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론 자산운용사의 벤처 투자조합 겸영이 가능해진다.
금융위는 컴퓨터 알고리즘(Algorism‧공식)을 사용해 고객에게 어떤 투자 상품에 가입하면 좋을지 추천하는 ‘로보어드바이저’(Roboadviser‧로봇+투자 전문가) 규제 합리화 방안도 마련했다. 이르면 이달 중 ‘외화표시 단기금융 집합투자 기구(MMF‧Money Market Funds)’도 출시한다.
“사모펀드 관련 불건전 영업행위 규율 정비”
금융위는 7일 제11차 정례 회의를 개최해 ‘금융 투자업 규정’ 일부 개정 고시안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사모펀드 관련 규율 정비 ▲로보어드바이저 제도 개선 ▲MMF 출시 등을 담고 있다.
우선 ‘사모펀드 관련 규율 정비’에 대한 내용은 이러하다.
자산운용사가 벤처 투자법에 따른 벤처 투자조합의 공동 운용(co-GP) 업무를 겸영 업무로 수행할 수 있도록 한다.
그동안 자본시장법에는 펀드와 타법상 펀드 간 자전거래 금지에 관한 명시적 금지조항이 없었다. 투자자 보호를 위해서다.
그래서 벤처 투자조합을 공동 운용하는 겸영이 어려웠다. 이번 개정안에 이와 관련한 규제 조항을 신설한 것이다.
여기서 자전거래란 같은 운용사가 운용하는 펀드에 있어 재산을 한쪽이 매도하는 순간, 다른 한쪽이 동시에 매수하는 거래를 뜻한다. 자본시장법령은 자전거래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환매 대응 등 투자자 보호를 위해 필요한 경우에 한정해서만 예외적으로 허용 중이다.
앞으로 자산운용사는 창업투자회사 등과 함께 벤처 투자법에 따른 벤처 투자조합을 공동 운용할 수 있다. 금융감독원(원장 이복현닫기이복현기사 모아보기)에 2주 이내 사후 보고하면 된다. 단, 보고하지 않을 시 1억원 이하 과태료 및 기관·임직원 제재 사유다.
금융위 관계자는 “최근 벤처 투자가 위축되고 있는 가운데 벤처 투자조합 결성을 통한 벤처 투자 촉진에 도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아울러 금융위는 서로 다른 투자자 규제를 우회하는 걸 막고자 일반 사모펀드와 기관 전용 사모펀드가 공동으로 하나의 투자 목적 회사(SPC·Special Purpose Company)를 운영해 투자하는 걸 불건전 영업행위로 규제하는 안도 마련했다.
이미 해당 내용은 지난해 행정지도로 규율 중인 사항이지만, 이번에 규정으로 명확화한 것이다. 일반 사모펀드가 기관 전용 사모펀드에 의해 설립된 투자목적회사에 투자할 수 있다면 유한책임사원(LP·Limited Partner) 자격 규제 우회 통로가 된다는 점이 우려 요소라는 점에서 해당 조치를 시행했다.
또한 사모펀드가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민간투자법’에 따른 사회기반시설의 신설·증설·계량 또는 운영에 관한 사업(SOC 사업) 시행을 목적으로 설립된 법인에 투자하는 경우엔 15년 이내 지분 처분 의무를 부과하지 않는 예외 규정도 뒀다. SOC 사업이 30년 이상 장기간 걸쳐 이뤄진다는 특수성을 고려한 결정이다.
더불어 기관 전용 사모집합투자기구의 LP 범위에 ‘농림 수산 식품 투자조합 결성 및 운용에 관한 법률’에 따른 농림 수산 식품 투자 모태조합을 명시적으로 포함하는 안도 의결했다.
“로보어드바이저 광고·판매규제 합리화”
금융위는 로보어드바이저 규제도 합리화하기로 했다.
이제 일임형 로보어드바이저의 경우, 코스콤(Koscom·사장 홍우선) 테스트 베드(Test bed·시험 설비)를 거치면 코스콤 누리집에서 공시 중인 로보어드바이저 수익률을 광고에 활용할 수 있다.
기존엔 비대면 서비스 위주의 로보어드바이저 특성상 고객이 투자 결정에 활용할 수 있는 정보가 제한적이었다.
이번 규제 합리화 조치에 따라 앞으로 투자자는 광고 수익률을 보고 일임형 로보어드바이저를 선택할 수 있게 됐다.
다만, 허위·과장광고로 인한 투자자 피해는 예방할 계획이다.
