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 코인 중 하나인 위믹스(WEMIX)를 발행하는 게임 업체 ‘위메이드’(WEMADE)의 장현국 대표가 김남국 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과의 관계에 선을 그었다.
19일 오전 10시 30분, 경기 성남구 위메이드 본사에선 ‘코인 게이트 진상조사단 현장 방문’이 이뤄졌다. 지난 16일 서울 여의도에서 첫 회의를 진행한 뒤 두 번째 회의였다. 조사단장은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이 맡았고 윤창현닫기윤창현기사 모아보기‧최형두‧박형수 의원 및 외부 전문가가 조사단에 이름을 올렸다.
장현국 대표가 현재 위메이드를 이끄는 데다가 과거 가상 자산 거래소 ‘빗썸’(Bithumb‧대표 이재원닫기이재원기사 모아보기)의 사내이사를 맡았었기에 그를 향한 여당 의원들의 공세는 거셌다. 김남국 의원이 더불어민주당을 떠나고 국회 윤리 특별위원회에 제소된 뒤 김 의원을 향한 의심의 눈초리를 더 키운 모습이다.
위메이드가 이번 논란 중심에 선 이유는 김남국 의원의 위믹스 보유량에 있다. 김 의원은 지난해 초 당시 시세로 60억원에 이르는 위믹스 약 80만개를 보유했다. 김 의원은 이들 코인을 빗썸에서 업비트(Upbit‧두나무 대표 이석우닫기이석우기사 모아보기)로 이체했고, 상당수를 다시 카카오(대표 홍은택닫기홍은택기사 모아보기)의 전자지갑 ‘클립’(Klip)으로 전송했다. 일각에선 이 자금 출처가 P2E(Play To Earn‧돈 버는 게임) 합법화를 위해 움직인 위메이드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 캠프가 돌연 P2E 합법화를 찬성하고, 대체 불가능 토큰(NFT‧Non-Fungible Token) 기반의 ‘이재명 펀드’를 기획‧출시한 것에 의심을 둔다. 민주당 선거 관리 대책 위원회 온라인 소통 단장이던 김 의원이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장현국 “위믹스 로비 의혹, 사실과 전혀 달라”
장현국 대표는 간담회 모두 발언에서 위메이드를 향한 의혹에 적극적으로 소명했다. 현재의 위믹스 로비 의혹은 사실과 전혀 다르다고 토로했다.
우선 초과 유통 물량에 관해서다. 작년 말 국내 5대 원화거래소 협의체 ‘DAXA’로부터 거래정지될 당시 초과 유통 물량은 약 7000만개였다. 담보로 맡겼다가 회수한 물량은 3580만개다. 법원에선 위메이드가 마케팅 물량이라 소명한 158만개는 초과 유통한 것이라 봤다. 이에 158만개 용처와 받은 전자지갑 주소를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장 대표는 위믹스 초과 유통 물량이 김남국 의원에게 흘러간 가능성에 대해 “위믹스 메인 넷을 통해 위믹스 관련 모든 정보를 공개 중”이라며 “유통량 정의를 어떻게 내릴 것이냐는 문제였지, 전체 유통량이 어디로 갔는지는 모두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부분 물량은 담보로 맡긴 수량으로, 어디 제공된 게 아니고 다 회수했다”고 덧붙였다.
이어서 그는 ‘프라이빗 세일’(Privat sale)이나 ‘에어드롭’(Airdrop)을 통한 위믹스 로비 의혹에 관해서도 “사실과 전혀 다르다”고 부인했다. 프라이빗 세일은 코인 상장 전 특정 투자자를 대상으로 펼치는 비공개 판매다. 에어드롭은 특정 코인을 보유한 사람에게 투자 비율에 따라 신규 코인 등을 무상으로 지급하는 것을 뜻한다.
장현국 대표는 프라이빗 세일의 경우, “2020년 빗썸에 상장한 이후 퍼블릭 세일(Public sale‧선착순 구매)이 가능해짐에 따라 중단됐다”며 “그 이전에 발생했던 프라이빗 세일은 모두 4건이었는데 모두 우리가 알고 있는 주체”라고 해명했다.
에어드롭을 통해 위믹스가 김 의원에게 지급됐다는 의혹에 관해선 “에어드롭은 더 많은 유저(User‧이용자)를 확보하기 위해 하는 마케팅의 일환”이라며 “게임용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특정 누군가에게 큰 규모가 전달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위메이드가 직접 에어드롭한 사례에 있어선 “지갑 주소를 갖고 있지만, 거래소가 유저에게 에어드롭한 내역은 알 수 없다”고 전했다.
