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국내 은행은 지난해 사회공헌활동에 전년(1조617억원)보다 688억원 늘어난 총 1조1305억원을 지출했다.
사회공헌활동 중에서는 서민금융이 4678억원으로 41.4%를 차지했고, 지역사회·공익 분야가 4508억원(39.9%)으로 뒤를 이었다. 이어 학술·교육 1010억원(8.9%), 메세나·체육 933억원(8.3%), 환경 95억원(0.8%), 글로벌 83억원(0.7%) 순으로 나타났다.
은행별로는 농협은행이 1685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국민은행(1630억원), 우리은행(1605억원), 하나은행(1493억원), 신한은행(1399억)원 순이었다. 이들 5대 은행의 지출액이 전체 은행권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9.1%(7812억)였다.
금융당국은 은행들이 중장기 계획 아래 체계적으로 사회공헌활동을 추진할 수 있도록 정량적 항목 외에도 정성적 항목까지 함께 공시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전날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 제5차 실무작업반'에서 “휴면예금, 장애인고용부담금, 영리행위 관련 사항 등 사회공헌을 제대로 측정하지 않거나 사회공헌 취지와 맞지 않는 항목들을 포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며 “차별성이 없고 특별한 방향성이 없는 유사한 사회공헌활동이 많아 글로벌 금융회사처럼 방향성과 목표를 설정하고 중장기플랜을 세워서 체계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개별은행 및 은행연합회의 공시가 지나치게 정량적인 수치에만 의존하고 있는데, 정량적 항목 외에도 금융소비자 교육, 대체점포 운영, 상생금융상품 출시 등 다양한 정성적 항목까지 함께 공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 부위원장은 “비교공시, 정기적인 사회공헌활동 실적 점검 등을 통해 사회공헌 활동 확산을 유도해야 한다”고도 했다. 향후 금융당국은 민간전문가 및 은행권과 함께 관련 개선방안을 검토해나간다는 계획이다.
강영수 금융위 은행과장은 “사회공헌활동이란 것을 어느 하나로만 평가해서는 안 되는 것이고, 은행별로 목표를 설정해서 이를 제대로 달성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필요하다”며 “사회공헌 활동은 기본적으로 은행이 자율적으로 판단하는 영역이기 때문에 금융당국이 어떤 식의 기준이나 개입 자체를 아주 강하게 하기에는 상당히 어려운 부분이 있어 은행이 자발적으로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회공헌활동 공시에 정성적 항목을 포함하는 것과 관련해서는 “예를 들어 금융교육 강사료에 얼마의 금액을 지급했는지보다도 어떤 식의 활동을 위해 어떤 형태의 노력을 얼마나 했고 성과물이 어떻다는 게 내용으로 들어가고 성과로도 나오는 것이 상당히 중요한 부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회공헌 비교공시로 민간회사를 ‘줄 세우기’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해외의 경우 은행 개별로 공시하고 있고 우리나라도 개별 공시로 가야 한다는 의견이 있는데, 어떤 형태로 할지는 최종적으로 결정되지 않았다”며 “더 논의해봐야 하고 여러 의견을 감안해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사회공헌활동이 은행의 지속성이 아닌 사회의 지속성을 위한 활동인 만큼 은행의 영리행위와 관련된 사항은 사회공헌활동으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왔다. 글로벌 은행처럼 은행의 업무와 관련된 사회공헌활동을 늘릴 필요가 있고, 중저신용자 대출 등 취약계층 지원이나 고령화에 따른 간병인 케어와 같은 헬스케어 등은 사회공헌활동이자 은행의 미래 먹거리가 될 수 있다는 의견이다.
국내은행과 달리 글로벌 은행들이 사회공헌활동을 의무나 관행으로 여기기보다는 기회의 영역으로 인식하고 수익과 연계하고자 하는 노력을 지속하고 있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국내은행 역시 사회공헌활동을 미래에 대한 투자로 여기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고, 고령자 및 사회초년생 교육이 중장기적 관점에서 미래 고객 확보에 기여할 수 있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국민적 요구 등을 고려할 때 사회공헌활동에 대한 공시 활성화 등 투명성 제고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현행 사회공헌활동 공시가 충분하지 않은 부분이 있는 만큼, 개별 은행은 사회공헌활동의 목표와 방향 설정 등 경영전략을 수립·추진하고 은행연합회는 공시 제도를 정비하는 등 역할의 분담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글로벌적으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공시 중'S(사회)'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화된 기준이 없는 만큼 이를 규격화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에 대해 은행권에서는 “사회공헌활동을 고객과의 상생으로 인식하고 금융 본연의 기능과의 연계성을 강화해나겠다”며 “고령층, 다문화가정 등 취약계층 지원에도 소홀함이 없도록 적극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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