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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지주 회장들, ‘주주환원’ vs ‘손실흡수’ 고민 깊어진다

기사입력 : 2023-04-03 00:00

(최종수정 2023-04-03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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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가치 제고”…CET1 목표 제시·자사주 소각 확대
당국 건전성 압박 변수…“주주환원 중장기로 추진해야”

금융지주 회장들, ‘주주환원’ vs ‘손실흡수’ 고민 깊어진다이미지 확대보기
[한국금융신문 한아란 기자] 주요 금융지주가 지난해 사상 최대 이익을 바탕으로 주주환원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배당성향 확대와 자사주 매입·소각 등을 통해 주주환원율을 높여 저평가된 주가를 개선하고 나섰다. 최근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은행권의 ‘손실 흡수능력 강화’를 주문하고 있어 금융지주 주주환원 확대에 제동이 걸릴지 주목된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는 지난달 23~24일 주총에서 2022 회계연도 재무제표 및 이익배당안 승인의 건을 결의했다.

KB금융은 2022년 총주주환원율을 전년 대비 7%포인트 확대된 33%로 결정했다. 2022년 주당 배당금은 2950원으로 전년(2940원) 대비 10원 늘었다. 현금배당 성향은 2021년과 같은 26%로 유지하지만 3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을 의결했다.

신한금융은 2022년 결산 기준 주당 865원(연간 2065원)의 현금 배당금을 지급한다. 연간 주당 배당금은 2021년 1960원보다 늘었지만 실적이 좋았던 만큼 배당성향은 25.2%에서 22.8%로 줄어든다.

다만 3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을 포함해 총주주환원율을 전년 대비 4%포인트 상승한 30%로 높였다. 신한금융은 올 1분기 15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도 결정했다. 이를 고려한 총주주환원율은 33% 수준이다.

하나금융은 주당 현금배당을 전년 대비 250원 증가한 3350원으로 결정했다. 배당 성향은 전년보다 4%포인트 높아진 27%다. 우리금융의 주당 현금 배당금은 1130원이다. 배당 성향은 2021년 25.3%에서 26%로 높아졌다.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은 분기 배당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주총에서 정관 개정을 결의했다. 이들 금융지주는 ‘분기 배당을 할 수 있다’는 내용의 정관 변경안을 승인했다. 이에 따라 4대 금융지주 모두 분기 배당을 정례화할 전망이다.

금융지주들은 주주환원 확대도 예고한 상태다. KB금융은 목표 보통주자본(CET1)비율을 13%로 설정하고, 이를 초과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주주에게 환원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CET1은 보통주자본을 위험가중자산으로 나눈 비율로, 금융지주의 자산건전성을 살피는 주요 지표다. 규제 비율은 10.5%다. 지난해 말 기준 KB금융의 CET1 비율 13.25% 수준이다.

서영호 KB금융 부사장(CFO)은 2022년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기본적인 자본 계획은 자산 성장을 통해 레버리지를 늘려서 자기자본이익률(ROE)를 늘리는 것보다 총자산이익률(ROA)을 계속해서 늘리는 것”이라며 “크레딧 코스트의 안정적인 유지, 판관비의 철저한 통제, 비이자 수익 증가를 통해 ROA가 늘어날 수 있는데, CET1 비율을 13%를 달성하고 자산 성장을 이룬 다음에 남는 부분이 있으면 주주한테 적극적으로 돌려주겠다는 원칙은 분명하다”고 설명했다.

현금배당은 전년도에 비해 줄이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자사주 매입과 소각도 지속해서 늘려가기로 했다.

신한금융의 경우 CET1비율 12%를 초과하는 자본을 자사주 매입 및 소각으로 주주에게 환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지난해 말 기준 신한금융의 CET1 비율은 12.7% 수준이다. 올해 현금배당 규모는 전년보다 줄이지 않고, 분기별로 균등하게 배당하겠다는 방침이다. 분기별 자사주 매입 및 소각도 검토한다. 올해 총주주환원율 목표는 30~40%로 정했다.

이태경 신한금융 부사장(CFO)은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주당 현금 배당액은 견조하게 유지 또는 증가할 것”이라며 “2022년도 배당액이 결산 배당을 포함해 2065원인데, 2023년도는 이보다 떨어뜨리지 않을 예정이고 조금 더 올라갈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금 배당액은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 가급적이면 균등하게 계속해서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하나금융은 CET1비율을 13~13.5% 수준에서 관리하고 13.5%를 초과하는 자본에 대해서는 주주에게 환원하겠다는 계획이다.

중장기 주주환원율 목표치는 50%로 설정했다. 이와 함께 분기배당 도입과 올해 하반기 추가적인 자사주 매입 및 소각도 검토하기로 했다. 앞서 하나금융은 15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을 결의했다.