에어드롭이 통제되지 않았거나 ‘콜드 월렛’(Cold wallet) 방식으로 위믹스가 김 의원에게 전달됐을 가능성에 관해선 “블록체인(Blockchain‧분산원장)은 장부가 모두 공개되기에 숫자로만 보면 통제되고 있다”며 “저희 쪽에서 김 의원을 포함한 누구에게도 전달된 기록 역시 없다”고 피력했다. 콜드 월렛은 인터넷이 연결되지 않은 별도 장치에서 코인을 관리하는 방식을 말한다.
다만 이번 사태와의 관련 없음을 입증하고자 작년 말 위믹스 상장폐지 사유가 된 ‘초과 유통 물량’ 상세 내역과 이와 관련한 전자지갑 주소를 공개하기로 했다. 위메이드 직원의 국회의원 접촉 사실도 파악해 알릴 방침이다.
장현국 대표는 P2E 활성화를 위해 김남국 의원에게 로비한 것 아니냐는 취지의 질의엔 전부 반박했다. 김남국 의원은 위믹스 외에도 넷마블(대표 권영식‧도기욱)의 마브렉스(MBX) 등 다른 게임사가 발행한 P2E 코인을 다수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형수 국민의힘 의원이 “위메이드는 P2E 활성화를 바라지 않냐”며 “국회의원을 직접 만나거나 국회 본관, 의원회관에 출입하면서 합법화를 위해 힘쓴 적 없냐”고 따지자 장 대표는 “직접 간 적은 없고, 회사 차원에선 조사해 보겠다”며 “애초에 한국은 P2E 성장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판단해 세계 시장을 목표로 한 것”이라고 답했다. P2E 합법화가 숙원 사업인 적은 없었다는 설명이다.
최근 김남국 사태로 번진 P2E 산업 전반을 향한 비판엔 강력하게 맞서고 있는 상태다. 지난 17일 위정현 한국 게임학회장을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으며, 추가적인 민사소송 가능성도 시사했다.
위 학회장은 지난 10일 게임학회 명의 성명을 통해 “몇 년 전부터 P2E 업체와 협회, 단체가 국회에 로비하는 것 아닌지 소문이 무성했다”며 “여야 국회의원과 보좌진의 위믹스 투자 여부를 전수조사해야 한다”고 촉구했었다.
나아가 장현국 대표는 김남국 의원에 관해선 전혀 몰랐다고 주장했다. 지난 2021년 3월경 위메이드가 빗썸을 사고자 빗썸 모회사인 빗썸홀딩스(대표 이상준)의 최대 주주 ‘비덴트’(대표 원상영)에 1000억원을 투자해 2대 주주에 오른 바 있는 데다 장 대표가 당시 빗썸홀딩스와 빗썸, 비덴트의 사내이사로 재직했기에 김 의원의 코인 취득 과정을 알 수 있지 않았냐는 물음이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은 “위메이드 대표이자 빗썸 사내이사로서 위믹스를 대량 보유한 김남국 의원의 거래 내역을 아예 몰랐냐”고 질문했다. 그러자 “김남국 의원 자체를 그 당시엔 알지 못했다”며 “지갑 특성상 ‘탈 중앙화’ 기반이기에 개개인의 거래 내역을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게임 산업 진흥법 개정안을 김 의원이 발행한 사실도 “최근 뉴스를 보고 알았다”고 말했다.
기자 간담회 및 비공개회의가 모두 마친 뒤 코인 게이트 진상조사단의 단장인 김성원 의원은 기자들에게 “장현국 대표가 비공개 석상에서 김남국 의원이 본인의 코인 거래 내역을 공개하지 않는 것에 관해 답답함을 토로했다”며 “(김남국 의원이) 모든 거래 내역을 제출하는 게 코인 게이트를 풀어가는 시발점”이라고 목소리 높였다. 그러면서 “김 의원이 위믹스를 대량 보유한 사실을 기초로 코인 취득 경위와 내부자 정보 취득 여부 등 실체적 진실을 밝히겠다”고 덧붙였다.
코인 게이트 진상조사단은 다음 주쯤 빗썸에서 3차 회의를 진행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빗썸은 현재 지금 사태를 최초 발견해 금융위원회(위원장 김주현닫기김주현기사 모아보기)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원장 박정훈)에 보고한 업비트와 달리 의심스러운 거래가 있었음에도 어떤 조치도 하지 않아 문제를 지적받는 상황이다. FIU는 당시 업비트로부터 신고받고 해당 사안을 검찰에 즉시 알려 수사를 도왔다.
