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금융지주는 지난해 은행을 중심으로 총 49조2298억원의 이자이익을 냈다. 이는 전년 대비 18.5% 늘어난 규모다. 반면 비이자이익은 총 9조3876억원으로 전년보다 30% 줄었다.
대표적인 비금융 서비스로는 KB국민은행의 알뜰폰 ‘리브엠(Liiv M)’과 신한은행의 배달앱 ‘땡겨요’가 있다. 국민은행은 지난 20일 리브엠 전용 앱 ‘KB리브모바일 앱’을 출시했다. 금융과 통신 서비스를 모두 이용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모바일 웹사이트에서 제공되지 않았던 위치정보서비스, 챗봇, 위젯 등 편의 기능을 지원한다.
리브엠은 지난 2019년 4월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돼 국민은행이 그해 12월 출시한 알뜰폰 서비스다. 금융과 통신의 경계를 허물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겠다는 국민은행의 야심작으로 주목받았다. 타 알뜰폰 사업자보다 저렴한 요금제를 무기로 4년 만에 40만명이 넘는 고객을 확보하기도 했다.
리브엠은 지난 2021년 혁신금융서비스 1차 기한이 만료되면서 금융위 재지정 심사를 통해 2년 더 사업을 이어왔다. 최근에는 알뜰폰 서비스를 은행의 부수 업무로 영위할 수 있도록 규제가 개선됐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2일 정례회의에서 은행 알뜰폰 서비스를 부수업무로 지정하는 내용의 혁신금융심사위원회 의결 안건을 승인했다. 국민은행은 리브엠의 혁신금융서비스 지정기간 만료를 앞두고 금융위에 알뜰폰 서비스를 은행 부수업무로 지정해달라고 요청했고 금융위 산하 혁신금융심사위원회는 지난 4일 전체 회의에서 해당 안건을 의결했다.
금융위는 국민은행이 알뜰폰 서비스를 부수업무로 신고하면 7일 이내 부수업무 공고 등을 통해 관련 법령 등을 정비할 예정이다. 공고가 나면 국민은행뿐 아니라 다른 은행들도 별도의 신고 없이 정식적으로 알뜰폰 사업을 영위할 수 있게 된다. 정비 작업이 완료될 때까지 최대 1년 6개월간은 혁신금융서비스 지정기간이 만료되지 않은 것으로 간주돼 국민은행은 리브엠 서비스를 지속할 수 있다.
알뜰폰 서비스를 은행 부수업무로 지정하는 작업이 완료되면 국민은행에 이어 다른 은행도 알뜰폰 사업에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미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는 알뜰폰 자회사 ‘토스모바일’로 지난 1월 알뜰폰 시장에 진출했다. 하나은행은 지난달 알뜰폰 요금제 비교 플랫폼 고고팩토리와 제휴를 맺고 알뜰폰 요금제를 출시했고, 이에 앞서 신한은행은 지난해 7월 KT망을 쓰는 중소 사업자들과 제휴해 알뜰폰 요금제를 선보였다.
은행들의 알뜰폰 시장 진출은 금융과 통신을 결합한 차별적인 상품과 서비스를 통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 위한 전략이다. 다량의 고객 데이터를 확보해 신용평가모형(CSS)를 고도화하고 ‘신파일러(금융이력 부족자)’ 고객의 신용평가에 반영하는 등 고객 범위를 확대하려는 복안도 있다.
금융위는 이번 제도 개선으로 통신과 금융의 융합 서비스가 활성화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고 소비자 입장에서 통신 요금을 낮출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강영수 금융위 은행과장은 지난 12일 브리핑에서 “은행권은 비금융 데이터를 활용해 현재 개발 중인 대안신용평가모델 고도화 등에 활용할 수 있게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중소 알뜰폰 업계와의 상생 방안 등을 통해 갈등을 풀어나가야 하는 점은 리브엠의 과제로 남아 있다. 이동통신업계는 은행의 알뜰폰 시장 진출이 이동통신 유통 소상공인들의 생존권을 위협한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리브엠이 혁신적인 서비스보다 막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원가 이하의 무리한 요금제를 앞세워 출혈경쟁을 부추긴다고 주장한다.
은행이 시장에 진입한다면 통신 3사 자회사에 적용하듯이 도매대가 이하 요금제 판매를 금지하고, 시장 점유율을 제한하는 등의 규제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앞서 리브엠은 지난해 이동통신사에 지급해야 하는 도매대가(원가 약 3만3000원)보다 낮은 요금제(청년희망 LTE 11GB+ 등)를 판매해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KMDA)의 반발을 샀다.
KMDA는 지난달 28일 입장문을 내고 “은행들이 우후죽순으로 이통사업에 진입하면 KMDA 산하 중소 이동통신 유통 소상공인들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면서도 "은행들의 금권 마케팅을 막을 수 있는 확실한 장치가 마련된다면 가계통신비 부담 완화를 위한 알뜰폰 활성화라는 대의명분에 공감해 알뜰폰 사업의 은행 부수업무 지정에 반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금융위는 통신업 주무 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정할 사항이라는 입장이다. 금융위는 현재 알뜰폰 시장에서 국민은행의 점유율이 크지 않은 만큼 규제 이슈가 단기간에 발생할 가능성은 적다고 보고 있다. 현재 국민은행 리브엠 점유율은 사물인터넷(IoT)을 포함할 경우 2%대, 알뜰폰만 따로 볼 경우 5%대다.