업체는 임의로 산출한 수익률이 아닌 코스콤 누리집에서 공개된 수익률만 사용해야 한다.
또한 오는 8일부터 적용되는 금융투자협회(회장 서유석닫기서유석기사 모아보기)의 ‘금융 투자회사의 영업 및 업무에 관한 규정’ 개정안에 따른 광고 세부 기준도 준수할 필요가 있다. 가령, 코스콤의 수익률 공시 기간이 1년 이상이어야 한다는 규정 등이다.
둘째로, 금융위는 비대면 일임계약 허용 요건인 의무공시 기간을 1년 6개월에서 1년으로 단축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로보어드바이저 알고리즘에 단기 시장 상황을 쉽게 반영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현재 코스콤 테스트 베드를 통과한 로보어드바이저의 경우엔 비대면 일임계약 체결이 가능하다. 하지만 그 요건 때문에 비대면 일임계약 체결 전 1년 6개월 동안 코스콤 누리집에서 수익률 등을 사전에 공시해야만 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알고리즘 상용화에 걸리는 시간이 줄어듦에 따라 단기 시장 상황을 반영한 상품이 빠르게 출시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투자자 보호를 위한 한 가지 조건을 달았다.
이미 테스트 베드를 통과한 알고리즘이더라도 코스콤의 사후 점검 절차에 따라 매 분기 점검받아야 한다는 내용이다.
“외화표시 MMF, 이르면 이달 중 출시”
금융위는 이르면 이달 중 외화표시 MMF를 출시한다는 뜻도 밝혔다. 늦어도 다음 달 전엔 내놓겠다는 구상이다. 외화 자금을 운용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이 생겼다고 보면 된다.
MMF는 만기 1년 이내에 기업어음(CP·Commercial Paper)이나 양도성예금증서(CD·Certificate of Deposit) 등 단기 금융 상품에 투자하는 펀드다. 달러와 같은 외화를 맡겨 놓고 수익을 노릴 수 있다. 짧은 기간 여유 자금 운용에 적합하다.
이전까지는 MMF 투자 대상은 원화 표시 자산으로 제한됐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8월 공모 펀드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 가운데 하나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Organization for Economic Cooperation and Development) 가입국의 외화 MMF 도입을 허용하기로 했다. OECD 가입국은 아니지만, 중국, 홍콩, 싱가포르 외화도 이에 포함됐다.
하지만 미국 금리 인상 여파 등으로 환율 변동성이 커지며 출시가 미뤄졌다. 그러자 시장에선 공모 펀드 활성화 요구가 다시 불거졌다. 결국 당국은 하반기 이전 외화 MMF 출시를 확정했다. 이미 주요 자산운용사들은 작년부터 외화 MMF 출시를 위한 작업을 대부분 마친 상태다.
이번 외화 MMF 도입으로 그간 달러를 은행 계좌에 넣은 법인이나 개인의 투자처가 확대될 것으로 관측된다. 외화예금보다 더 높은 수익률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금융 투자업계는 MMF 수익률을 결정할 채권 시장 금리가 여전히 높게 유지되는 상태라 외화 MMF 수익률이 외화예금을 앞지를 거라고 관측하고 있다. 현재는 외화예금 가운데 약 90%는 법인 자금에 해당한다.
그동안 달러로 결제 대금을 받는 수출 기업과 달러에 단기 투자하려는 개인의 경우, 은행 달러 예금 외에 달리 운용할 곳이 없었다. 그렇기에 여유 외화 자금이 자주 발생하는 수출 기업의 경우엔 외화 자금 운용 시 더 유용하게 해당 제도를 활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한국은행(총재 이창용닫기이창용기사 모아보기)에 따르면 국내 거주자 외화예금은 913억9000만달러(4월 기준·약 119조원)에 달한다.
금융위는 외화표시 MMF에 편입할 수 있는 해외 채무증권 범위를 명확하게 하고자 금융감독원장에게 해외 신용등급을 국내 신용등급으로 전환하는 기준 마련을 위탁하는 근거 조항도 새로 넣었다.
금융위 관계자는 “외화표시 MMF는 이르면 6~7월 중 출시될 예정”이라며 “법인용 외화표시 MMF 상품이 먼저 출시된 뒤 시차를 두고 개인용 상품이 나올 것”이라 말했다.
이어서 “여유 외화 자금이 수시로 발생하는 수출 기업 등이 외화 자금을 운용할 때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상품이 제공되는 효과가 있다”고 덧붙였다.
임지윤 기자 dlawldbs20@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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