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사업에 필요한 건설 필수원자재의 경우 우크라이나 현지와 우리나라 모두 현저히 부족한 상태다. 또 전후재건사업 특성상 공사가 진행되더라도 공사대금을 적기에 회수할 수 있는지에 대한 여부도 불투명해 당장 사업성을 담보하기도 어렵다는 것이 업계 안팎에서 나오고 있는 우려다. 정부의 적극적인 우크라이나 재건사업 참여 의지가 국내 건설사들에게 역으로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이유다.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은 '제2의 마셜플랜'으로 불리며 단순한 기반시설 복구가 아닌 우크라이나의 미래 발전을 견인 할 수 있는 인프라 구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마셜플랜은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전쟁으로 폐허가 된 서유럽 동맹국들을 중심으로, 유럽 자유 국가들의 재건과 경제적 번영을 위해 미국이 계획한 재건과 원조 기획을 말한다.
국토교통부는 민·관 합동 ‘우크라이나 재건협력 대표단(원팀코리아)’을 최초로 구성, 9월 13일(수)부터 9월 14일(목)까지 이틀간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이우를 방문했다. 이번 대표단에는 원희룡닫기원희룡기사 모아보기 국토교통부 장관을 단장으로 공공·민간기업 총 18곳이 참여했다. 국내 민간 건설사 가운데는 삼성물산·현대건설·한화 건설부문 등이 포함됐다.
19일 열린 ‘글로벌 인프라 협력 콘퍼런스(GICC)’에서도 원희룡 장관은 우크라이나 재건사업 지원 의지를 다시 한 번 강하게 드러냈다.
원 장관은 "정부가 내년도 우크라이나 재건 지원 예산과 전체적인 공적개발원조(ODA) 예산의 대폭 확대를 결정했다"며 "대한민국은 우크라이나 재건사업에 대한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 우리도 부족한데…우크라 현지 건설자재 부족, 공사대금 회수도 난항 예상
다만 정부의 장밋빛 전망처럼 우크라 재건사업에 긍정적인 요소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가장 직접적인 문제는 건설자재의 부족이다. 19일 GICC에서 진행된 우크라이나 특별 세션에서 우크라이나 건설협회 올렉산드르 셰르박 본부장은 “우크라이나에서는 건설자재가 부족한 상황”이라며 “한국이 자재를 공급해준다면 저희에게도 한국에도 좋은 사업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발언했다.
그러나 우리나라 역시 만성적인 원자재값 고공행진으로 신음하고 있어 건설자재 공급이 제한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최근 국토부는 분양가상한제 주택에 적용되는 기본형건축비를 1.7% 상향했다.
콘크리트 등 자재비와 노무비 인상 등 영향으로 기본형건축비(16~26층 이하, 전용면적 60~85m² 지상층 기준)가 직전 고시된 m²당 194만 3000원에서 197만 6000원으로 올랐다. 구체적인 요인으로는 콘크리트 등 자재비와 노무비 인상 등 영향이 반영됐다. 자재가격 중 레미콘 7.84%, 창호유리는 1.0% 올랐다.
인근의 폴란드를 비롯한 동유럽 시장에서 자재를 수입하는 방식으로 대안을 마련할 수 있지만, 현재는 우크라이나의 자재공급 요청을 쉽게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의견이다.
또 다른 관건은 해외공사 특성상 공사대금 회수가 국내에 비해 어렵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해외수주 텃밭으로 분류되는 중동 지역의 경우, 유가 변동성에 취약한 재무구조 특성상 공사대금을 제때 공급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해왔다.
이 때문에 미리 해외수주 금액을 실적에 반영했다가 공사대금을 받지 못해 이 부분이 잠재적 손실로 잡혀버리는 건설사들도 종종 나타났다. 건설산업연구원이 해외건설협회 및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자료를 분석한 결과 국내 건설사의 미청구공사금액 규모는 2021년 10조9712억원에서 2022년에 13조1415억원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후재건을 목표로 하는 우크라이나 사정상 자금흐름이 원활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업계 사정에 밝은 한 전문가는 “우크라 재건사업의 모델로 거론되는 마셜플랜의 경우 서유럽 대다수 지역을 포함하는 천문학적인 프로젝트라는 의의가 있었지만, 우크라 재건의 경우 이보다 지엽적이기 때문에 그때와 같은 지원이 이뤄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본다”는 생각을 밝혔다.
그는 또한 “특히 미국이 마셜플랜 당시와는 달리 고금리를 유지하며 긴축재정을 가져가고 있고, 중국의 힘이 빠져있는 상황에서 굳이 무리한 지출을 감행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므로 우크라이나를 무작정 기회의 땅으로 여기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장호성 기자 hs677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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