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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 정상화 속도 내는 KT, 대표 자격서 ‘ICT 전문성’ 뺀다

기사입력 : 2023-06-09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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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사외이사 후보자 7인 공개…MB·박근혜 정부 인사 포함
대표 자격서 ‘ICT 전문성’ 제외…“산업 전반으로 전문성 확대”
연임 우선심사 폐지·사내이사 2인 축소…사외이사 역할 커져
30일 임시 주총 개최…사외이사 선임 및 정관 개정

KT 광화문 사옥. 사진=한국금융DB이미지 확대보기
KT 광화문 사옥. 사진=한국금융DB
[한국금융신문=정은경 기자] 사상 초유의 경영 공백 사태를 맞은 KT가 차기 대표이사 자격요건에서 ‘ICT 전문성’을 제외하기로 했다. 연임 우선 심사제도도 폐지하고, 대표이사 후보도 주주 추천을 통해 구성할 계획이다.

KT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뉴 거버넌스 구축 TF’에서 마련한 개선안에 따라 총 7인의 사외이사 최종 후보를 9일 공개했다.

‘뉴 거버넌스 구축 TF’는 국내외 주요 주주들의 추천을 통해 기업 지배구조 전문가로 구성되어 있다. 현재 TF 외부 위원으로는 ▲김준기 서울대 교수 ▲선우석호 홍익대 명예교수 ▲조명현 고려대 교수 ▲주형환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얼리셔 오가와 미 컬럼비아대 국제관계대학원 조교수, 유럽기업지배구조연구소ECGI 등이 있다.

KT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외부 전문기관 및 주주들의 추천을 받은 19명을 포함한 40여 명을 사외이사 후보군을 구성했다. 이후 두 차례에 걸친 인선자문단의 후보 압축 및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의 최종 심사를 거쳐 제1차 임시 주주총회에 추천할 7인의 사외이사 후보를 결정했다.
KT 사외이사 후보자로 추천된 윤종수 전 환경부 차관, 최양희 한림대 총장(전 미래부 장관). 사진=한국금융DB이미지 확대보기
KT 사외이사 후보자로 추천된 윤종수 전 환경부 차관, 최양희 한림대 총장(전 미래부 장관). 사진=한국금융DB
신임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된 7인은 ▲곽우영 전 현대자동차 차량IT개발센터장 ▲김성철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 ▲안영균 세계회계사연맹IFAC 이사 ▲윤종수 전 환경부 차관 ▲이승훈 KCGI 글로벌부문 대표 파트너 ▲조승아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최양희 한림대 총장 등이다.

이중 윤종수 전 차관은 이명박 정부 시절 환경부 차관을 지냈고, 최양희 총장은 박근혜 정부 때 미래부 장관을 지냈다. 곽우영·이승훈·조승아 후보자 등 3인은 주주 추천을 받은 후보자다. KT는 “이사회의 투명성 제고와 주주 권익 보호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다만, KT새노조가 추천한 김종보 법률사무소 휴먼 변호사와 배창식 KT소액주주연대 대표는 최종 후보자에서 제외됐다.

사외 대표이사 후보, 외부 전문기관·주주서 추천 받는다
‘뉴 거버넌스 구축 TF’는 지난 5월 초부터 수차례에 걸친 논의 끝에 대표이사 선임 프로세스 개선안을 마련했다. KT 이사회는 이번 임시 주주총회를 통해 정관을 개정하고 관련 규정도 개선할 계획이다.

우선, 기존 대표이사후보심사위원회를 상설 위원회로 전환한다. 대표이사 후보군의 체계적 관리와 대표이사 후보 심사의 공정성 확보를 위해서다.

또 대표이사후보심사위원회를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와 통합해 ‘이사후보추천회위원회’로 명칭을 변경하고, 전원 사외이사로만 구성한다. 기존 지배구조위원회 역할이던 대표이사 후보군 발굴·구성 및 후계자 육성 업무 등도 이사후보추천회위원회로 이관된다.

특히 이번 CEO 인선에서 ‘이권 카르텔’, ‘그들만의 리그’ 지적을 들었던 만큼, 이번 대표이사 선임 절차에만 외부 전문기관의 추천과 주주 추천으로 사외 대표이사 후보군을 구성할 계획이다.

주주 추천은 KT 주식 0.5% 이상을 6개월 이상 보유한 주주만 가능하다. 사내 대표이사 후보군 구성 시 기존 요건(재직 2년 이상, 그룹 직급 부사장 이상)과 함께 경영 전문성과 KT 사업 이해도를 고려할 계획이다. 사내외 대표이사 후보군 구성 및 평가 시 인선자문단을 활용한다.

CEO 자격 요건서 ‘ICT 전문성’ 빠진다…낙하산 우려도
KT 정관에 명시된 대표이사후보심사 기준. 사진=KT 홈페이지 갈무이미지 확대보기
KT 정관에 명시된 대표이사후보심사 기준. 사진=KT 홈페이지 갈무
현직 CEO의 연임 우선심사 제도도 폐지한다. 현직 CEO가 연임 의사를 표명해도 신규 대표이사 선임 프로세스와 동일하게 다른 사내외 후보들과 같이 심사 과정을 거치게 된다.

