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틀그라운드 원 IP 리스크 줄이고 새 수요 개척
국내외 게임 개발사 투자해 퍼블리싱권 확보
내년 ‘다크앤다커·인조이·블랙버짓’ 출시 대기
[한국금융신문 이주은 기자] 코끝을 쨍하게 하는 세찬 바람과 함께 2023년도 마지막을 바라보고 있다. 올해 게임업계는 상당수 우울한 일 년을 보냈다. 기존 게임의 매출 감소를 상쇄할 만한 신작이 부재했던 탓이다. 비우호적인 산업 환경 속에서도 각 게임사는 위기를 타개할 대책을 골몰하며 분주한 1년을 보냈다. 가쁜 숨을 내쉬며 달려온 국내 게임사들의 한 해를 돌아본다. <편집자 주>
올해 게임업계에 부는 한파에도 크래프톤(대표 김창한)은 비교적 따뜻한 1년을 났다. 회사의 핵심 IP(지식재산권)인 ‘PUBG: 배틀그라운드(이하 배틀그라운드)’의 흥행 덕분이다. 하지만 크래프톤은 이에 안주하지 않았다. 이전부터 꼬리표처럼 따라붙는 ‘단일 IP’ 리스크를 깨고 미래 성장성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안팎으로 분주한 행보를 보였다.
크래프톤의 올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6037억원. 특히 3분기 단일 기준으로는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31% 급증한 1893억원을 기록하며 어닝서프라이즈를 냈다. 이 같은 호실적을 견인한 건 회사의 핵심 캐시카우인 '배틀그라운드'다. PC·콘솔 부문에서 콘텐츠 업데이트로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갔고, 모바일 부문에서는 배틀그라운드 인도 서비스가 재개되면서 신규 이용자가 대거 유입됐다.
배틀그라운드라는 막강한 IP로 호실적을 이어가고 있으나 크래프톤이 목표로 하는 ‘2조 클럽’의 문턱은 여전히 높다. 크래프톤은 2021년부터 연 매출 1조8000억원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른 크래프톤의 올해 매출 전망치는 1조8025억원으로, 역시 2조원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배틀그라운드를 이을 새로운 성장동력의 필요성이 지속 제기된 이유다.
이에 크래프톤은 개발사 아이언메이스의 ‘다크앤다커’ IP를 택했다. 지난 8월 크래프톤은 아이언메이스와 다크앤다커 IP 라이선스 독점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히면서 업계 이목을 집중시켰다. 아이언메이스가 현재 넥슨과 다크앤다커 IP를 두고 저작권 분쟁을 벌이고 있어서다. 넥슨은 아이언메이스 관계자가 자사 신규개발본부 재직 당시 담당하던 미출시 프로젝트를 무단으로 외부에 유출해 다크앤다커를 개발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법적 분쟁 중인 IP와 독점 계약을 체결하면서 논란의 중심에 섰으나, 크래프톤은 글로벌 퍼블리셔로 도약하기 위해 다크앤다커가 전략적으로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다크앤다커는 서구권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익스트랙션 RPG다. 정식 출시 전 테스트 단계부터 글로벌 PC플랫폼 스팀에서 동시 접속자 10만명을 기록하는 등 글로벌 흥행 조짐을 보였다. 익스트랙션 RPG는 크래프톤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온 장르기도 하다. 해외 시장에서 잠재력이 높은 다크앤다커는 해외 매출 비중이 95% 가까이 되는 크래프톤과도 꼭 맞았다. 크래프톤은 내년 출시를 목표로 '다크앤다커 모바일'을 개발 중이다.
4조원 가까이 되는 두둑한 현금 실탄을 바탕으로 퍼블리싱권 확보에도 주력했다. 서비스하는 게임 수를 늘려 수익원을 다각화하겠다는 전략이다. 크래프톤은 올 상반기에만 게임 개발사 ‘퍼니스톰’, ‘플레이긱’, ‘가든스 인터랙티브’, ‘피플캔플라이 그룹’에 총 925억원을 투자했다. 이어 ‘이터나이츠’ 개발사 스튜디오 사이의 시리즈 투자 유치를 주도하고 국내 개발사 바운더리에 시드 투자를 단행했다.
내부적으로는 신작 제안 제도인 ‘더 크리에이티브’를 도입해 게임 라인업을 확장하고 있다. 최근 지분 100%를 보유한 12번째 게임 개발 자회사 플라이웨이게임즈를 설립한 것도 그 일환이다. 플라이웨이게임즈는 현재 5개의 신규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다.
이외에도 신작 ‘인조이’와 ‘프로젝트 블랙버짓’이 대기 중이다. 인조이는 EA의 ‘심즈’ 팬을 겨냥해 개발한 인생 시뮬레이션 게임으로, 올해 지스타에서 시연자들의 반응이 긍정적이라 더욱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프로젝트 블랙 버짓 역시 배틀그라운드 개발사 펍지 스튜디오가 제작 중인 익스트랙션 슈터 장르의 기대작이다. 배동근 CFO(최고재무책임자)는 3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익스트랙션 슈터 장르를 잘 정의하면 새로운 메이저 장르가 열리지 않을까 하는 가능성을 보고 있다”며 “2024년 하반기 론칭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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