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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하한가 사태 초래한 ‘CFD’ 규제 대폭 손질… “정부도 책임 느껴”

기사입력 : 2023-05-30 00:59

(최종수정 2023-08-21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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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 신뢰 저하는 업권 전체에 큰 위협”

“CFD 공급액도 증권사 신용공여 한도에 포함”

“개인 전문투자자 제도, 그대로 두되 대면 심사”

“3개월간 개인 전문투자자 신규 CFD 거래 제한”

김소영 금융위원회(위원장 김주현) 부위원장(가운데)이 2023년 5월 26일 금융위‧금융감독원(원장 이복현)‧한국거래소(KRX·이사장 손병두)‧금융투자협회(회장 서유석)가 공동 개최한 ‘관계 기관 합동 차액 결제거래(CFD‧Contact For Difference) 규제 보완방안 회의’에서 CFD 규제 보완방안을 최종 확정해 발표하고 있다./사진제공=금융위이미지 확대보기
김소영 금융위원회(위원장 김주현) 부위원장(가운데)이 2023년 5월 26일 금융위‧금융감독원(원장 이복현)‧한국거래소(KRX·이사장 손병두)‧금융투자협회(회장 서유석)가 공동 개최한 ‘관계 기관 합동 차액 결제거래(CFD‧Contact For Difference) 규제 보완방안 회의’에서 CFD 규제 보완방안을 최종 확정해 발표하고 있다./사진제공=금융위
[한국금융신문 임지윤 기자] 금융당국이 최근 소시에테제네랄(SG‧Societe Generale) 증권 발 무더기 하한가 사태를 초래한 차액 결제거래(CFD‧Contact For Difference) 규제 대폭 손질에 나섰다. 투자자 신뢰 저하가 금융 투자 업권 전체에 큰 위협이 된다는 정부의 판단하에 신속한 조치에 착수한 것이다.

이번 조치는 크게 보면 ▲CFD 투자 정보 투명성 제고 ▲다른 제도와의 규제차익 해소 및 리스크(Risk·위험) 관리 강화 ▲개인 전문투자자 보호 확대 등 3가지로 나뉜다.

김소영 금융위원회(위원장 김주현닫기김주현기사 모아보기) 부위원장은 지난 26일 ‘CFD 규제 개선 관계 기관 회의’에서 “최근 자본시장에서 발생한 불공정거래로 자본시장 신뢰가 훼손되고, 투자심리도 위축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정부와 관계 기관도 큰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이번에 제기된 문제점을 신속하고 철저하게 보완해 나갈 것”이라며 “투자자 신뢰 저하는 결국 금융 투자업권 자체에 가장 큰 위협이 된다는 점을 업계도 명확히 인식해 이번 규제 개선과 건전한 투자문화 정착에 앞장서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CFD가 뭐길래?

CFD는 실제 자산(주식)을 직접 보유하지 않고 가격 변동분 차액만 현금으로 결제하는 장외 파생 계약 총 수익 스와프(TRS‧Total Return Swap) 거래다.

투자자는 매수와 매도 양방향 포지션을 가질 수 있으며, 최소 증거금률 40%를 적용해 2.5배 레버리지(Leverage‧차입) 투자가 가능해 공매도와 같은 효과를 낸다. 공매도란 특정 종목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면 해당 주식을 갖지 않은 상태에서 주식을 빌려 매도 주문을 내는 투자(차입매도) 기법이다.

CFD는 일종의 대출 거래라 보면 된다. 가령, A 전문 투자자가 B 주식 주가가 단기적으로 오른다고 판단해 사들이려 한다. 그런데 당장 현금이 부족하다. 그때 증권사에 CFD 서비스를 요청하고 계좌를 만들면 된다.

주당 10만원짜리 종목이더라도 CFD를 활용하면 증거금 40%에 해당하는 4만원만으로도 거래할 수 있다. 만약 10만원 주식이 11만원이 될 경우, 4만원만 투자해 30% 가까이를 벌어들이게 되는 셈이다.

