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우크라이나에 이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까지 발발하며 전 세계 지정학적 위기가 고조됐다.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한 전 세계 각국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조치까지 더해지며 증시는 강한 변동성을 나타냈다.
올해 금융 투자 업계는 어떻게 한 해를 마무리할까? 내년 전망은 어떨까?
이보미 한국금융연구원(KIF‧원장 박종규) 연구위원이 7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 2층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2023년 금융 동향과 2024년 전망 세미나(Seminar‧연수회)’ 주제발표를 통해 “2024년 증권사의 수익성과 건전성은 전반적으로 올해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 전망했다.
증권사의 경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Project Financing) 의존도가 높은 중소형 증권사는 수익성‧건전성 측면에서 주의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자산운용업계는 양극화가 심해지는 상황 속 부동산이나 특별자산 펀드에 특화된 중소형사가 업황 둔화 타격을 그대로 받는다고 짚었다.
“‘부동산 PF’ 의존도 높은 중소형 증권사, 주의 필요”
그는 “2023년 증권사 수익성은 작년보다 소폭 개선될 것”이라며 “건전성 우려는 크지 않으나, 일부 중소형사는 주의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Project Financing) 의존도가 높은 중소형 증권사는 앞으로도 수익성과 건전성에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는 경고다.
그가 금융감독원(원장 이복현닫기이복현기사 모아보기)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증권사의 수익성은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반기 기준 증권사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6조2000억원, 4조8000억원이다. 지난해 전체 영업이익 5조9000억원과 당기순이익 4조4000억원을 초과한 상태다.
같은 기간 ROE의 경우,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인 증권사는 7.4%에서 10.3%로 크게 상승했고 3조 미만 증권사는 0%에서 1.4%로 소폭 올랐다.
이 연구위원은 “올 상반기 추세를 유지한다면 증권사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자기자본이익률(ROE‧Return On Equity) 모두 소폭 개선될 것”이라며 “개인 투자자 예탁금 규모 추이 등을 고려할 때 증권사 위탁매매 수수료 수익도 증가세가 추정된다”고 전했다.
다만 얼어붙은 부동산 시장 등 시장 불확실성이 계속되는 점은 우려 요소로 꼽았다.
부동산 PF 시장 등의 침체로 채무보증 수수료를 중심으로 투자은행(IB‧Investment Bank) 관련 수수료 수익이 감소할 것이란 설명이다.
실제로 IB 관련 수수료는 작년 상반기 3조1000억원에서 올 상반기 1조7000억원으로 크게 쪼그라든 상태다.
이 연구위원은 “채무보증 비율이 감소하고 고정 이하 자산 비율이 낮아 건전성 우려가 크진 않으나, 부동산 PF 사업 의존도가 높은 일부 중소형사는 수익성과 건전성 측면에서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자산운용사, 양극화 심해지고 ETF만 지속 성장”
이보미 연구위원은 자산운용업의 경우, 올해 연간 당기순이익과 영업이익 등이 작년보다 나빠질 것이라 내다봤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전인 2020년 때와 비슷한 수준을 나타낼 거란 설명이다.
수수료 수익 급감 영향이 크다. 수수료 수익이 워낙 확대됐던 2021년 이후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다. 특히 ETF 경쟁에서 살아남고자 제 살을 갉아먹는 ‘보수 낮추기’ 출혈 경쟁을 이어가는 후발 운용사들에겐 치명적이다.
금융투자협회(회장 서유석닫기서유석기사 모아보기)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기준 전체 펀드 총보수는 0.43%로, 2년 전 0.503% 대비 0.1%p가량 낮아졌다. 공모 펀드 부진 여파로 펀드 수수료가 점점 감소하는 데다 시장의 축이 ETF로 옮겨지면서 운용업계 전반적으로 고객에게 받는 보수를 낮췄다.
그 결과 올 상반기 기준 3위권 다툼을 벌이는 KB자산운용(대표 이현승닫기이현승기사 모아보기), 한국투자신탁운용(대표 배재규), 한화자산운용(대표 권희백), NH아문디자산운용(대표 임동순) 등은 수수료 수익이 1년 전보다 줄었다.
반면, 업계에서 80% 정도의 압도적 ETF 시장점유율을 기록 중인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은 두 곳 모두 수수료 수익이 증가했다.
자산운용사 ROE의 경우엔 작년 절반 수준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대표 이석로)의 카카오(대표 홍은택닫기홍은택기사 모아보기) 지분 매각으로 인한 영업외수익 급증, 자기자본 증가 영향으로 ROE가 크게 상승했던 것에 대비한 역 기저효과 요인이 크다.
자기자본의 경우엔 작년보다 소폭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불황에도 적자 운용사는 작년 말 219곳에서 올 상반기 195개로 24곳 줄었다.
