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가상 자산 거래소 ‘코빗’(Korbit‧대표 오세진) 산하 코빗 리서치 센터(Research center‧연구소)가 지난 17일 발간한 보고서 ‘BTC·ETH의 탈 중앙화 동향과 미국 증권 거래 위원회(SEC‧Securities and Exchange Commission)의 기업 금융 국장인 ‘윌리엄 힌먼’(Willian Hinman) 증권성 연설 재조명’ 내용 중 일부다.
5개 하위 시스템은 ▲마이닝(mining) ▲클라이언트(client) ▲개발자(developer) ▲노드(node) ▲자산 보유(ownership) 등이다. 탈 중앙화가 개선될 때 나카모토 계수는 상승하고 지니 계수는 하락한다.
나카모토 계수는 블록체인 네트워크 51% 이상을 제어하고자 최소로 필요한 참여자 수를 말하며, 지니 계수는 전통 경제학에서 소득 분배 불평등을 측정하는 지수를 의미한다. 지니 계수를 블록체인에 적용하면 완전한 탈 중앙화 상태에선 0이고, 완전한 중앙화에선 1의 값을 가진다.
이는 비트코인이 상위 참여자들만 보유한 가상 자산이 아니란 의미다.
반면, 개발자와 노드(Node·관리 주체)에선 비트코인 탈 중앙화가 후퇴했다. 개발자에 대한 지니 계수는 지난해 11월 초 0.39에서 올해 3월 말 0.20까지 떨어졌으나, 이후 다시 상승 흐름을 나타내며 올해 6월 중순 0.46까지 반등했다. 같은 기간 나카모토 계수는 6까지 상승했다가 다시 3으로 반락하며 비트코인 프로젝트 내 개발자 참여도에서 탈 중앙화가 역행했음을 나타냈다.
핵심 개발자 커밋 개수는 큰 변화가 없었다. 하지만 비핵심 개발자들 커밋이 감소했다. 결국 전체 개발자 커밋 분포는 이전보다 상위 개발자에 밀집되게 됐다. 개발자 분산화 정도가 낮아졌단 말이다.
지난 1월, 비트코인 오디널스 프로토콜(Ordinals Protocol)이 새롭게 출시됐다. 오디널스는 사용자가 비트코인 네트워크에서 최소 단위(satoshi)에 일련번호를 부여할 수 있기에 마치 대체 불가능 토큰(NFT‧Non-Fungible Token)과 비슷한 기능을 구현할 수 있단 점에서 시장에서 주목받았다.
새로운 개발자 유입과 노드 증가로 비트코인 탈 중앙화 개선 가능성이 컸음에도 실제론 이와 반대 모습이 나타났다. 코빗 리서치 센터는 이러한 경향이 하반기까지 이어진다면 추가 분석이 필요할 것이라 보고 있다.
한편 자산 보유 탈 중앙화는 오디널스와 무관하며 비트코인 가격 상승에 따라 장기 보유하던 비트코인 일부에서 손바뀜이 일어난 것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더리움은 마이닝(Mining‧주요 노드 운영 주체 점유율)과 개발자 측면에서 탈 중앙화가 개선됐다.
분석 기간 마이닝 항목의 지니 계수는 0.86에서 0.78까지 낮아졌고, 나카모토 계수는 2에서 3으로 상승했다. 두 수치 결과를 통해 상위 스테이커의 점유율과 활성화된 검증인 노드 점유율이 모두 분산된 걸 알 수 있다. 이는 노드 운영 주체 점유율이 분석 기간 중 이전보다 탈 중앙화됐음을 시사한다.
하지만 자산 보유 분야에선 후퇴됐다.
분석 기간에 자산 보유 항목의 지니 계수는 0.77에서 지난해 11월 둘째 주 0.72로 일시적 하락을 보였다가 다시 상승해 올 6월 중순 0.78을 기록했다. 나카모토 계수는 지난해 11월 둘째 주 81에서 154로 급등하기도 했으나 반락해 올해 6월 중순 53까지 내렸다.
코빗 리서치 센터는 이에 관해 “지난 4월 이더리움 샤펠라 업그레이드(Upgrade‧최신화)가 진행되면서 새로운 시스템 도입을 위해 투입된 개발자가 많아졌다”며 “업그레이드 완료 뒤 이더리움 인출도 늘었으나 이더리움을 많이 보유한 지갑 주소보다는 그렇지 못한 곳에서 잔액 변동이 컸기에 자산 보유 측면에선 오히려 중앙화에 가까워졌다”고 판단했다.
이번 보고서는 2018년 당시 탈 중앙화와 가상 자산의 증권성 관련성에 관해 처음 제안했던 힌먼 SEC 기업 금융 국장 연설을 분석하며 향후 사법부가 가상 자산 증권성 여부를 어떻게 판단할지도 전망했다.