단, 전문투자자 요건을 갖춰야만 CFD에 투자하는 게 가능하다. 일종의 대출 수수료만 내면 나머지 거래에서 발생한 손익은 모두 전문투자자가 가져간다. 쉽게 말해 주식거래에 대한 기대 손익과 대출 수수료를 맞교환하는 구조다.

국내에선 지난 2015년부터 증권사에서 취급하는 중이다. CFD 계좌로 투자한 건 전문투자자이지만, 형식적으론 증권사가 거래하는 것으로 공시 의무는 증권사가 진다. 지난달 말 기준 CFD 잔고는 1조9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차액 결제거래(CFD‧Contact For Difference) 거래구조(예시)./자료제공=금융위원회(위원장 김주현)이미지 확대보기
차액 결제거래(CFD‧Contact For Difference) 거래구조(예시)./자료제공=금융위원회(위원장 김주현)

문제는 CFD가 주가조작 등에 이용될 경우, 피해가 클 수 있다는 점이다.

금융 투자 업계에선 지난달 ▲다우데이타(대표 성백진) ▲다올투자증권(대표 이병철닫기이병철기사 모아보기‧황준호) ▲대성홀딩스(대표 김영훈‧김정주 ▲삼천리(대표 이찬의‧유재권) ▲서울가스(대표 박근원‧김진철) ▲선광(대표 이도희) ▲세방(대표 최종일) ▲하림지주(대표 김홍국) 등 8개 종목이 한꺼번에 폭락한 ‘무더기 하한가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 중 하나로 CFD를 주목하고 있다.

주가조작 세력이 레버리지가 높은 CFD를 이용해 투자하다가 증거금을 납입하지 못하면서 반대매매가 일어났고, 해당 물량이 한꺼번에 출회하면서 8개 종목 주가가 폭락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것이다.

통상 증권사의 CFD 유지 증거금은 60% 정도다. 개인이 증거금으로 100만원을 낸다고 할 때 증권사의 유지 증거금은 60만원이다. 만약 주가가 급락해 기본 증거금이 60% 밑으로 떨어지면 개인은 추가 증거금을 40만원을 내야 한다. 이때 추가 증거금을 못 낼 경우, 시장 가격에 청산되고 만다.

이번 무더기 하한가 사태를 보면 이러하다. 2.5배 레버리지를 쓴 롱 포지션(Long position·매수) 투자자는 하한가(-30%)를 맞아 –70% 이상 손실에 노출됐다. CFD 계좌에 집중된 복수 종목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하한가가 쏟아져 반대매매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이런 탓에 CFD 투자자 손실은 원금의 100%가 넘게 됐다.

역설적인 건 CFD를 활용한 레버리지 투자를 장려하던 증권사 역시 CFD로 인한 피해를 피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투자자의 증거금 이상 손실에 대해 증권사가 책임을 부담하기에 우려를 키운다. 일부 증권사의 손실 규모는 수천억원에 육박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에 따라 손실을 줄이려는 증권사들의 투자자 대상 구상권 청구가 급증할 것이란 게 업계 반응이다. 단 구상권을 청구하더라도 개인 투자자가 파산 절차를 밟을 경우, 최종 손실은 증권사가 질 수밖에 없다.

당국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기준 CFD 잔액은 △교보증권(대표 박봉권‧이석기) 6131억원 △키움증권(대표 황현순) 5181억원 △메리츠증권(부회장 최희문닫기최희문기사 모아보기) 3409억원 △하나증권(대표 강성묵) 3394억원 순으로 규모가 컸다. 당시 CFD 서비스를 하고 있던 증권사는 13곳이었다. 지금은 대부분 CFD 계좌 개설 및 신규 거래 등을 잠정 중단한 상태다.

사실 CFD에 대한 제도적 문제는 이번 하한가 사태 전부터 꾸준히 지적돼왔다.

첫째는 일반적인 신용융자와 달리 만기가 없다는 점이다. 신용융자는 최대 180일 빌려 투자할 수 있고 그 기간 이후엔 상환 뒤 다시 매수해야 하지만, CFD는 만기일에 구애받지 않고 원하는 포지션을 자유롭게 확보할 수 있다.