여당 “철저한 수사 필요”… 민주당 내부는 ‘시끌’
현재 여야는 김남국 의원의 코인 사태를 둘러싸고 맹공과 방어가 오가는 형국이다. 민주당 내부에선 친 이재명 계파를 중심으로 지금 사태를 지켜보자는 의견도 나오지만, 비판의 목소리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현재 전방위적으로 김남국 의원을 향한 비판 수위를 높이는 중이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9일 오전 원내 대책 회의에서 “김남국 의원의 부정한 정치자금이나 자금 세탁 가능성도 제기된다”며 목소리를 높였고, 김기현 대표도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힘을 보탰다.
윤희숙 전 국민의힘 의원도 SBS 라디오 <김태현닫기김태현기사 모아보기의 정치쇼>에 출연해 김남국 의원에 대한 비판의 활을 겨눴다. 재작년 부친의 농지법 위반 의혹으로 의원직을 내려놨던 윤 전 의원은 “김남국 의원은 지금 사퇴해도 하나도 과하지 않다”며 “이런 분이 공직에 있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김 의원의 가상 자산 논란에 관해 “24시간 돌아가는 코인 장에 영혼이 있는 분”이라며 “여의도에는 거의 아르바이트 개념으로 와 계셨던 분인 것은 지금까지 나온 얘기로도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 자진 탈당에 대해선 “그냥 도망간 것 아니냐”며 “진상조사를 하겠다고 스스로 신청한 뒤 자료도 안 내고 그냥 가버렸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민주당이 김 의원을 영원히 제명하고, 국회의원들은 가상 자산 전수조사를 스스로 의뢰해 정치인으로서 태도를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김 의원에 대한 윤리 특별위원회를 최대한 빨리 열겠다고 입장을 낸 상황이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론이 악화하는 것을 막고자 하는 행보로 풀이된다.
징계안에 적시된 징계 사유는 ‘국회법 및 국회의원 윤리 강령과 국회의원 윤리 실천 규범에 따른 품위 유지 의무‧직무 성실 의무‧청렴 의무’ 위반이다. 상임위 중 코인 거래 정황을 들여다보는 윤리 감찰단 활동은 중단됐다.
다만, 김 의원이 당을 나간 만큼 서두르지는 않는 분위기다.
윤리특위 간사인 송기헌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에 의하면, 다음 주는 위원들 일정상 회의가 열리지 않는다. 다음 회의에 바로 징계 안을 상정할 수도 있지만, 확정된 건 아직 없다.
어지러운 상황 속 친 이재명계이자 민주당 내 강성 초선 의원 모임 ‘처럼회’ 소속 의원들은 김 의원을 두둔하는 발언을 연일 내뱉고 있다.
처럼회 인사로 알려진 양이원영 민주당 의원은 라디오 방송에서 ‘마녀사냥’ ‘여론재판’ 같은 표현을 쓰며 김 의원을 두둔하기도 했다. 양 의원은 당이 ‘도덕적 파산’에 이르렀다는 비판에 대해선 “도덕이란 기준이 시대 상황에 따라 다르다”면서 “코인 투자를 하는 국민이 600만명을 넘고, 코인 투자를 통해 돈을 벌려는 청년이 많은데 우리가 코인 투자 자체를 비도덕적이라고 얘기할 건가”고 말했다. 같은 처럼회 소속인 장경태 의원도 “검소하게 살아온 게 죄냐”며 김 의원을 감쌌다.
민주당 안에서도 김 의원을 감싸지 말자는 자세를 보이는 이들도 있다.
당의 원로인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김 의원에게 “자숙하면서 수사에 협조하라”며 “당은 분열하지 말고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서면 된다”고 조언했다.
김해영 전 민주당 의원은 “현직 국회의원이 이름도 생소한 코인에 거액을 투자하고 심지어 국회 회의 도중 빈번하게 사고팔았다는 자체만으로도 상식 밖의 일”이라며 “민주당은 제명 절차에 신속히 착수해야 한다”고 밝혔다.
여당이 공격하고 야당은 내부적으로 시끄러운 가운데 검찰은 지난 15일 빗썸과 업비트, 카카오의 블록체인 계열사를 압수 수색해 김 의원 코인 거래 내역 등을 확보하는 등 수사 속도를 올리고 있다. 앞으로 김 의원 전자지갑에 담긴 코인 출처와 지금까지의 거래 내역을 분석해 위법행위를 따질 방침이다.
임지윤 기자 dlawldbs20@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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