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13일 울산공장 내 전기차 신공장 부지에서 열린 전기차 전용공장 기공식에 참석했다.
정주영 '인본' 정몽구 '품질' 울산공장 50년
행사는 인공지능(AI)로 복원한 정주영 선대회장의 음성이 담긴 영상으로 시작했다. 정 선대회장은 "우리에게 있는 세계 제일의 무기가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기능공들"이라며 "이들의 능력과 헌신으로 한국 자동차, 우리 자동차가 세계 시장을 휩쓰는 날이 온다고 나는 확신한다"고 했다.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선 사람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여긴 정 선대회장의 인본주의를 되새기기 위함이다.이 자리에는 윤여철 전 부회장, 김억조 전 부회장, 윤갑한 전 사장 등 '품질 경영'으로 대표되는 정몽구 회장 시대에 활약한 역대 울산공장장들도 초청됐다. 울산공장은 1968년 조립 공장으로 출발해, 1975년 현대차 첫 고유 모델인 포니를 양산했다. 해외에 의존했던 자동차 설비와 부품 국산화가 활발해지며 국내 자동차 생산 기술 발전의 기폭제가 됐다는 평가다.
신공장 부지도 의미가 있다. 이 곳은 종합 주행시험장이 있던 곳이다. 쏘나타·엑센트·아반떼 등 회사의 장수 모델 뿐만 아니라 아이오닉5·6 같은 최신 전기차도 여기서 성능과 품질을 담금질했다.
정의선 회장은 이 같은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경영정신을 계승·발전시키겠다는 헤리티지 경영을 내세우고 있다. 이번 신공장 기공식을 계기로도 지난 50년간 울산공장을 돌아볼 수 있는 헤리티지 전시를 운영한다. 여기서 현대차 최초 조립차량 '코티나' 복원 모델, 첫 양산차 포니의 고성능 콘셉트 '포니 쿠페' 복원 모델, 1991년 최초 전기차 프로토타입 '쏘나타(Y2)EV' 등 대표 차량들과 과거 울산공장 직원들의 사원증·월급봉투와 이들이 사용한 장비 등이 전시된다.
현대차가 그리는 '미래공장' 국내 첫선
일각에서는 전기차 산업전환으로 일자리 감소 우려가 크지만, 현대차는 노동환경 혁신을 강조하고 있다.신공장에도 로보틱스·스마트 물류·AI 등 혁신 기술이 적용된다. 구체적으로 ▲수요 중심의 인공지능(AI) 기반 지능형 제어 시스템 ▲탄소중립·RE100(재생에너지 사용 100%) 달성을 위한 친환경 저탄소 공법 ▲안전하고 효율적 작업이 가능한 인간 친화적 설비 등이다. 새로운 제조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건립한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HMGICS)에서 실증한 기술들이다.
이밖에도 오픈형 그룹라운지와 울산 자연을 공장 안으로 들여온 센트럴파크를 조성해 근로자들의 휴식 공간이자 커뮤니티 허브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울산 전기차 전용공장은 육중한 기계들이 도열한 삭막한 공장에서 탈피해 자연 친화적인 설계로 작업자들의 피로도를 줄이고 서로 간의 교류를 활성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2026년 1분기 제네시스 초대형SUV 양산
울산 전기차 신공장은 1996년 아산공장 이후 29년 만에 들어서는 현대차의 국내 공장이다. 그간 현대차는 제품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해외 공장을 짓는 것을 선호했다. 회사는 지난 29년간 16개 공장을 지었는데 모두 해외에 있다. 전기차 시대에 들어 수출 제품에 불이익을 주는 각국의 보호무역에 대응하기 위해 현지 공장 건립 계획을 추진하고 있지만, 동시에 한국에도 상징적인 대규모 생산거점을 구축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이다.신공장에는 약 2조원을 투입해 연 20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로 지어진다. 이는 2026년 현대차 전기차 판매 목표 84만대의 약 4분의 1에 해당한다. 이밖에도 기존 내연기관차 라인전환 등을 통해 2030년 전기차 국내 생산비중 45%를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신공장 양산 시작은 2026년 1분기로 예정됐다. 첫 양산 모델은 100% 전기차 전환을 선언한 럭셔리 브랜드 제네시스의 초대형SUV 전기차다.
김두겸 울산광역시장은 기공식에서 "울산 성장에 현대차가 가장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글로벌 자동차 산업 변화에 발맞춰 새로운 미래를 함께 그려 나가기 위해 앞으로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곽호룡 기자 horr@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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