이 연구위원은 내년엔 자산운용업계 대형사와 중소형사 사이 양극화가 심해질 거라 관측했다. 이에 중소형사 위주로 ‘건전성 관리’에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450여 개 운용사 중 ▲삼성자산운용(대표 서봉균) ▲미래에셋자산운용(대표 최창훈‧이병성) ▲KB자산운용(대표 이현승) ▲신한자산운용(대표 김희송‧조재민) ▲한화자산운용(대표 권희백) 등 상위 5개 운용사가 전체 펀드 수탁고의 49.4%, ETF의 경우엔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 상위 2개 운용사가 75% 이상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며 “소규모 자산운용사는 부동산이나 특별자산 펀드에 특화된 경우가 많아 업황 둔화에 따른 수익 악화가 관측된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올해 상반기 적자를 기록한 운용사 중 직전 2년 동안 적자였던 운용사는 21곳, 작년 적자였던 운용사는 123곳”이라며 “이중 상당수는 내년에 폐업할 가능성이 있다”고 대형사만의 리그가 펼쳐지는 자산운용업계에 우려를 표했다.
상품 측면에선 상장지수펀드(ETF‧Exchange Traded Fund)에 비해 위축된 일반 공모 펀드 상황을 지적했다.
금융투자협회(회장 서유석)에 의하면, 올해 9월 기준 공모 펀드 순자산 344조원 중 ETF는 약 31%에 해당하는 107조원으로 집계됐다.
투자자 편의성 등으로 인해 다른 나라 대비 개인 투자자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에서 특히 빠르게 성장한 것이다. 주식형 펀드의 경우, 올해 ETF를 제외한 일반 공모 펀드는 자금 유출이 지속됐다.
이보미 연구위원은 “일반 공모 펀드 투자수요는 정체된 상황에 ETF 순자산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며 “문제는 ETF 성장으로 얻을 수 있는 수익성이라는 게 그냥 자산운용사 전반의 수익성으로 이어지지 않고 소수 대형사로 몰린다는 점”이라 꼬집었다.
이어 “대체투자와 특별자산 관련 투자에 대한 수요 감소로 이에 특화된 운용사들은 수익성과 건전성이 악화할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퇴직연금‧토큰 증권, 장기적으로 기회 요소”
이보미 연구위원은 금융 투자 업계의 장기적 기회 요소로 ‘퇴직연금 시장 성장’을 긍정적으로 봤다.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수익 증가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장관 이정식)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상반기 퇴직연금 적립액은 346조원이다. 금전신탁 중 퇴직연금 수탁고는 260조원까지 늘었다. 특히 은행 대비 증권사 적립금 증가가 두드러졌다. 상대적으로 상품이 높은 수익률을 기록 중이라서다.
하반기 전망은 더 좋다. 확정 기여형(DC·Defined Contribution) 퇴직연금과 개인형 퇴직연금(IRP·Indivisual Retirement Pension)에 대한 단기금융상품 및 계열사 투자 한도, 확정 급여형(DB·Defined Benefit) 상품에 대한 지방채·특수채 투자 한도 등이 완화된다. 지금보다 한층 더 탄력적 운용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다만, 이 역시 수혜 대상은 대형사 위주가 된다고 전망했다. 수익률, 상품 다양화 등 소비자 수요가 복잡해졌는데 대형사가 그 요구를 뒷받침할 여력이 더 있단 판단이다.
이보미 연구위원은 “퇴직연금에서 증권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며 “생애 주기 펀드(TDF·Target Date Fund) 등의 운용역량이 큰 대형 운용사 중심으로 수익이 늘어날 것”이라 말했다.
최근 금융 투자 업계에서 ‘새 먹거리’로 떠오른 토큰 증권 발행(STO‧Security Token Offering)에 대해서도 새로운 금융 투자 상품 시장이 형성될 수 있다는 기대감을 나타냈다.
토큰 증권은 블록체인(Blockchain‧공공 거래 장부)을 활용해 자본시장법상 증권을 디지털화한 자산을 말한다. 실물로 존재하는 자산의 권리를 유동화해 ‘증권형 디지털 자산’으로 전환하면 조각 투자가 가능하다.
이보미 연구위원은 “자본시장법 규율 내 STO를 허용하기로 해 토큰 증권 발행 및 유통이 가능해지면서 개인이 투자하기 어려운 대형 빌딩, 선박, 미술품 등에 있어 토큰 증권을 이용한 새로운 상품개발과 판매를 통한 수익 창출이 기대된다”고 피력했다.
다만, 그는 “STO 기초자산 가치 산정이 어려운 경우가 많고 규제 비용 등으로 단기간 활성화는 어려울 것”이라 분석했다.
신탁업에 관해서도 장밋빛을 그렸다.
