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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주주행동주의, 첫술에 배부르랴

기사입력 : 2023-04-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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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주주행동주의, 첫술에 배부르랴이미지 확대보기
[한국금융신문 정선은 기자] “주주환원은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재량이나 시혜가 아닙니다.”

올해 주주행동주의 열풍을 두고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증시 저평가) 해소 운동을 해온 한 자본시장 부문 인사는 오랫동안 축적된 주주홀대 현상을 타파할 수 있는 인식 변화가 여전히 부족하다며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주라면 대주주든, 소액주주든 당연한 ‘돈값’을 받아야 하는 것인데, 현재는 대주주에 지나치게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짚은 것이다.

어떻게 보면 주주홀대는 ‘해묵은’ 논쟁이라고 할 수 있지만 올해는 조금 특별했다. 이른바 ‘2세대’ 행동주의펀드 대약진이 있던 해였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특히 과거 ‘기업사냥꾼’이나 ‘먹튀’ 같은 부정적 이미지가 지배적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2세대’ 행동주의는 주주환원을 중심으로 한 ‘온건한’ 행동주의를 표방하면서 새 바람을 일으켰다고 할 수 있다.

이런 바람을 담은 다수의 주주제안들이 올해 정기 주주총회에 줄줄이 상정됐다. 이사 및 감사(위원) 선임 안건이 가장 많았고, 배당, 주식소각, 정관 변경 등에 대한 안건들도 제안됐다.

정기 주총이 마무리된 상황에서 결과적으로 성과를 논하자면 일단 ‘절반의 성공’이라는 평가가 높은 편이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이 태광산업 주총에 주주제안 한 액면분할, 배당, 자사주 매입 제안은 모두 불발됐다. 또 얼라인파트너스가 JB금융지주에 제안한 배당안건도 부결됐다. 안다자산운용, 플래쉬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FCP)로부터 동시에 대상이 됐던 KT&G도 이사회의 승리로 마무리됐다.

눈에 띄는 이변도 있었다. 남양유업 주총에서는 차파트너스자산운용이 추천한 감사위원을 이사회에 입성시키는 사례를 남겼다. 그간 이른바 오너(owner) 리스크에 지친 소액주주들이 행동주의펀드 손을 들어줬다는 평가가 나왔다.

가시적 성과가 미흡했던 탓인 지 행동주의펀드로 인해 기업들의 주가 변동성만 키웠다는 비판도 벌써 속속 나오는 모양새다. 그런데 한편에서 보면 주가 하락 배경에 오히려 올해 이례적인 주총 표대결을 기대했던 실망감이 반영된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아울러 행동주의펀드가 또 다른 축인 기관투자자 설득에 실패한 측면에서도 미흡함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럼에도 성과가 없는 것은 아니다. 특히 ‘큰 손’인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증시 변화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모습은 고무적이다. 글로벌 IB(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는 2023년 3월 ‘한국: 기업 지배구조와 주주제안에서 오는 기회들’ 리포트에서 “최근 국내 기업의 거버넌스 개선과 주주제안들은 투자자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암시하는 고무적인 신호”라며 “한국 시장의 평가 가치는 주주이익이 늘어나는 만큼 재평가될 수 있다”고 제시했다.

여전히 한편으로는 단기 수익을 쫓아 기업을 흔들어 결과적으로 부정적이라는 시각도 혼재하고 있기도 하다. 실제 행동주의펀드 약진에 기업 재계에서는 “효율적 경영권 방어 수단 확보와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는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데 역시 감안해야 할 부분이다.

결국 장기간에 걸쳐 기업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방식이 단기적인 부작용을 막고 주주에게 제대로 ‘돈값’을 지불할 수 있는 길이 아닐까 한다. ‘동학개미’ 개인 투자자들도 보다 적극적으로 의사표시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주총에서 의결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는 등 힘을 보탤 수 있다.

‘첫 술에 배부르랴’라는 말이 적합한 것 같다. 이번에야 말로 주주환원 제고를 통해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가 촉진될 수 있는 기회로 삼기를 기대해 본다.

정선은 기자 bravebambi@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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