다양한 대표 후보군을 확보하기 위해 정관상 대표이사 자격에서 ‘정보통신 분야의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평가할 수 있는 요소’를 제외했다. 이로써 자격요건은 ▲기업경영 전문성 ▲리더십 ▲커뮤니케이션 역량 ▲산업 전문성 등 4가지 항목으로 개선됐다.

현재 KT 정관에는 ‘기업경영 경험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과거 경영실적, 경영 기간’과 ‘정보통신(ICT) 분야의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평가할 수 있는 요소’를 CEO 요건으로 명시하고 있다.

KT는 “그룹사가 ICT만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ICT에 국한하기보다 산업 전반에 대한 전문성으로 영역을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대표 자격요건에 ‘ICT 전문성’을 제외하면서 업계에선 낙하산 인사가 선임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KT 2노조인 KT새노조는 전날 “정관의 대표이사 자격에서 ICT 전문성을 빼면 KT는 낙하산 천국이 될 것”이라며 “통신문외한에게 국민 통신기업의 CEO 자리를 개방하고 결과적으로 낙하산 천국으로 KT를 전락시킬 우려가 있는 ICT 전문성 삭제는 결코 있어선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표이사 주총 의결 기준 50→60%로 상향…연임 시 특별결의로
대표이사 후보자에 대한 주주총회 의결 기준도 기존 의결 참여 주식의 50% 이상 찬성에서 60% 이상 찬성으로 상향했다. 해당 대표이사 후보자의 선임 정당성을 강화함과 동시에 내부 참호 구축 및 외부 낙하산을 방지한다는 계획이다.

KT는 “향후 대표이사 선임 시에도 신규 후보는 이번 주주총회와 동일하게 의결 참여 주식의 60% 이상 찬성이 필요하다”며 “연임 후보는 주주총회의 특별결의(의결 참여 주식의 2/3이상 찬성)를 통해서만 대표이사로 선임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내이사도 기존 3명에서 2명으로 축소한다. 사외이사 중심의 이사회 경영 감독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기존 이사회 선임 대표이사와 같은 복수 대표이사 제도는 폐지하고 대표이사 1인 중심 경영 체계로 전환해 대표이사 책임을 강화한다.

KT, 3개월간 이어진 사상 초유 경영 공백…왜?
31일 KT 정기 주주총회가 서초구 태봉로 KT연구개발센터에서 열렸다. 2023. 03.31. 사진=정은경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31일 KT 정기 주주총회가 서초구 태봉로 KT연구개발센터에서 열렸다. 2023. 03.31. 사진=정은경 기자
KT는 약 3개월간 CEO가 없는 사상 초유의 경영 공백 사태를 맞고 있다. 구현모닫기구현모기사 모아보기 전 대표의 임기는 지난 3월 말 정기 주총 전 만료됐지만, 당시 주총에서 차기 대표이사를 선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현재 박종욱 KT그룹 경영기획부문 사장이 대표이사 직무대행을 수행 중이다.

앞서 구 전 KT 대표와 차기 대표이사로 내정된 윤경림 그룹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이 올해 3월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사임했다. 지난해 말까지 기존 사내이사 2명, 사외이사 8명 등 총 10명이 김용헌 사외이사만 남겨둔 채 모두 사임을 결정한 상황이다.

앞서 KT는 올해 들어 두 차례의 CEO 최종 후보자 사퇴를 겪은 바 있다. 지난해 12월 KT 이사회가 구현모 전 대표에 연임 적격 판정을 내렸지만,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대표이사 최종 후보 선정 과정이 불투명하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이후 이사회는 재심사를 통해 최종 단독 후보로 구 대표를 선정했지만, 국민연금과 함께 정부의 압박이 더해지자 구 대표는 결국 사퇴를 결정했다.

올해 2월 KT 지배구조위원회가 차기 대표이사 후보 대상자로 윤경림 KT 그룹트렌스포메이션부문장을 최종 후보로 결정했지만,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을 비롯해 정부와 여당이 ‘그들만의 리그’라고 지적하자 중도 사퇴 의사를 전달했다.

KT, 경영 정상화 속도 낸다… 30일 임시 주총 개최
KT는 오는 30일 제1차 임시 주주총회를 통해 신규 사외이사 선임과 정관 개정을 완료할 예정이다. 신임 사외이사로 구성되는 이사회가 중심이 되어 신규 대표이사 선임 절차를 조속히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임시 주주총회에서 신임 사외이사 후보 7인이 선임되면, 상법에 따라 퇴임 이사로서의 권리와 의무를 유지했던 임기 만료 사외이사인 표현명·강충구·여은정 이사의 직무수행도 종료된다.

앞서 표현명·강충구·여은정 등 사외이사 3인은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재선임 안건을 의결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개최를 앞둔 31일 오전 사외이사 3인은 동반 사퇴 의사를 밝혔다. 이에 따라 현재 KT 사외이사엔 헌법재판소 사무처장 출신인 김용헌 법무법인 대륙아주 변호사만 임기를 이어가고 있다.

정은경 기자 ek7869@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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