박종무 하나금융지주 재무총괄(CFO) 상무는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자사주 취득 비중을 높이게 되더라도 주당배당금은 유지 또는 증가하는 방향으로 고려하고 있다”며 “지속성에 기반한 주주와의 신뢰도 유지를 주주환원 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로 생각하고 실천해오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우리금융은 CET1비율을 빠른 시일 내에 12%로 개선하고, 자사주 매입·소각을 포함해 총주주환원율 30% 수준을 매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국내 행동주의펀드를 중심으로 금융지주 주주환원 확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주식시장에 상장된 국내 은행지주 8개사(KB·신한·하나·우리·JB, ·DGB·BNK금융지주·IBK기업은행)의 2021년 주주환원율은 21.8%~27.2%로 집계됐다.

이는 OECD 회원국 은행지주의 평균치인 49.2%를 크게 밑도는 수치로, 분석 대상 30개국 중 20위에 해당한다.

권흥진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주주환원은 이론적으로 해당 은행지주의 성과 및 투자자의 기대수익에 대한 신호를 제공하고, 주주와 경영진 간 주인 · 대리인 문제를 완화함으로써 주주가치를 제고로 이어질 수 있다”며 “주주환원율 제고를 통한 은행주의 가치 제고 가능성은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금융시장 불확실성 확대로 금융당국이 은행권의 손실 흡수능력 강화를 요구하고 있는 점은 금융지주 주주환원정책에 변수로 자리잡고 있다.

신한금융의 경우 올해 주주환원 수준 결정에 있어 고려 사항으로 경제 불확실성의 해소 여부와 감독당국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에 따른 수준 합의를 제시한 바 있다.

금융당국은 배당 등 주주환원 정책의 자율성을 보장한다면서도 충분한 손실흡수능력 유지는 물론 주주 이외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이해도를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복현닫기이복현기사 모아보기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2월 6일 금감원 업무계획 기자간담회에서 “배당을 많이 하려면 위험가중자산 비중을 낮춰야 하므로 지금처럼 어려운 시기에 중·저 신용자에 대한 신용 공여가 불가능해진다”며 “또한 중장기적으로 금융회사의 성장과 관련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금융당국은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 등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감이 고조되자 손실흡수능력을 추가로 강화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지난달 15일 열린 ‘제3차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실무작업반’ 에서 “최근 SVB 사태 등으로 금융시장의 변동성·불확실성 우려가 높아진 만큼 금융권의 건전성 제고가 중요한 시점”이라며 “은행권의 손실 흡수능력 제고를 위해 자본건전성 확충과 대손충당금 적립 관련 제도개선을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코로나19로 급증한 여신의 부실화 가능성에 대비해 올해 2~3분기 중 현재 0%인 경기대응완충자본에 추가 적립 의무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경기대응완충자본은 신용팽창기에 은행에 추가 자본을 최대 2.5%까지 적립하고 경색 국면에서는 적립 의무를 완화해 자금 공급 등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해외 사례를 고려해 전염병이나 지정학적 리스크 등 예상치 못한 외부충격이 발생하는 것에 대비해 상시적으로 자본 완충분을 유지토록 하는 경기중립 완충자본 도입 방안도 추진한다.

은행별 스트레스 테스트(위기관리 능력 평가) 결과에 따라 추가자본 적립의무를 부과하는 스트레스 완충자본 제도도 도입한다. 현재 금융당국은 주기적으로 은행에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해 손실흡수능력을 점검하고 있으나 테스트 결과가 미흡해도 개별 은행에 추가 자본적립 의무를 부과하는 등 직접적인 감독 조치를 할 법적 근거가 없었다.

은행의 예상되는 손실에 비해 대손준비금이나 대손충당금이 부족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추가 적립을 요구할 수 있는 ‘특별대손준비금 적립요구권’도 올 상반기 시행할 예정이다.

금융지주가 장기적인 자본계획 하에 주주환원율을 중장기적으로 제고하는 방안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권 연구원은 “우리나라는 코로나19 관련 중소기업 및 개인사업자 대출의 만기연장, 이자유예 조치가 아직진행 중이기 때문에 코로나19로 인한 충격이 은행 자산건전성 및 자본적정성에 미치는 영향을 보수적으로 평가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올해는 고금리 지속에 따른 이자 부담의 누적과 부동산 경기 침체 등으로 건전성이 본격적으로 악화될 수 있으며 지속적인 대출 증가로 인해 국내 은행 BIS자기자본비율도 하락하고 있어 자본 적립이 중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이어 “국내 은행지주 주식은 코리아디스카운트를 감안해도 PBR이 상당히 낮기 때문에 주주 가치제고를 위한 주주환원율 상승은 중장기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되고, 이러한 주주환원 제고는 코로나19 관련 정책의 종료, 고금리 및 부동산 경기 침체 지속 가능성 등을 충실히 고려한 장기적인 자본계획 하에 추진될 필요가 있다”며 “금융당국은 은행지주의 주주환원이 적절한 자본적정성을 유지하는 선에서 이루어지도록 선진 자본규제의 도입 및 기도입 자본규제의 실효성 강화를 검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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