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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뉴딜 ETF’ 수익률‧거래량 급감… “이재명‧한동훈 테마주 조심”

기사입력 : 2023-09-05 20:58

(최종수정 2023-09-06 0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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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률도 2차 전지 뺀 11종 전부 ‘마이너스’

특정 정치인 따라 주가 ‘들썩들썩’ 종목 多

“학연‧지연‧혈연 묶인 정치 테마주 문제 있어”

“투자자 시선 다른 테마 넘어가면 순식간에 손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2020년 7월 14일 열린 한국판 뉴딜 국민보고대회에서 국민에게 한국판 뉴딜 정책 방향을 보고하고 있다./사진=문재인 정부 청와대 공식 네이버(NAVER‧대표 최수연) 블로그이미지 확대보기
문재인 전 대통령이 2020년 7월 14일 열린 한국판 뉴딜 국민보고대회에서 국민에게 한국판 뉴딜 정책 방향을 보고하고 있다./사진=문재인 정부 청와대 공식 네이버(NAVER‧대표 최수연) 블로그
[한국금융신문 임지윤 기자] 문재인 정부가 임기 당시 핵심적으로 추진한 ‘뉴딜 정책’과 관련된 상장지수펀드(ETF‧Exchange Traded Fund)가 정권 교체 1년 반이 지난 지금 거래량과 수익률 모두 급감 상태를 맞고 있다. 거래량만 놓고 보면 90% 이상 떨어졌다.

반면, 국내 상장된 ▲KBSTAR글로벌원자력iSelect ▲ACE 원자력테마딥섭치 ▲HANARO원자력iSelect 등 원자력 관련 ETF는 윤석열닫기윤석열기사 모아보기 현 정부의 ‘친원전’ 정책과 맞물리면서 최근 3개월간 10% 이상 뛰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세계 각국이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을 발표한 것도 호재로 작용했다.

정치 상황에 흔들리는 건 특정 주가지수에 따라 수익률이 움직이는 ETF뿐만이 아니다. 종목도 마찬가지다. ‘어떤 정치인과 어떤 기업 관계자가 인연이 있다’는 소식만 전해지면 주가가 고공 행진한다. 반대로 부정적 정치 이슈(Issue‧현안)가 불거지면 곧바로 폭락한다.

정책이든 정치인이든 왜 이런 일이 발생하는 걸까? 정치 테마 상품, 투자해도 괜찮을까?

정부가 분명 장기투자 하라 했는데…

“그냥 갖고 있어요. 제가 살 때만 해도 대통령이 나서서 뉴딜펀드를 샀다고 해서 적어도 손실은 보지 않겠거니 하고 투자했거든요. 당시 꽤 올랐을 때 뺐어야 하는데… 지금은 없는 돈이라 생각하고 삽니다.”

문재인 정부 당시 NH-아문디자산운용(대표 임동순)의 ‘HANARO Fn K-뉴딜디지털플러스’ ETF에 투자한 이창원(31세‧가명) 씨의 말이다. 정권 지지와 상관없이 안정적 수익을 위해 아버지와 같이 해당 ETF가 출시된 지 한 달쯤 뒤 200만원을 넣었었다. 당시 가격은 1만2000원대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 ETF는 13000원대 후반까지 올랐고, 비슷한 수준을 1년간 유지했다. 하지만 레임덕(Lame duck‧지도력 공백)이 발생하는 대통령 임기 말이 되자 가격은 계속 낮아졌다. 현재 5일 기준 9015원을 기록하고 있다. 살 때보다 25%가량 손실이 발생한 것이다.

NH-아문디자산운용(대표 임동순)의 ‘HANARO Fn K-뉴딜디지털플러스’ 상장지수펀드(ETF‧Exchange Traded Fund) 수익률 추이./사진=코스콤(Koscom‧사장 홍우선) ‘ETF 체크(CHECK)’ 누리집 갈무리이미지 확대보기
NH-아문디자산운용(대표 임동순)의 ‘HANARO Fn K-뉴딜디지털플러스’ 상장지수펀드(ETF‧Exchange Traded Fund) 수익률 추이./사진=코스콤(Koscom‧사장 홍우선) ‘ETF 체크(CHECK)’ 누리집 갈무리

당시 문 정부는 나서서 장기투자를 권유했었다. 예산 160조원에 정책 목표 시점이 2025년인데다 기후 위기 극복, 한국경제의 장기적 구조 전환 등 과제 자체가 짧은 시간 해결할 수 없었기에 투자 역시 길게 봐야 한다는 설명이었다. 한국거래소(이사장 손병두닫기손병두기사 모아보기)는 “미래를 내다보는 뉴딜 전략인 만큼, 장기투자는 필수일 것”이라고 투자 홍보했었다.