힌먼 연설에선 하위 테스트(Howey Test)를 활용해 가상 자산 증권성을 판단하며 일반적으로 가상 자산 네트워크가 충분히 탈 중앙화돼 노력을 제공하는 제삼자가 식별되기 어려울 때는 증권으로 규제할 필요가 없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그러면서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이 이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하위 테스트는 1946년 미국 플로리다에서 오렌지 농장을 운영하던 하위 컴퍼니(Howey Company) 투자 계약 문제로 증권거래법 준수 여부와 관련해 SEC와 진행한 소송에서 미국 대법원이 판결 시 적용한 기준을 가리킨다.
코빗 리서치 센터는 힌먼 연설이 오히려 가상 자산 업계의 규제 불확실성을 악화시켰다고 바라봤다.
계약 관계 자체가 아닌 계약에 쓰인 가치 교환 매개 수단 ‘이더리움’을 증권성 판단 대상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또한 이 과정에서 가치 교환 매개가 투자 계약 내용을 계승한다는 일명 ‘구체화 이론’(Embodiment Theory)이 암묵적으로 가정돼 있다.
특히 힌먼 연설은 2021년 개리 겐슬러(Gary Gensler) SEC 의장 취임 이후 SEC가 미국 내 주요 가상 자산 거래소를 미등록 증권거래소로 규정해 기소하고 13개 가상 자산을 증권이라 주장하는 주요 근거로 사용됐지만, 이러한 유권해석은 미국 사법부에 의한 투자 계약 해석 범주에서 벗어난다.
지난 수십 년간 미국 사법부는 1946년 하위 테스트 등장 이후 연방 항소법원 및 대법원이 다룬 증권성 관련 266개 소송에서 자금조달을 위한 자산 매각 행위를 투자 계약으로 판결한 데다 투자 계약에 쓰인 비금융 자산 자체를 투자 계약이라 판단한 경우는 아직 없다는 게 코빗 리서치 센터 설명이다.
코빗 리서치 센터는 “지금까지 미국 법원은 게리 겐슬러 의장 생각과 다른 결론을 이끌었다”며 “현재 진행 중인 가상 자산 증권성 여부 판결에서 가장 중요한 건 SEC와 리플 랩스(Ripple Labs·대표 크리스 라슨) 중 누가 승소할 것인지가 아니라 리플(XRP) 자체를 증권으로 판단하는지”라고 피력했다.
과거 판결 논리를 그대로 적용하면 법원은 리플 랩스의 자금조달 행위에만 국한해 증권이라 판단할 가능성이 커서다.
정의문 코빗 리서치 센터장은 “모든 블록체인은 최초 출시될 때는 중앙화된 형태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커뮤니티(Community‧공동체)가 형성되고 노드 운영자가 늘면서 탈 중앙화 네트워크로 성장한다”며 “이를 측정한다는 것은 마치 어린아이가 잘 성장하고 있는지 알기 위해 키와 몸무게를 정기적으로 측정하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탈 중앙화가 잘 진행되고 있다는 것은 탈 중앙화 네트워크 특성인 검열 저항성과 비허가성이 개선되고 있다는 뜻”이라며 “블록체인 프로젝트의 탈 중앙화 수준은 프로젝트 자금조달 행위가 투자 계약에 해당하는가에 대한 평가 기준이 될 수 있을 뿐 아니라 가상 자산 투자자들의 장기적 투자 가치 판단에도 중요하게 작용하는 만큼 지속적인 탈 중앙화 측정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코빗은 2013년 7월 국내 최초 설립된 가상 자산 거래소다. 핀테크(Fintech·금융+기술) 기술력을 인정받아 소프트뱅크(Softbank·대표 마사요시 손), 판테라캐피탈(Pantera Capital·대표 댄 모어헤드) 등 세계 유수 펀드로부터 투자를 유치했다. 지난 2017년에는 글로벌 게임 기업 넥슨(NEXON·대표 이정헌) 지주회사인 NXC(대표이사 이재교)에 인수됐다.
현재 은행 실명 확인 계좌 거래가 가능한 국내 5대 거래소 중 국내 2호 가상 자산 사업자다. 신한은행(은행장 정상혁닫기정상혁기사 모아보기) 실명 확인 계좌를 통한 원화(KRW) 입출금 거래가 된다. 내·외부 상장 심사위원회의 심사 기준을 통과한 가상 자산 120여 종에 관한 거래 지원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이번 보고서 작성을 주도한 정석문 센터장은 2018년 코빗에 입사해 사업개발팀을 거친 인물이다. 코빗에 들어오기 전엔 대부분 경력을 홍콩과 뉴욕 금융권에서 종사했다.
미국의 투자은행 ‘골드만삭스’(Goldman Sachs·대표 데이비드 솔로몬)와 스위스 최대 은행인 UBS(대표 랄프 해머스) 등을 거치며 아시아 주식 법인 영업을 주도했었다. 학위는 펜실베이니아 대학교(University of Pennsylvania) 경영 대학원 ‘와튼스쿨’(The Wharton School)에서 금융학(Finance) 전공으로 학사과정을 마쳤다.
임지윤 기자 dlawldbs20@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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