둘째는 잔고 공시가 없다는 점이다. 신용융자는 모든 증권사 홈 주식거래 시스템(HTS·Home Trading System) 등을 통해 종목별로 잔고 비중을 확인할 수 있지만, CFD는 개별 종목에 어느 정도 레버리지 투자가 이뤄졌는지 확인할 수 없다.

즉, 신용융자의 경우엔 물량이 많이 쌓여 주가가 변동성이 커진 종목에 대해 증권사가 추가 신용융자를 중단하는 조치가 가능하지만 CFD는 제한을 걸지 못하는 것이다. 이러한 제도적 공백은 결국 CFD 연속 반대매매 사태로 수많은 개인 투자자 피해를 초래시켰다.

금융당국은 이번 무더기 하한가 사태와 관련해 재발 방지를 위해 가만히 있지 않기로 했다.

지난 26일 금융위‧금융감독원(원장 이복현닫기이복현기사 모아보기)‧한국거래소(KRX·이사장 손병두닫기손병두기사 모아보기)‧금융투자협회(회장 서유석닫기서유석기사 모아보기)는 금융위 부위원장 주재로 관계 기관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발표된 것이 최종 확정된 ‘CFD 규제 보완방안’이다.

이수영 금융위 자본시장과장은 지난 26일 오후 3시, 정부 서울 청사에서 열린 백 브리핑을 통해 “신용융자는 종목별로 잔고 비율이 어느 정도 레버리지 투자인지, 주가 급락 시 반대매매 물량이 어느 정도 나올지 판단 지표가 되지만, CFD는 그렇지 않다”며 “신용과 본질이 비슷함에도 공시가 안 되다 보니 지난달 8개 종목 중 길게는 나흘간 하한가를 기록한 종목이 있었음에도 반대매매 물량이 얼마나 남았는지 알 수 없어 문제가 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시장 레버리지 상품 자체가 모두 문제라는 부분엔 동의하지 않았다.

이 과장은 “일반 신용융자 수준에서 정보가 투명하게 관리되면 (최소 증거금률 40% CFD 투자) 정도는 인정해 주자는 것”이라며 “2.5배 레버리지가 과도해서 문제가 됐다고 보는 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참고로 미국의 경우엔 장외 금융상품 규제 조치 차원에서 미국 거주자와 미국 시민의 경우, CFD 거래를 금지하고 있다. CFD 거래가 널리 이뤄지는 곳은 영국과 호주 등이다.

CFD, 실제 투자자 유형 정확히 표기하기로

우선 CFD 관련 투자자의 정확한 판단을 지원할 수 있도록 투자 실질에 맞는 정보를 제공하기로 했다. 실제 투자자 유형을 표기하고, 전체‧개별 종목별 CFD 잔고를 공개하는 등이다.

당국에 따르면, 현재 CFD 실제 투자자 대부분은 개인이다. 비율로 따지면 96.5%에 달한다.

여기서 문제가 있다. CFD 거래에 따른 주식매매 주문을 제출하는 증권사가 국내 회사일 경우엔 기관, 외국 회사일 경우엔 외국인으로 투자자 정보가 집계되는 것이다. 특정 종목에 개인 투자자의 CFD 투자 비율이 높음에도 기관‧외국인 투자 자금 유입이 증가하는 것이라 오인될 여지를 남긴다. 이번 주가조작 사태에서도 CFD 익명성이 시장 질서를 흐트러뜨린 문제점 중 하나였다. 주식시장에서 보통 기관‧외국인 투자금이 늘면 호재로 인식된다.

당국은 이러한 시장 참여자 오해를 방지하고자 CFD에 따른 주식매매 시 개인 등 실제 투자자 유형이 표기되도록 개선하는 안을 내놨다.

일반투자자들에게 공개되진 않지만, 시장감시 차원에서 한국거래소 거래 정보저장소(TR·Trade Repository)에 실제 투자자의 계좌 정보도 추가할 예정이다. 실제 투자자의 투자자 유형, 성명 또는 기관명, 생년월일, 의결권 이전 여부 등에 관한 정보를 넘어 계좌 정보까지 집적되는 것이다.

