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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바닥 신호 나오는데 아직 신중한 시장 심리…매수자 우위 여전

기사입력 : 2023-05-30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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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금리동결 행진에도 '고점 동결' 목소리, 금리 인하 없이 유의미한 반등 어려워
하반기 전세시장 뒤흔들 '역전세난', 매매시장 영향 미칠까 시장 노심초사
정부 적극적인 부동산 부양책, 경착륙 우려 지웠지만 추가 시장 충격 취약 우려

KB부동산 5월 서울 매수우위지수 그래프 / 자료=KB부동산이미지 확대보기
KB부동산 5월 서울 매수우위지수 그래프 / 자료=KB부동산
[한국금융신문 장호성 기자] 정부의 각종 부동산규제 및 대출규제 완화와 폐지, 금리동결 행진 등 집값 부양정책이 이어진 결과 곳곳에서 집값이 ‘바닥’ 신호를 보내고 있다는 주장에 힘을 얻고 있다.

특히 서울의 경우 강남3구를 중심으로 뚜렷한 반등이 나타나며 집값 변동폭이 1년여 만에 상승 전환하는가 하면, 지난해 단 한 차례도 월 1천건을 넘기지 못했던 매매거래량도 올해 들어 완연하게 회복됐다. 2~3월은 월간 2천건, 4월에는 3천건을 넘기며 2021년 9월 이후 가장 활발한 시장 움직임이 나타나는 모습이다.

◇ 바닥다지기 신호에도 냉랭한 매수우위지수, 집값 상승전망도 아직

이처럼 시장이 바닥 다지기에 나섰다는 신호가 나타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여전히 뚜렷한 ‘매도자 우위’ 시장을 나타내고 있다. KB부동산이 제공하는 전국매수우위지수에 따르면 5월 전국 매수우위지수는 평균 24.8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쉽게 말해 10명 중 8명은 집을 팔려는 매도자고, 2명이 집을 사려는 매수자에 해당한다는 의미다. 같은 기간 서울의 매수우위지수는 32.2로 전국평균보다는 높았으나 역시 매수자 우위 시장이 형성됐다.

매수우위지수가 100을 초과할수록 매수자가 많음을, 100 미만일수록 매도자가 많음을 의미한다. 즉 집을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훨씬 많다는 의미다. 부동산시장이 한창 달아올랐던 2021년 하반기에는 이 지표가 114.8까지 오르며 확고한 매도자 우위 시장이 펼쳐졌던 바 있다.

같은 기간 ‘가격전망지수’ 역시 냉랭했다. 5월 기준 전국 가격전망지수는 90.8, 서울은 92.0으로 조사됐다. 해당 지수는 KB부동산이 표본 공인중개업소를 대상으로 진행된 설문조사 결과로, 매매가격전망지수가 100을 초과할수록 상승전망을, 100 미만일 수록 하락전망을 의미한다.

집값의 ‘하락’을 점치는 비중은 점차 줄고는 있으나 아직까지 ‘상승’을 점치는 전망은 나오지 않고 있다. 대신 ‘약상승’이 있을 것이라는 답변은 지난달 5.1에서 이번달 10.5까지 늘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오전 서울 남대문로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의사봉을 두드리는 이창용 총재. / 사진제공= 한국은행(2023.05.25)이미지 확대보기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오전 서울 남대문로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의사봉을 두드리는 이창용 총재. / 사진제공= 한국은행(2023.05.25)


◇ 3%대 금리 동결, 저점 대비 높아 매수자 부담…여름 최악 역전세난 공포까지

이처럼 시장의 심리가 뚜렷이 회복되지 않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가 꼽힌다. 하나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3연속 동결에 나서고는 있지만 여전히 저점대비 높은 수준인 금리다. 여기에 이창용닫기이창용기사 모아보기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25일 금통위 이후 “금통위원 6명 모두가 최종금리를 3.75%로 인상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고 밝혔다. 금리인상 기조가 마무리되지 않았다는 것이 금통위 공통의견이라는 셈이다.

