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주와 가치주가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을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또 성장주로 시작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가치주로 발돋움하기도 한다. 반대의 사례도 발생한다.
특정 수준의 주가수익비율(PER), 주가순자산비율(PBR)만 갖고 성장주와 가치주를 나누기도 어렵다.
버핏의 주식바구니는 ‘알록달록’
22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된 13F(13 Filing) 분기 공시에 따르면, ‘투자의 대가’ 워런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해서웨이의 보유주식 상위 10개 종목은 2023년 6월 30일 기준으로 ▲애플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코카콜라 ▲셰브론 ▲옥시덴털 페트롤리움 ▲크래프트 하인즈 ▲무디스 ▲HP(휴렛 팩커드) ▲다비타 순으로 집계됐다.이 중 애플의 경우 버크셔해서웨이가 보유한 주식 전체의 절반(51%) 가량을 차지할 만큼 비중이 절대적으로 큰 것으로 나타났다.
종목 분류상 애플은 성장주 성격을 가진 대형 기술주(IT/테크)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애플은 이제 버크셔해서웨이가 오랫동안 투자 리스트에 올린 뱅크오브아메리카(BoA)(금융), 아메리칸 익스프레스(금융), 코카콜라(필수소비재), 셰브론(정유/에너지) 등과 같은 전통 가치주와 더불어 버핏의 주식 쇼핑 바구니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애플의 주가는 그동안 꾸준한 상승 곡선을 그려 왔다. 매출, 순이익 등에서 안정적 실적을 만들어가는 한편 자사주 매입, 배당 등으로 활발한 주주환원에도 힘써왔다. 버크셔해서웨이에 성공적인 투자 성과를 견인한 것이다.
최근 워런 버핏은 일본 주식시장도 노크해 투자자들의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이 역시 동일 선 상에서 ‘가치투자’로 볼 수 있다.
버핏은 2023년 4월 일본 5대 종합상사(마루베니, 이토추, 미쓰이, 스미토모, 미쓰비시) 지분도 확대했다. 일본 종합상사가 저평가 가치주로 분류되고, 배당 투자 측면에서도 매력적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성장가치주’라는 개념이 새로운 주목을 받고 있다.
국내 대표 가치투자 명가인 신영자산운용은 2023년 9월 테슬라·엔비디아에 대한 초기 투자로 유명한 베일리기포드와 장기 글로벌 성장주 펀드에 주로 투자하는 재간접 신규 펀드를 출시했다. 가치주는 물론 성장가치주도 조기 발굴해 장기 투자하는 전략을 구사함으로써, 포트폴리오의 다변화와 안정화를 모색하고 있다.
한번 성장주·가치주, 영원하지 않다
성장주와 가치주 구분 기준을 ‘무 자르듯’ 규정할 수는 없다. 서로 대립해 평행선을 달리는 것도 아니다.일반적으로 PER, PBR 등 지표를 기준으로 가치 대비 주가가 저평가되면 가치주로, 주가가 고평가되면 성장주로 분류하는게 기본 공식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성장주와 가치주의 중간쯤에 위치하는 종목들도 많다.
예컨대 마이크로소프트(MS)의 경우, 빅테크(Big tech) 기업이지만 꾸준한 배당주로 분류될 수 있다. 나아가 최근 AI(인공지능) 혁명 챗GPT의 대표적인 수혜주로도 볼 수 있다. ‘매그니피센트 7(Magnificent Seven)’에 포함된 성장주로 구분하기도 한다.
시작은 성장주에서 비롯됐지만, 마치 제품수명주기처럼 차츰 가치주로 옮겨가는 기업들도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주식의 적정가치 판단 기준은 고정적이지 않고 움직인다”며 “성장주와 가치주의 장점을 더한 성격을 가진 주식을 발굴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성장주냐 가치주냐 여부를 놓고 어느 한 쪽이 항상 유리하다고도 볼 수 없다.
성장주의 경우 미래에 대한 기대감이 주가를 단기간에 힘껏 올린 만큼, 이후 ‘버블(Bubble)’이 터지면 급락하는 사례가 역사적으로 반복됐다.
가치주는 ‘안전운행’이라는 장점을 지니지만, 대세 성장의 과실을 온전히 누리지 못하는 점이 한계로 지목된다.
4차 산업혁명 관련 대표 성장·기술주가 몰려 있는 미국증시의 경우 해외주식에 투자하는 ‘서학개미’에게 있어서 스테디셀러 투자처다.
또 탈(脫)중국의 대표적 수혜국으로 꼽히는 인도는 대안 투자처로 분류된다. 특히 ‘제2의 글로벌 공장’으로 불리고 있어 고(高)성장에 대한 기대감도 크다.
전통적으로 가치·배당주들은 주주환원율이 높다. 월가에 따르면, 2023년 기준 S&P500 지수 내 ▲3M ▲코카콜라 ▲존슨앤드존슨 ▲P&G(프록터앤드갬블) ▲콜게이트-팔몰리브 ▲도버 ▲에머슨 일렉트릭 ▲제뉴인파츠 등 총 8개 종목이 최소 60년 이상 연간 배당금을 인상한 회사들이었다.
예컨대 코카콜라의 경우, 시장지배력이 높은 대표 음식료주이자 방어주로 꼽힌다. 경기침체 우려가 확산되는 시기에 특히 투자매력도가 높았다.
배당 관련, ‘제 2의 월급’으로 불리는 월(月)배당 상품에 대한 투자 수요도 점차 늘고 있다.
임은혜 삼성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월배당 ETF(상장지수펀드)는 인컴(income)형 ETF의 최고로, 기대수명이 늘고 노후 현금흐름 확보 필요성이 커지면서 투자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정선은 기자 bravebambi@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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