금융위원회(위원장 김주현)가 2023년 5월 26일 발표한 차액 결제거래(CFD‧Contact For Difference) 규제 보완방안 이후 투자자별 매매동향 표시 변경 사항 예시./자료제공=금융위원회(위원장 김주현)이미지 확대보기
금융위원회(위원장 김주현)가 2023년 5월 26일 발표한 차액 결제거래(CFD‧Contact For Difference) 규제 보완방안 이후 투자자별 매매동향 표시 변경 사항 예시./자료제공=금융위원회(위원장 김주현)

또한, 신용융자와 같이 전체 및 개별 종목별 CFD 잔고 등이 투자 참고지표로 공시한다. 시장 참여자는 레버리지 투자 자금이 얼마나 유입됐는지 확인할 수 있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이에 관해 “앞으론 시장 참여자들이 실제 투자자가 누군지, CFD 거래와 반대매매에 따른 영향이 얼마나 될지 명확하게 인지하고 투자할 수 있을 것”이라 설명했다.

전산시스템 변경도 긴 시간을 두고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수영 과장은 “지금 시스템대로라면 외국계 회사가 (CFD 주식매매 주문 제출을) 하면 외국계로 잡혀 전산 개정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굉장하게 큰 작업”이라 말했다.

이어서 그는 “개인 레버리지 자금이 기관 투자가나 외국인 투자자 자금으로 보이는 건 문제니까 거래소가 코스콤(Koscom‧대표 홍우선)과 3개월 안에 (시스템을 개선)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 덧붙였다.

금융위원회(위원장 김주현)가 2023년 5월 26일 발표한 차액 결제거래(CFD‧Contact For Difference) 규제 보완방안 이후 신용잔고 현황 표시 변경 사항 예시./자료제공=금융위원회(위원장 김주현)이미지 확대보기
금융위원회(위원장 김주현)가 2023년 5월 26일 발표한 차액 결제거래(CFD‧Contact For Difference) 규제 보완방안 이후 신용잔고 현황 표시 변경 사항 예시./자료제공=금융위원회(위원장 김주현)

신용융자-CFD 간 규제차익 없애

‘동일 기능-동일 규제’ 원칙에 따라 CFD와 다른 제도 간 규제차익도 제거할 방침이다.

우선 신용융자와 같이 증권사 신용공여 한도 100%에 CFD도 포함하기로 했다. 전체 한도를 자기자본 규모 이내로 관리토록 하는 조처다, CFD 중개 및 반대매매 기준 등을 포함한 ‘CFD 취급 관련 모범규준’도 마련해 저유동성 종목 등에 대한 CFD 취급은 아예 제한한다.

기존엔 CFD의 경우 장외 파생상품으로 분류했지만, 신용공여 한도 제한이나 업계 리스크 관리 모범규준 적용 대상에서 제외돼왔다.

결국 CFD 영업이 과도하게 확대됐고, 저유동성 종목 투자에 악용됐다. 주가 변동성을 키워 무더기 하한가 사태까지 오게 된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번 무더기 하한가 사태에서 주가조작 세력 역시 일부 중소 지주사 종목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면서 시세를 조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당국은 실질적으로 공매도 투자자와 비슷한 이해관계를 갖는 CFD 매도자에 대해서도 규제를 적용키로 했다.

공매도 투자자에 대한 잔고 보고 의무와 유상증자 참여 제한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도록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올해 3분기 중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CFD 매도 포지션을 잡을 경우, 공매도 규제를 회피할 가능성을 막기 위한 대책이다. 유럽에선 이미 CFD 등 파생 계약을 통해 간접적으로 경제적 이익을 취할 시 공매도 잔고에 포함하고 있다.

다만, 증권사가 거래 당사자가 아닌 거래 단순 중개 등 신용위험을 부담하지 않는 선에서 CFD 거래에 참여하는 경우는 신용공여 한도 100%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또한 자기자본 3조원이 넘는 대형 증권사는 중소기업 등 기업금융(IB‧Investment Bank) 관련 신용공여에 대해선 자기자본 200%까지 한도를 늘려주는 조항도 있어 CFD가 신용공여 한도에 합산되더라도 자기자본 대비 신용공여 잔액 비율이 법상 규제 비율을 넘어서는 증권사는 없을 것으로 추정된다. 대다수 증권사는 예상치 못한 리스크에 대비하고자 자기자본의 70% 안팎에서 신용거래융자를 중단하는 방식 등으로 신용공여 한도를 관리 중이다.

