러싼 후폭풍으로 실적마저 주저앉았다. 2020년 연매출 9489억원으로 1조원을 밑돌았고, 영업손실 771억원을 냈다. 2021년 연매출 9561억원에 영업손실 779억원, 2022년 연매출 9646억원에 영업손실 868억원으로 적자 폭은 더욱 확대됐다. 다만, 지난해 들어 실적이 조금씩 개선됐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남양유업은 누적 매출액이 7553억원으로, 전년(7226억원)보다 4.5% 성장했다. 영업손실도 280억원으로, 전년(603억원) 대비 53.5% 나아졌다. 가공유나 단백질 음료, 빵이나 아이스크림 등 신사업에 주력한 결과다. 그룹의 ESG경영도 강화하면서 리브랜딩 효과도 봤다. 미혼모 생활시설에 자사 분유나 제품을 공급하거나 자원순환 캠페인을 벌이는 것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여전히 경영권 분쟁으로 새 사업을 추진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남양유업 주가는 강세를 보이고 있다. 대법원 최종 선고를 앞두고 경영 정상화를 기대하는 투자자들이 몰리면서다. 지난달 21일 45만7500원에 거래를 마쳤던 남양유업 종가는 22일 52만9000원으로 15.63%나 뛰었다. 이후 26일 58만1000원(+9.83%), 27일 59만원(+1.55%), 28일 60만7000원(+2.88%), 이날(2일) 62만2000원(+2.47%)으로 6거래일 연속 올랐다. 2년여 전 불가리스 사태로 홍 회장이 남양유업 경영권과 지분을 매각하겠다고 하자 주가가 80만원으로 뛰어 올랐던 때로 돌아간 듯한 모습이다. 2021년 5월부터 시작된 남양유업 경영권 분쟁이 대법원 판결로 드디어 매듭을 지을지 귀추가 주목되는 이유다.
손원태 기자 tellme@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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