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 오가는 사람이 많아야 할 점심시간, 기자가 찾은 신촌·이대 앞 상권은 드문드문 돌아다니는 학생들을 제외하면 예상보다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곳곳에 임대문의 스티커가 붙은 빈 건물이 즐비했고, 통유리 밖으로 보이는 식당도 테이블에 빈자리가 많았다.
가로수길과 홍대 등 기존에 ‘핫한’ 상권으로 통했던 곳들도 모두 마찬가지였다. 심지어 직장인이 몰려있는 3대 업무지구 중 하나인 CBD(광화문·종각·을지로 일대)에도 텅 비어있는 건물들을 대로변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다.
고금리와 물가 상승·경기 침체 장기화로 소비가 위축되면서, 비싼 임대료를 버티지 못한 자영업자들은 장사를 포기하기에 이르고 있다. 이로 인해 상가를 비롯한 상업용 부동산시장이 위축되고 공실이 늘며 업계 전체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논현역 인근 B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사업이 너무 힘들다면서 있던 사무실도 다 없애고 나가는 업체가 많다”며, “그렇다고 임대료를 낮춰서 임차인을 들이겠다는 임대인들도 별로 없다. 덕분에 우리도 중간에서 거래가 없어서 개점휴업 수준”이라고 토로했다.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 서울 공실률은 중대형상가 8.4%, 소규모상가 6.9%, 집합상가 9.3% 등으로 나타났다. 자연공실률이 5%대인 것을 감안하면 모두 높은 수치다. 자연공실률이란 공급과 수요가 균형을 맞춘 상태에서의 최저 공실률을 의미한다.
◇ 소형빌딩에 98% 쏠린 8월 상업용 빌딩 거래, 3대 권역 모두 부진한 흐름
서울시의 상업용부동산 거래는 소형빌딩이 98%를 견인하고 있었다. 부동산플래닛에 따르면 서울시의 8월 상업·업무용 빌딩 거래량은 155건으로 전월 138건 대비 12.3% 증가했다. 그러나 매매거래금액은 총 1조1000억원으로 지난달 1조1267억원보다 2.4% 줄었다. 전년동월과 비교해도 35%나 줄어든 수치다.
이 같은 현상은 상대적으로 큰 규모의 빌딩 거래 비중이 많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8월 서울시에서 매매된 빌딩 중 소형빌딩(1천평 미만)의 거래량은 152건으로 전체의 98% 이상을 차지했다. 중형빌딩(1천평 이상~5천평 미만)과 대형빌딩(1만평 이상~2만평 미만)의 거래는 각각 2건과 1건에 그쳤고, 중대형빌딩(5천평 이상~1만평 미만) 및 프리미엄 빌딩(2만평 이상) 매매는 전무한 것으로 확인됐다.
8월 서울시 매매거래량을 권역별로 살펴보면 다소 상반된 양상을 나타냈다. CBD(종로구, 중구) 36건, 그 외(ETC) 지역은 82건으로 전월 대비 각각 33.3%, 26.2% 증가한 반면, GBD(강남구, 서초구) 19건, YBD(영등포구, 마포구) 18건으로 17.4%, 21.7% 감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반면 거래금액은 하락세가 주를 이뤘다. CBD의 경우 1632억원, GBD는 2910억원, 그 외 지역이 3548억원으로 7월과 비교해 각각 9%, 17.7%, 27% 감소했다. 직전월 1081억을 기록한 YBD의 경우, 8월 거래액이 169.2% 오른 2910억원을 기록하며 유일하게 증가 그래프를 그렸으나 지난해 동월과 비교하면 16.6% 줄어든 수치에 그쳤다.
부동산플래닛 정수민 대표는 “3개월 연속 상승하며 시장 회복 기대감을 고조시켰던 전국 상업·업무용 빌딩 거래의 우상향 흐름이 8월까지 이어지지는 못했다”며, “고금리 기조가 상당 기간 지속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부동산 투자 시장도 다시 위축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 만큼 당분간 시장 회복은 지연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전했다.
장호성 기자 hs677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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