하지만 이용우닫기이용우기사 모아보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의하면 키움증권은 지난달 말 기준으로 신용공여액이 자기자본의 91.1%에 달해 경고등이 켜졌다. 자본시장법이 증권사가 자기자본의 100%까지만 대출할 수 있도록 규정하는 점을 비춰볼 때 높은 수준이다.

이수영 금융위 자본시장과 과장은 “CFD를 하려면 신용융자 등 모든 종류의 신용공여를 줄여야 한다”며 “증권사는 은행이 아니기 때문에 자기자본을 넘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증권사의 신용공여 한도 100%에 근접했다면, 스스로 신규 체결을 위해 신용공여 한도를 줄이거나 증자를 해야 할 것”이라 덧붙였다.

당국은 금감원의 행정지도로 운영돼 한시적이었던 최소 증거금률(40%) 규제도 상시화하기로 했다.

이수영 금융위원회(위원장 김주현) 자본시장과장이 2023년 5월 26일 오후 3시, 정부 서울 청사에서 차액 결제거래(CFD‧Contact For Difference) 규제 보완방안에 관한 백 브리핑을 하고 있다./사진=임지윤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이수영 금융위원회(위원장 김주현) 자본시장과장이 2023년 5월 26일 오후 3시, 정부 서울 청사에서 차액 결제거래(CFD‧Contact For Difference) 규제 보완방안에 관한 백 브리핑을 하고 있다./사진=임지윤 기자

개인 전문투자자 지정 절차 대폭 뜯어고치기로

마지막으로, 당국은 개인 전문투자자 지정과 관련한 절차를 대폭 뜯어고치기로 했다. 전문투자자 요건은 현행대로 유지하되 신청‧심사 시 ‘대면 확인’을 의무화하는 것이다. CFD 등 장외 파생 거래 투자 요건도 별도 신설하기로 했다.

앞으로는 개인이 전문투자자 지정 신청할 때도 영상통화를 포함한 대면 확인이 의무화된다. 그동안 개인 전문투자자는 금융 투자 업자의 설명의무 적용 대상에서 제외됐었다. 그래서 신청과 요건 충족 여부 확인이 주로 비대면으로 이뤄져 왔다. 지난 4월 기준 비대면으로 전문투자자에 지정된 비율은 56.2%로 과반이 넘는다.

당국은 이러한 제도가 전문투자자 스스로 전문투자자라고 대우받는 의미와 위험성을 명확히 인지하지 못하도록 만들었다고 봤다.

실제로 무더기 하한가 사태에 있어 비대면 확인 문제는 그대로 드러났다. 주가조작 일당에 계좌를 맡긴 개인 중 다수는 자발적으로 핸드폰과 공인인증서를 양도해 투자를 진행했음에도 본인이 전문투자자 등록이나 CFD 가입을 시행했는지조차 모르고 있었다.

당국은 증권사가 2년마다 전문투자자 요건이 지속해서 충족되는지를 의무적으로 확인하는 방안도 새로 두기로 했다. 만약 관리를 소홀히 할 경우, 5000만원 이하 과태료 및 행정제재가 가해진다. 기존엔 금융 투자회사의 영업 및 업무에 관한 협회 규정에 따라 확인 의무가 부여돼 위반 시에도 협회 차원의 자율 규제만 가능했었다.

인센티브(Incentive‧보상) 제공 등 개인 전문투자자 지정을 유도하기 위한 증권사의 권유 행위도 전면 금지된다. 국제적으로도 유럽연합(EU·European Union) 등은 전문투자자 등록을 유도하기 위한 보상 지급 등의 일체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또한 당국은 전문투자자 요건 자체는 그대로 유지하는 대신, CFD 등 장외파생 상품 거래를 위해선 별도 요건을 신설해 충족 여부를 대면으로 확인하고 거래토록 규정을 변경했다.