자산운용사들도 앞다퉈 뉴딜 관련 ETF를 출시했다. ▲배터리(Battery) ▲바이오(Bio) ▲인터넷(Internet) ▲게임(Game)의 알파벳 앞 글자를 모은 ‘BBIG’ 신조어을 이름으로 딴 뉴딜 ETF도 나왔다. 거래소는 이례적으로 ‘KRX BBIG K-뉴딜지수’에 대한 배타적 사용 기간을 미래에셋자산운용(대표 최창훈‧이병성)에 부여했다.

이에 길게 보고 들어간 투자자들이 꽤 많았다. 하지만 출시 당시 사서 지금까지 보유했으면 마이너스(-) 확률이 90% 이상이다. 정권이 바뀐 지 1년 6개월을 맞는 현시점 해당 ETF가 모두 폭락했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 일부 종목이 반등에 성공했지만, 출시 시점에 비하면 터무니없다.

<한국금융신문>이 5일 코스콤(Koscom‧사장 홍우선) ‘ETF 체크(CHECK)’ 플랫폼을 통해 조사한 결과, 2020~2021년 문재인 정부 임기 때 뉴딜 정책과 관련돼 출시된 ETF는 ▲HANARO Fn K-뉴딜디지털플러스 ▲HANARO 탄소효율그린뉴딜 ▲KBSTAR Fn K-뉴딜디지털플러스 ▲KODEX Fn K-뉴딜디지털플러스 ▲KODEX 탄소효율그린뉴딜 ▲TIGER KRX게임K-뉴딜 ▲TIGER KRX바이오K-뉴딜 ▲TIGER KRX인터넷K-뉴딜 ▲TIGER KRX BBIG K-뉴딜 ▲TIGER KRX BBIG K-뉴딜레버리지 ▲TIGER KRX2차전지K-뉴딜 ▲TIGER KRX2차전지K-뉴딜레버리지 ▲TIGER 탄소효율그린뉴딜 등 13개다.

이중 미래에셋자산운용이 내놓은 ‘TIGER KRX2차전지K-뉴딜레버리지’와 ‘TIGER KRX2차전지K-뉴딜’ 2개 상품을 제외하고 11개 상품이 전부 출시 당시보다 현재 가격이 낮아졌다. 올해 에코프로(대표 송호준)가 ‘황제주’에 등극하는 등 2차 전지 강세가 없었다면 13개 종목 모조리 처참한 기록을 낳을 뻔했다.

거래량은 더 심각하다. ‘TIGER KRX2차전지K-뉴딜’ ETF를 제외하고 12개 상품이 모두 출시 직후 한 달과 지난 8월 한 달 거래량을 비교할 때 90% 이상 줄었다. 최대 99%까지 떨어진 상품도 여럿이다.

대표적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가입한 뉴딜펀드인 HANARO Fn K-뉴딜디지털플러스 ETF의 경우, 8월 한 달 거래량이 8100좌로 출시 직후 1774만3805좌 대비 1000배 넘게 쪼그라들었다. 같은 기간 문 대통령이 가입한 또 다른 뉴딜펀드 TIGER KRX BBIG K-뉴딜 역시 1740만9438좌에서 15만1108좌로 100배 이상 축소됐다.

특히 KB자산운용(대표 이현승닫기이현승기사 모아보기)의 ‘KBSTAR Fn K-뉴딜디지털플러스’와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KRX BBIG K-뉴딜레버리지’ ETF는 각각 순자산총액이 45억, 22억5400만원으로 상장폐지 위험 상태다.

ETF는 기초지수와의 상관계수가 0.9 미만(액티브 ETF는 0.7)인 상태가 3개월간 지속되거나 상장 1년이 지난 상품 순자산이 50억 원 미만으로 떨어져 다음 반기 말까지 해소되지 않을 시 시장에서 쫓겨난다.

한 금융 투자업계 관계자는 싸늘해진 뉴딜 ETF에 관해 “진보, 보수로 나뉘어 양극단에서 서로를 헐뜯는 문화가 지배적인 대한민국 정치 풍토에서 어떻게든 정권 교체 뒤 전 정부 정책을 지우려 하다 보니 경제 정책에 있어서도 장기적 효과가 나오기 쉽지 않다”며 “뉴딜 정책 자체만 놓고 보면 유망한 산업 군이 많이 포함돼 있기에 해당 ETF로 현재 손실이 크다면, 일단 보유하는 게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30일부터 진행 중인 ‘2022 회계연도 국회 결산안 심사’에 정부와 여당을 향해 뉴딜펀드 집행률과 관련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2021년 35.7%에서 2022년 10.7%로 투자 집행률이 낮아진 게 민생을 외면했단 주장이다.

이에 관해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은 5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문재인 정부에서 디지털 뉴딜이라는 이름 아래 단기 아르바이트, 가짜 일자리 연구개발(R&D‧Research and Development) 예산을 남발해 놓고 ‘예산 삭감은 황당하다’고 얘기하니 국민도 어이없다는 반응”이라고 반박했다.