부동산 한 전문가는 “2021년 0%대 금리와 비교하면 지금의 금리는 사실상 ‘고점 동결’이라고 볼 수 있다”며, “집값 전망이 본격적으로 회복되려면 금리 인하라는 처방이 필요한데, 미국 상황 등을 고려할 때 우리나라 기준금리도 당분간 피벗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하나는 상반기 부동산시장을 송두리째 흔들고 있는 역전세난 사태다. 지난해부터 본격화된 부동산시장 침체와 이로 인한 전세시장의 붕괴 속도가 빨라지면서, 임차인이 전세보증금을 제때 돌려받지 못하는 보증사고가 나날이 늘어가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2021년 당시 집값과 전셋값이 최고점을 찍었던 시기에서 2년이 경과하며, 이 시기 거래된 전세 아파트의 갭투자 후폭풍이 올해 본격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2021년은 유례없는 저금리 장기화와 이에 따른 시중유동성 범람으로 인해 집값과 전셋값이 천정부지로 뛰어오른 시기였다. 그러나 고점을 찍었던 전세가격은 지난해 2분기부터 가파르게 하락하기 시작하며 2022년 들어 ‘역대급 하락’을 기록했다.

통상적인 전세 거래라고 해도 문제가 될 상황이지만, 더 큰 문제는 집주인들이 당시 크게 성행했던 ‘갭 투자’ 열풍에 뛰어들었을 경우다.

‘갭 투자’란 시세차익을 목적으로 주택의 매매 가격과 전세금 간의 차액이 적은 집을 전세를 끼고 매입하는 투자 방식이다. 예를 들어 매매 가격이 5억원인 주택의 전세금 시세가 4억5000만원이라면 전세를 끼고 5000만원으로 집을 사는 방식이다. 전세 계약이 종료되면 전세금을 올리거나 매매 가격이 오른 만큼의 차익을 얻을 수 있어 저금리, 주택 경기 호황 시기에는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러나 갭 투자는 부동산 호황기에 집값이 상승하면 이익을 얻을 수 있지만 반대의 경우에는 깡통주택으로 전락해 집을 팔아도 세입자의 전세금을 돌려주지 못하거나 집 매매를 위한 대출금을 갚지 못할 수 있다는 큰 문제점이 있다. 대출금액과 전세금액의 합이 집값의 70%보다 커져, 계약 만기시에 세입자가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커진 경우를 가리켜 ‘깡통전세’라고 부르기도 한다.

2021년 대비 2023년 시도별 아파트 전세 하락거래 비중 / 자료제공=부동산R114이미지 확대보기
2021년 대비 2023년 시도별 아파트 전세 하락거래 비중 / 자료제공=부동산R114


부동산R114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통해 올해 4월 26일까지 전세 거래된 전국 아파트 18만9485건 가운데 동일단지·동일면적의 전세계약이 2년 전 같은 기간 중 1건 이상 체결된 3만2022건의 최고 거래가격을 비교한 결과, 2년 전 대비 전세 최고가격이 낮아진 하락거래는 62%(1만9,928건)으로 조사됐다. 10건 중 6건은 전세 하락거래가 이뤄졌다는 의미다.

정부가 단기간에 너무 많은 대책을 한꺼번에 푼 탓에 시장에 ‘면역력’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간을 두고 천천히 풀어나가야 할 규제들이 한꺼번에 풀린 바람에, 향후 금리가 인하되고 반등 시점이 찾아왔을 때 시장에 신호를 줄 수단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부동산 한 전문가는 “지금은 부동산시장이 일종의 ‘버티기’ 모드에 들어간 상태라고 볼 수 있다”고 운을 떼며, “정부가 금리를 붙잡아놓는 동시에 특례보금자리론과 같은 대출상품을 선보이면서 매수자와 매도자 모두에게 기회를 열어주고는 있지만, 고질적인 금리 문제로 인해 폭발적인 거래량 증가가 발생하지는 않고 있는 상태”라고 진단했다.

그는 “지금은 정부의 적극적인 규제완화 정책으로 매수자와 매도자간 줄다리기가 어느 정도 이뤄지고는 있지만, 고금리와 경제위기가 길어질 경우 ‘버티지 못한’ 매물들이 나오게 되면 시장에 거대한 충격이 있을 수 있다”며, “이미 풀 수 있는 규제를 거의 다 풀어버린 정부가 그 타이밍에 추가로 내밀 카드가 있을지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장호성 기자 hs677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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