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는 2026년부터 2032년까지 7년간 현대차의 차세대 유럽향 전기차에 배터리를 공급한다고 23일 공시했다.
현대차는 처음으로 삼성SDI 배터리를 채택했다는 의미도 있다. 현대차 주요 배터리 공급사는 LG에너지솔루션, SK온과 중국 CATL 등이다. 완성차 입장에서는 더 많은 배터리 업체와 거래할 수록 가격 협상 등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특히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한 배터리 시장에서는 배터리 제조사의 영향력이 크다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내연기관차 시대 대다수 부품업체를 대상으로 '갑' 위치에 있던 현대차가 배터리기업들과는 미묘한 긴장관계를 유지하며 다양한 공급망 확보에 힘쓰고 있다.
현대차 차세대 전기차에 파우치가 아닌 각형 배터리를 탑재할 수 있게 된 이유는 오는 2025년부터 적용할 2세대 전용 전기차 플랫폼에 있다.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지난 6월 CEO 인베스터데이에서 "2세대 플랫폼은 폼팩터 다변화에 대비해 기술 개발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를 대표하는 기업인 삼성과 현대차가 총수의 세대 교체와 맞물려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발전했다는 의미도 있다.
사실 과거 두 그룹의 관계는 썩 좋지 않았다. 1983년 이건희 삼성 회장이 반도체 사업 진출을 공식화하자, 곧이어 정주영 현대 회장이 현대전자(현 SK하이닉스)를 설립했다. 1995년엔 삼성이 삼성자동차(현 르노코리아)를 만들어 자동차 산업에 진출하며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다.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를 맞아 삼성과 현대차는 각각 자동차와 반도체 사업을 정리했지만 앙금은 남았던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디스플레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등 자동차부품에 LG그룹 제품을 선택하는 것을 선호하며 삼성과는 '거리두기'를 했다.
서먹하던 관계는 이재용·정의선 '3세 경영'이 본격화하며 급변했다. 삼성전자가 지난 6월 현대차에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프로세서 '엑시노스 오토 V920'을 2025년부터 공급한다고 밝힌 것이다. 배터리 외에도 차량용 반도체 분야에서 처음으로 두 기업이 손잡은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과 현대차가 코로나와 각국의 보호무역 장벽 확대 등 대외 이슈를 경험하며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를 위해 전략적 동맹 관계를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곽호룡 기자 horr@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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