“정치인 이름 딴 ‘OOO 테마주’ 조심해야”

앞서 언급한 뉴딜 ETF를 정책 테마 상품이라 지칭한다면, 정치인 테마주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해당 기업의 펀더멘털(Fundamental‧기초자산)과 달리 특정 정치인 이슈에 따라 하루가 다르게 주가가 널뛰기 때문이다. 투자자 주의가 더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

안철수닫기안철수기사 모아보기 의원(경기 성남시 분당구갑)이 창업주이자 최대 주주로 있는 안랩(대표 강석균) 주가는 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가 있던 올해 초 나경원 의원 불출마 소식에 상한가를 찍는 등 연일 상승세를 찍었다. 하지만 결국 현 김기현 당 대표에게 패하면서 주가가 곤두박질쳤고, 6개월 지난 지금 수익률은 –9%대다.

반대로 한동훈 법무부 장관 테마주로 묶이는 종목은 현재 치솟고 있다. 산업용‧게임용 모니터 생산 업체인 토비스의 경우, 안영수 감사가 한동훈 장관과 공통점이 많다는 이유로 5일 기준 최근 1년간 주가가 110.05% 폭등했다. 최근 한 달 수익률도 19.56%다.

안 감사는 한 장관과 같이 서울대학교 법학대학원을 졸업하고 사법연수원 27기로 수료했다. 한 장관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토비스 주가가 뛴 것이다. 한 장관의 대권 등판 얘기도 나온다.

한 장관 관련 테마주는 토비스 말고도 더 있다. 정보통신 기술(IT‧Information Technology) 업체인 오파스넷(대표 장수현)은 신동훈 사외이사가 한 장관과 같은 제37회 사법시험 합격자라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최근 1년 동안 175.44% 올랐다. 태양금속(대표 한우삼‧한하워드성)과 나우아이비캐피탈(대표 이승원)도 한동훈 테마주로 엮이면서 각각 161.96%, 52.17% 상승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022년 8월 31일 론스타 국제투자분쟁(ISDS‧Investor-State Dispute Settlement) 사건 판정 선고와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사진제공=법TV이미지 확대보기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022년 8월 31일 론스타 국제투자분쟁(ISDS‧Investor-State Dispute Settlement) 사건 판정 선고와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사진제공=법TV

이재명 테마주도 강세다. 민주당 당 대표 취임 1주년을 맞아 윤석열 정권 비판과 함께 무기한 단식 투쟁에 나선 가운데 테마주로 분류되는 동신건설(대표 김근한‧김동한)이 연일 오르고 있다.

지난 2021년 연말 대선 후보 때 경제 전문 유튜브(YouTube) 채널 <삼프로TV>에 나와 “이재명 테마주, 나와 전혀 상관없다”며 “사지 마라”고 말한 것과 달리 이재명 테마주로 지목된 동신건설은 이 대표 단식 시작일인 지난달 31일 상한가를 찍었다. 31일부터 이날까지 수익률은 +39.75%다. 단지 이 대표 고향인 경상북도 안동에 동신건설 본사가 있다는 이유뿐이었다.

해당 기간 동신건설 외에도 시장에서 이재명 테마주로 받아들여지는 ▲이스타코(대표 김승제‧김동현) +11.27% ▲에이텍(대표 신승영‧이상훈) +7.20% ▲CS(대표 최규훈) +5.09% 등도 주가가 반짝 올랐다. 회사 최고경영자가 이재명 대표와 동문이라거나 이 대표가 추구하는 정책과 관련 있다는 이유였다.

주가가 아무리 미래 상황을 추정하고 기대감을 반영한다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주의’ 목소리가 나온다. 특정 인물 또는 정책에 따라 유행을 끄는 상품은 향후 소외 위험이 있다는 설명이다.

남길남 자본시장연구원(원장 신진영) 연구조정실장은 “기업 내재가치와 관련 없이 특정 이벤트(Event‧현안)에 반응해 주가가 급등락하는 테마주 현상, 특히 기업 경영진이나 지배주주가 학연‧지연‧혈연 등으로 유력 대통령 후보와 관련 있다고 주가가 폭등하는 ‘정치 테마주’ 현상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고 짚었다.

한재혁 하나증권(대표 강성묵) 연구원은 “테마주는 짧은 시간에 폭발적인 수익률을 낼 수 있는 이점이 있지만, 시장 수급이 받쳐주지 않거나 투자자 시선이 다른 테마로 넘어가면 순식간에 손실을 볼 수 있는 위험이 있는 대표적인 하이 리스크-하이 리턴(High risk high return‧고위험-고수익) 매매”라며 “포모(FOMO‧뒤처짐에 대한 공포) 심리의 뇌동매매는 지양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임지윤 기자 dlawldbs20@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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