개인 전문투자자라고 할지라도 주식이나 파생상품(원본 이상 손실 가능), 고난도 파생결합증권 등 고위험 상품에 대한 충분한 투자 경험이 없는 경우엔 CFD 등 장외 파생상품 투자를 제한하는 것이다. 기존에 비대면으로 지정됐던 개인 전문투자자는 최초 갱신 시점이 도래할 때 대면으로 다시 확인해야 한다.

금융위원회(위원장 김주현)가 2023년 5월 26일 발표한 차액 결제거래(CFD‧Contact For Difference) 규제 보완방안에 따른 개인 전문투자자의 투자 경험 판단 기준 관련 개선사항./자료제공=금융위이미지 확대보기
금융위원회(위원장 김주현)가 2023년 5월 26일 발표한 차액 결제거래(CFD‧Contact For Difference) 규제 보완방안에 따른 개인 전문투자자의 투자 경험 판단 기준 관련 개선사항./자료제공=금융위

여기서 충분한 투자 경험은 ‘최근 5년 내 1년 이상 월말 평균 잔고 3억원 이상’을 말한다. 기존의 ‘최근 5년 내 1년 이상 월말 평균 잔고 5000억원 이상’ 규정에서 잔고 기준을 대폭 높였다.

이는 2019년 11월 전문투자자 요건 완화 이전과 비교해도 낮지 않은 수준이다. 2019년 11월 이전에는 모든 금융 투자 상품에 투자한 투자 잔고가 전문투자자 신청 전일 기준으로 5억원 이상이면 CFD 거래가 허용했었다.

하지만 당시 전문투자자 요건이 ‘투자 잔고 5억원→5000만원’ ‘총자산 10억원→5억원’으로 대폭 낮춰졌고, 결국 2019년 말 3331명이던 전문투자자가 올해 3월 말 기준 2만7584명으로 8배 이상 늘어나는 결과를 가져왔다. 개인 투자자가 너무 많아지자 당국은 서둘러 레버리지 비율을 10배에서 2.5배로 낮췄지만, 그럼에도 CFD 거래대금은 급증했다. 과장을 보태어 말하자면 개인 전문투자자 진입장벽 완화가 최근의 주가조작 피해를 키운 것이다.

이수영 금융위 자본시장과 과장 측에 따르면, 이번에 강화된 개인 전문투자자 요건에 부합하는 이들은 개인 전문투자자 가운데 22% 정도다. 현재 개인 전문투자자 2만8000명 가운데 실제 CFD 계좌에 현금을 보유한 사람은 3000명가량으로 추정된다. 이번 조치는 이 3000명이 22%로 줄어드는 게 아니라 전체 전문투자자 2만8000명 중 CFD 거래를 신청할 수 있는 이들이 80%가량 감소한다고 이해하면 된다.

이수영 과장은 “전문투자자는 CFD 등 장외 파생 거래뿐 아니라 모험자본 공급을 위한 다양한 투자를 허용하는데 널리 적용되는 개념”이라면서 “별도 최소 투자금액 요건을 적용 중인 사모펀드와 유사하게 장외 파생 거래 요건을 별도 신설함으로써 모험자본 공급 저변을 크게 위축시키지 않는 동시에 장외 파생상품 등 고위험 투자를 감내할 수 있는 경험과 능력을 대면으로 엄밀히 심사할 계획”이라 밝혔다.

개인 투자자의 CFD 전면 금지 또는 만기를 설정하지 않은 이유에 관해선 “특정 장외파생 상품을 거래하지 못하게 하면 합리성이 떨어진다”며 “만기를 설정하는 안이 들어가지 않은 건 장외 거래에 대한 당사자 간 합의를 존중하기 위해”라고 설명했다.

8월까지 CFD 규제 보완책 마무리… “시행 전 신규 CFD 거래 제한”

금융당국은 법 개정이 필요한 사항을 제외하고 8월까지 CFD 규제 보완책을 마무리하려 한다.

아울러 이번 방안이 시행될 때까지 향후 3개월 동안은 ‘개인 전문투자자의 신규 CFD 거래 제한’을 각 증권사에 권고하기로 했다. 기존 포지션 청산을 3개월 안에 할 필요는 없지만, 신규 계약은 새로 제시되는 조건이 맞아야 한다는 얘기다.

