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뿐만 아니라, 다수의 은행이 함께 진행하는 민관 공동 프로젝트다. 또 국제결제은행(BIS)과 테스트 기획 단계에서부터 협력했다.
은행들이 희망하는 고객들에게 예금을 기반으로 한 예금토큰을 발행해서 오는 2024년 말부터 실제 활용해 볼 계획을 세웠다.
한은(총재 이창용닫기이창용기사 모아보기), 금융위(위원장 김주현닫기김주현기사 모아보기), 금감원(원장 이복현닫기이복현기사 모아보기)은 4일 공동으로 미래 통화 인프라 구축의 첫걸음이 될 ‘CBDC 활용성 테스트’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이번에 공동 추진하는 CBDC 활용성 테스트는 금융기관 간 자금거래 및 최종 결제 등에 활용되는 기관용 CBDC 중심이다. 이는 현재 은행들이 중앙은행에 개설한 계좌의 예금(지급준비금)을 활용해 자금거래 및 최종 결제를 수행하는 것과 유사하다.
은행들은 한은이 분산원장 기술을 이용하여 구축한 ‘CBDC 네트워크’ 내에서 일반 국민들이 사용할 수 있는 디지털 지급수단을 제공하게 된다.
‘CBDC 네트워크’는 향후 테스트 확대 가능성을 열어두기 위해 발행금액에 상응하는 금액 100%를 기관용 CBDC로 보유하고 이에 기반하여 디지털 지급수단을 발행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1단계로 은행들이 희망하는 고객들에게 예금을 기반으로 한 ‘예금토큰'을 발행하여 내년(2024년) 말부터 실제로 활용해 볼 계획을 세웠다.
한은과 정부는 이번 테스트는 IT 기술 발전을 반영한 미래 통화 인프라의 시범 모형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토큰증권(STO) 등과 같은 새로운 형태의 금융상품이 보다 안전한 지급수단을 통해 효율적으로 거래되는 방안을 마련하는 데에도 이바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BIS는 테스트 초기 준비단계부터 CBDC 등 미래 통화 시스템 관련 연구·개발 경험을 적극 공유하였다. 특히 BIS 혁신허브 및 통화경제국 소속 전문가들은 ‘CBDC 네트워크’ 설계 및 구축 방안에 대한 기술 자문을 제공하였다.
시스템 개발을 위한 사업자 선정 절차는 이날부터 진행된다. 10월중 시스템 개발 사업자 및 은행 대상 설명회 개최를 예정하고 있다.
한은, 금융위, 금감원은 테스트 대상 구체적 활용 사례, 참가 은행 등 세부 사항을 오는 11월말에 공개하고, 일반 국민 참여 테스트는 시스템 구축 등의 준비를 거쳐 내년 4분기경 착수할 계획을 세웠다.
실험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내년 4분기까지 금융위는 한은, 기획재정부, 금감원, 참여 은행 등과 함께 실무 TF(태스크포스)를 운영한다.
이날 남대문로 한은에서 열린 CBDC 활용성 테스트 추진 계획 공동 기자설명회에서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오늘 이 자리에서 테스트 계획을 발표하는 기관용 CBDC와 예금토큰 등을 통한 지급결제 생태계는 토큰증권과 같은 디지털 자산의 원활하고 안전한 거래를 뒷받침하면서 새로운 기술을 통해 현행 지급결제 시스템의 효율성도 개선하는 여러 가지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 부위원장은 "이번 활용성 테스트가 말 그대로 ‘테스트’라 하더라도 참여하는 일반 국민들의 권리 관계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므로, 은행의 예금토큰 발행 근거를 명확히 할 것"이라며 "금번 테스트 과정에서는 분산원장의 기록과 은행의 장부 기록을 1대 1로 실시간 연계(mirroring)하여 지급결제의 법적효과를 안정적으로 구현할 예정이고, 세부모델 설계과정에서 거래기록 암호화, 접근권한 등에 대한 기술적 조치, 이용자 재산권과 관련한 은행의 설명 조치 등 충분한 이용자 보호 조치를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명순 금감원 수석부원장은 "금융 시장에 미치는 영향 뿐 아니라 현재 규율체계를 마련 중인 가상자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면밀히 모니터링 할 것이며, 향후 진행되는 논의에도 적극 참여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유상대 한은 부총재는 "한국은 지급결제시스템이 잘 발달되어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할 때 범용 CBDC의 경우 주요국 동향을 고려하는 가운데 이의 도입 준비는 장기적으로 연구·개발 역량을 높여가는 방향으로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이르게 되었다"며 "참가 은행들은 중앙은행이 구축한 안전한 테스트 인프라를 활용하여 다양한 혁신적 서비스를 구현해 보는 주도적인 역할을 맡게 된다"고 설명했다.
유 부총재는 "미래 디지털 금융 인프라를 함께 준비하는 프로젝트가 첫 걸음을 내딛게 되었다"며 "한은은 테스트가 당초 목표한 바대로 잘 추진될 수 있도록 기재부, 금융위, 금감원 등과 준비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BIS에 따르면, 2022년 말 기준 현재 전 세계 90% 이상 중앙은행들이 CBDC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한은은 2020년 이후 CBDC 연구에 본격 착수한 이래 범용 CBDC를 중심으로 기술, 법·제도 및 파급효과 등의 측면에서 다각적인 연구를 수행해 왔다.
이번 테스트는 한은법 개정 없이 현행법 체계 내에서 제한적인 연구 목적으로 진행된다.
이번 테스트 상 기관용 CBDC는 형태만 달라졌을 뿐 기존 지급준비금과 기능 및 성격이 동일하다고 한은 측은 설명했다.
예금토큰의 발행·유통을 참여 은행이 영위할 수 있도록 금융규제샌드박스를 통해 동 테스트 범위 내에서 한시적으로 허용할 계획을 세웠다.
한은의 CBDC는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가상자산 범위에서 제외된다. 한은은 "예금 토큰 또한 발행 형태에 차이가 있을 뿐 기존 은행 예금과 유사하다는 특성을 고려하여, 가상자산법상 가상자산의 범위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또 한은은 "활용성 테스트에 참가하는 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통화는 CBDC네트워크에서만 발행 및 유통되기 때문에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거래되거나 가상자산 구매 목적으로 사용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한은은 장애 및 해킹 등으로 인한 이용자 불편과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시스템 구축 단계부터 철저히 준비해 나갈 계획으로, 특히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한 실거래 테스트에 착수하기에 앞서 충분한 사전 테스트 및 점검을 거칠 예정이라고 밝혔다.
특히 한은은 "금번 활용성 테스트는 기관용 CBDC 기반의 미래 통화 인프라를 시범적으로 구축해 보고 이를 바탕으로 혁신적인 활용사례와 제도적 시사점을 점검하기 위한 연구 목적의 실험"이라며 "따라서 기관용 CBDC나 민간 디지털통화의 실제 발행을 전제로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고 분명히 했다.
정선은 기자 bravebambi@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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