국민은행은 중소 알뜰폰 사업자와 가격 경쟁은 하지 않겠다는 의견을 금융당국에 전달한 상태다. 부수업무 승인 절차를 마치는 대로 중소 사업자와의 상생 방안을 추가적으로 마련해 내놓을 계획이다. 강 과장은 “국민은행은 중소 사업자들 보다는 조금 높은 수준으로 가격을 책정해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하지 않겠지만, 금융과의 융합을 통한 차별적인 서비스로 경쟁력을 확보하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금융과 통신의 융합을 통한 혁신 서비스로 알뜰폰 시장을 활성화시키겠다”며 “소비자 편익제고와 선택권을 강화하는 한편 중소 알뜰폰 사업자와의 동반성장을 위해서도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금융권에서는 금융지주가 통신업뿐 아니라 더 다양한 비금융 사업을 영위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알뜰폰에 이어 배달앱도 은행 부수업무로 지정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1월 금융권 최초로 배달앱 ‘땡겨요’를 출시한 바 있다. 진옥동닫기진옥동기사 모아보기 신한금융지주 회장(당시 신한은행장)이 기획부터 출시까지 직접 챙기며 공을 들인 혁신 사업으로 작년 말 혁신금융서비스 지정기간 2년 연장에 성공했다.
땡겨요는 ‘너도 살고 나도 사는 우리 동네 배달앱’을 슬로건을 내세워 출발했다. 음식 주문·배달데이터 기반 소상공인·라이더 대상 신용평가 모형 고도화 및 신규 금융상품 출시, PG업 직접 영위를 통한 신속 정산 서비스, 다양한 결제 편의성 제공 등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가맹점에 입점 수수료와 광고비를 받지 않고 업계 최저 수준의 중개 수수료율 2%를 적용하는 등 소상공인의 부담을 최소화했다. 이를 바탕으로 땡겨요는 높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땡겨요 회원 수는 지난달 말 기준 192만7000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월 말 3만7000명에서 6월 말 33만4000명으로 늘었고 지난해 말에는 165만6000명으로 증가했다.
신한은행은 땡겨요의 오프라인 서비스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해 11월 땡겨요 테이블오더 서비스 구축을 위한 개발자를 채용하고 올 1월에는 테이블오더 서비스 마케팅 물품 관련 사업자를 선정했다.
테이블오더는 매장을 방문한 고객이 테이블에 있는 QR코드를 스캔하는 방식 등을 비대면으로 주문하고 결제할 수 있는 서비스다. 네이버페이·카카오페이 등이 이 같은 오프라인 주문·결제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이르면 5월부터 서울을 중심으로 테이블 오더 서비스를 운영한 뒤 추후 수도권 등으로 지역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은행권은 이외에도 이종산업과의 제휴를 통해 다양한 비금융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우리은행은 2021년 12월 편의점 세븐일레븐과 제휴를 맺고 은행권 최초로 편의점 배달 서비스 ‘마이편의점’을 출시했다. 작년 8월엔 택배 플랫폼 서비스 전문업체 파슬미디어와 함께 기사 방문택배와 편의점택배 예약·결제 서비스뿐 아니라 택배 운송 상태도 조회할 수 있는 원스톱 종합택배 서비스를 선보였다.
NH농협은행은 2021년 8월 모바일뱅킹 앱 ‘올원뱅크’에서 꽃 배달 결제 서비스 ‘올원플라워’를 출시한 바 있다. 한국화훼농협의 꽃다발,화환,난 등 화훼 상품을 등록된 농협 계좌와 카드로 구매하고 선물할 수 있다. 농축협과 제휴를 맺어 농·축산물을 공동구매할 수 있는 ‘올원공구’, 방문택배 접수·배송이 가능한 ‘올원×방문택배’ 등의 서비스도 운영 중이다. 하나은행은 지난 2월 야나두와 에듀·스포츠테크 플랫폼에 디지털금융을 결합한 금융 서비스를 공동 개발하는 내용의 전략적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금융당국이 금산분리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는 점도 금융지주 비금융 사업 진출에 탄력을 더할 요인이다. 현재 금융회사는 은행과 보험, 저축은행법상 비금융회사 주식을 15% 넘게 소유할 수 없다. 금산법에는 동일계열 금융회사가 단독 또는 공동으로 특정비금융회사 주식을 20% 초과 소유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또 금융회사는 법에서 허용된 부수업무만 수행할 수 있어 비금융업 영위에 한계가 있었다.
김주현닫기김주현기사 모아보기 금융위원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금융과 비금융 간 융합의 흐름이 거세지면서, 금융 분야에도 기존 규율체계로 담을 수 없는 새로운 형태의 산업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며 “새로 등장한 비즈니스들이 가져올 수 있는 기회와 위험을 계속 파악하고 규율체계를 정비해 금융비자들의 효용을 극대화할 수 있는, 융합과 발전의 토대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1월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올해 주요 추진업무 중 하나로 금산분리 제도 개선을 제시하기도 했다.
앞서 금융위는 지난해 11월 금산분리 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금융위는 금융안정 유지 등을 위한 금산분리의 기본 틀은 유지하되 은행 등 금융회사가 생활 서비스 등 비금융 분야 사업에 자유롭게 진출할 수 있도록 금융회사의 자회사 출자 제한, 금융회사의 부수업무를 개선하겠다는 방침이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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