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4월 제22대 국회의원 선거를 5개월여 앞두고 여야가 총선 체제 전환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국내 증시에서는 주가 상승을 노리고 ‘정치 테마주’에 투자하는 개미들이 늘고 있다. 시장에서는 정치 테마의 경우 특정 기업의 가치나 실적에 기반한 것이 아닌 단발성 이슈인 경우가 많아 변동성이 높기 때문에 투자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31일 한국거래소(이사장 손병두닫기손병두기사 모아보기)에 따르면 지난달 코스피·코스닥 지수는 각각 3.85%, 8.56% 하락한 가운데, 정치 테마주들은 특정 이슈들이 발생할 때마다 롤러코스터 장세를 펼쳤다. 특히 지난달 정치 테마주로 엮여 상승했던 종목들의 주가는 이달 들어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지난달 21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되자 다음날 동신건설은 21.32%, 에이텍은 14.99% 급락했다. 동신건설은 본사가 이 대표의 고향인 경북 안동에 있다는 점이 부각돼 테마주로 엮였고 에이텍의 경우 최대 주주가 이 대표 성남시장 시절 성남창조경영 최고경영자(CEO) 포럼의 운영위원직을 맡았다는 이유로 관련주가 됐다.
같은 달 27일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이 대표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 뒤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했을 때 동신건설과 에이텍은 각각 25.43%, 29.93% 급등했다. 이날 2만1900원에 마감했던 동신건설은 이달 30일 기준 16.48% 하락한 1만8290원에 거래를 마쳤고 에이텍은 1만3240원에서 1만2490원(-5.66%)으로 하락하는 등 관련 이슈를 소화한 뒤 약세를 보였다.
단기 주가 급등을 노리고 정치 테마주에 빚을 내면서 투자하는 이른바 ‘빚투’에 나선 투자자들도 여전히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거래소에 따르면 30일 기준 국내 증시에서 신용 비율이 가장 높은 종목은 화천기계(9.3%)로 집계됐다. 화천기계는 남광 전 감사가 조국 전 장관과 같은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버클리) 로스쿨 동문으로 알려지면서 조 전 장관 테마주로 분류됐다.
화천기계는 지난달 25일 조 전 장관의 출마설이 돌면서 상한가를 기록했다. 이에 조 전 장관은 같은 날 페이스북을 통해 “저와 제 가족은 ‘화천기계’와 어떠한 관련도 없다. 주식투자자들은 유념해 달라”고 당부했다. 화천기계 측도 지난 2019년 조 전 장관과 관련이 없다고 공시했지만, 관련 이슈가 나올 때마다 급등락 장세를 펼치고 있다.
이밖에 노을은 사외이사가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서울대 법대, 컬럼비아 로스쿨 동문이라는 이유로 테마주로 엮였고 부국철강은 대표가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고등학교 동문이라는 점 때문에 관련주로 불리고 있다. 이처럼 정치 테마주는 대부분 정치인과 학연, 지연, 혈연이 있을 뿐, 뚜렷한 연관성을 찾기 어렵다.
남길남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지난 20대 대통령 선거 당시 정치 테마주로 언급되는 83개 종목을 분석한 결과 대선 후보와 기업 경영진 사이에 공통 지인(44%), 경영진과의 사적 인연(18%), 학연(16%) 등 해당 기업의 사업과 직접적 관련성이 없는 매우 막역한 관계가 대다수였다. 남 선임연구위원은 “기업가치와 본질적으로 관련이 없는 정치 테마주 현상은 과거 대통령 선거 사례를 보면 결국 선거일이 가까워지면서 주가가 하락하는 경향이 공통적으로 관측된다”고 설명했다.
시장 전문가들도 정치 테마주에 대한 투자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한 금투업계 관계자는 “정치 테마주는 실체가 없는 경우가 많아 단기 급등 후 급락하는 모습을 자주 보인다”며 “정치·선거 등의 이슈를 따라가기보다 기업의 성장 가능성, 실적 등을 보고 투자에 대한 판단을 내리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전한신 기자 pocha@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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