CFD 거래 재개는 3개월 뒤 시스템 및 내부통제 체계 보완이 이뤄진 증권사부터 승인할 예정이다. 거래가 다시 이뤄지는 시점엔 금감원이 전문투자자 지정 및 CFD 거래를 집중 모니터링(Monitoring·감시) 한다.

당국은 이번 조치로 CFD 시장이 위축되더라도 문제는 해소해야 한다는 점에 방점을 찍었다.

이수영 과장은 “(이번 CFD 규제 보완 방안에 관해) 증권사 반응은 엇갈릴 것 같다”며 “전산 변경에 신용공여 한도도 챙기는 데다 프로모션(Promotion‧판매촉진 활동) 금지에 개인 전문투자자 요건도 까다로워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일단 CFD 시장이 위축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시장 자체가) 지금까지 신용융자 거래와의 규제차익 때문에 급성장한 데다 문제 소지가 있는 건 시장이 위축되더라도 해야 한다고 보는 게 당국 관점”이라 목소리 높였다.

검찰 역시 CFD 중개 증권사를 수사선상에 올려놓는 등 최근 일어난 ‘무더기 하한가 사태’와 관련한 엄정 조치를 예고한 상태다. 현재 키움증권과 KB증권(대표 김성현닫기김성현기사 모아보기·박정림)에서 CFD 거래 내역을 압수하는 등 주가조작의 구체적 수법과 규모에서 폭락 경위 및 배경을 알아보고 있다.

서울남부지방검찰청(지검장 양석조)과 금융당국 합동수사팀은 지난 26일, 범죄수익 등 재무관리를 총괄한 장 모(36) 씨와 시세조종 매매 총괄 박 모(38) 씨, 투자유치·고객 관리 총괄 조 모(42) 씨 등 주가조작의 핵심 가담자로 지목받는 3명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들 모두 앞서 이미 구속된 투자 컨설팅(Consulting·자문) 업체 대표 ‘라덕연’(42) 씨 일당이 투자자들로부터 수수료를 받기 위해 설립한 여러 법인의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리면서 범죄수익 은닉에 가담한 혐의를 받고 있다.

무더기 하한가 사태 전 지분을 대량 팔아 거액의 손실을 피하고 시세차익을 낸 김익래(73) 전 다우키움그룹 회장과 김영민(78) 서울가스 회장 등도 소환 조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최근 금감원이 최근 증권사 3곳을 대상으로 폭락한 8개 종목 CFD 거래 내역을 점검한 결과, 폭락 직전 문제의 8개 종목을 대규모 매도한 사례가 여럿 확인됐다.

(왼쪽부터) 양석조 서울남부지방검찰청 지검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김주현 금융위원장,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2023년 5월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불공정거래 근절을 위한 유관기관 합동토론회' 시작 전 기념촬영하고 있다./사진제공=금융위이미지 확대보기
(왼쪽부터) 양석조 서울남부지방검찰청 지검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김주현 금융위원장,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2023년 5월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불공정거래 근절을 위한 유관기관 합동토론회' 시작 전 기념촬영하고 있다./사진제공=금융위

금감원은 현재 증권사 대상 CFD 관련 검사를 한 달가량 연장한 상황이다. 전문투자자 본인 확인 절차 생략, 위험 고지 미흡 등 위법 혐의가 발견돼서다.

검찰은 병원장인 주 모 씨 등 고액 투자자들이 시세조종 사실을 알고도 투자금을 맡겼는지도 조사 중이다. 가수 ‘임창정’ 씨 등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고액 투자자들도 증권계좌 등을 맡길 당시에 라 씨 일당의 주가조작 계획을 알고 있었다면 시세조종 공범으로 처벌받을 가능성이 있다.

거래소는 4500개 CFD 계좌 전수 조사를 위해 임시 조직(TF·Task Force)을 꾸렸다. 시장감시본부 역대 최대 규모인 직원 20명을 투입한다. 이상 거래 감지 시 최대 10년치 거래를 전수 검증할 방침이다.

임지윤 기자 dlawldbs20@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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