이 연구위원은 “지난해 금융위원회(위원장 김주현닫기김주현기사 모아보기)가 ‘신탁업 혁신방안’을 발표하면서 신탁을 가계 보유재산의 종합 관리와 기업의 자금 조달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제시함에 따라 이를 통한 금융 투자 업자 수익 창출이 기대된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이 본 금융 투자 업계 전망과 방향
이날 이보미 연구위원 발표 뒤엔 연태훈 한국금융연구원 자본시장연구실장 사회로 토론이 진행됐다. 각계 전문가들이 금융 투자 업계 전망과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다.
토론자로 참여한 서철수 미래에셋증권(대표 김미섭닫기김미섭기사 모아보기) 리서치 센터(Research center‧연구소) 센터장은 금융 투자업 전망 관련 주요 키워드(Keyword‧핵심 단어)로 ‘맞춤형 서비스’를 꼽았다.
코로나를 지나면서 금융의 리테일(Retail‧개인 금융)화가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이유다.
서 센터장은 “증권업에서도 자산관리(WM‧Wealth Management) 사업이 많이 준비된 상태”라고 말했다.
함께 토론에 나선 고유선 신한금융그룹(회장 진옥동닫기진옥동기사 모아보기) 미래전략 연구소장은 한국 자본시장 특성에서 금융 투자 업계의 불황 요소를 찾았다.
고 소장은 “잘 아시다시피 고금리 상황에서 자금 운용이 굉장히 보수화한 데다 상당수는 부채에 허덕이는 상황”이라며 “자산을 운용하거나 관리해야 하는 증권사나 운용사도 레버리지(Leverage‧차입금)가 포화상태에 있다 보니까 활발하게 움직이기 어려운 것 같다”고 전했다.
운용업계 ETF 양극화 문제 대안도 ‘개인적 의견’이라며 보탰다.
고유선 소장은 “중소형 운용사들이 최근 혁신적인 테마형 ETF 상품을 많이 내지만, 대형 운용사가 얼마 안 가 이를 가로채는 경우가 다반사”라며 “액티브나 테마형 ETF에 있어선 특허 제도처럼 일정 기간 배타적 사용권을 부여하는 것도 방법이라 생각한다”고 제안했다.
이창화 금융투자협회 전무는 내년 금융 투자 업계가 가져야 할 주요 전략에 관해 나열했다.
그는 “글로벌(Global‧세계적) 경쟁력을 어떻게 강화할 것인지가 내년에도 신경 써야 할 부분인 것 같다”며 “대체거래소(ATS‧Alternative Trading System)도 출범 준비 중인데 거래소와의 경쟁 체제가 되는 만큼 이에 대응하는 고민이 필요한 시기로 보인다”고 제언했다.
이어 “위탁매매라 하면 중개라 안정적 사업이라 생각했지만, 최근 금리 리스크(Risk‧위험)가 많이 커졌다”며 “신용융자 등에 대한 리스크 관리 쪽을 신경 쓰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는 말도 더했다.
금융 투자 업계 양극화 문제에 대해선 “부동산 침체로 인해 중소형 증권사는 사업 체제를 다른 곳과 차별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상당수 전환해야 한다”며 “자산운용업의 경우엔 공모 펀드 활성화를 비롯해 금융지주 계열이 아닌 운용사의 판매채널 문제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피력했다.
서재완 금융감독원 자본시장 감독국장은 올해 금융 투자 업계 특징을 감독자 시선에서 바라봤다.
서 국장은 “부동산 PF 우려를 씻기 위해 금융당국과 업계 등이 함께 노력하고 있지만, 앞으로도 유동성과 건전성 문제가 경제 악화 트리거(Trigger‧도화선)가 되지 않도록 주요 감독 방향으로 삼고 있다”며 “특히 올해 시장 실패라 하면 직업윤리가 무너지면서 발생한 투자자와의 ‘신뢰 훼손’이라고 말할 수 있는데 내부통제와 리스크 관리 체계가 제대로 운영될 수 있도록 감독에 주력할 것”이라 밝혔다.
고영호 금융위원회 자산 운용 과장은 앞으로 당국이 더욱 속도를 내고 추진할 제도를 거론했다.
고 과장은 “신탁업은 1:1 맞춤형 종합 자산관리 계약이 될 수 있을 거라 본다”며 “지금은 금융상품을 파는 틀로만 사용되고 있는데, 앞으로 종합 자산관리 기능을 할 수 있도록 빠르게 법제화를 진행할 것”이라 알렸다.
이어 퇴직연금과 관련해서도 “저성장 고령화 시대에 가장 중요한 게 ‘노후 자산 확충’이라고 인식하고 있다”며 “그 부분을 지원할 수 있는 부분은 지속해서 강화할 예정”이라 강조했다.
업계를 향해선 “신뢰 회복과 내부통제 강화는 너무 중요하다”며 “투자자 보호에 대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임지윤 기자 dlawldbs20@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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