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 생계비 대출 출시 첫날 신청이 폭주했다. 27일 사전 예약된 대출 상담 1264건 중 1126건이 실제 대출로 이어졌다. 소액 생계비 대출은 급전이 필요한 저신용·저소득 취약 차주를 대상으로 최대 100만원의 자금을 신청 당일 즉시 빌려주는 상품이다. 지난 22~24일 사전 예약자들은 다음달 21일까지 대면상담 뒤 대출을 받을 수 있다. 흥행 성공에 금융위원회는 수요를 고려해 필요 시 추가 재원을 확보하겠다는 방침이다.
28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전날 전국 46개 서민금융진흥원 센터에 사전 예약된 소액생계비 대출 상담 1264건 중 1194건의 상담이 진행됐다. 이 중 일부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 등을 제외한 1126건의 대출 신청이 접수됐다.
평균 대출금액은 65만1000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대출금액 50만원 건은 764건, 병원비 등 자금 용처가 증빙된 50만원 초과 건은 362건이었다.
앞서 소액 생계비 상담 사전 예약 접수가 진행된 지난 22~24일에는 예약 가능 인원의 98%인 총 2만5144명이 신청했다.
사전 예약 첫날인 22일에는 신청자가 폭주해 대출실행기관인 서민금융진흥원 홈페이지 접속이 지연되기도 했다. 이날 하루에만 주간 상담 가능 인원인 6200명에 대한 예약 접수가 마감됐다.
갈 곳이 없어진 차주들은 불법사금융으로 내몰리고 있다. 금융감독원 불법사금융 피해신고센터에 접수된 신고 건수는 지난해 1만350건으로 전년(9238건) 대비 10% 넘게 늘었다. 2019년(4986건)과 비교하면 2배 넘게 증가했다.
◇ 올해 1000억원 공급…김주현 “필요시 추가 재원 협의”
금융위는 은행권 기부금 등을 토대로 마련된 재원으로 올해 총 1000억원의 소액 생계비 대출을 공급할 계획이다. 재원 소진 시까지 공급하되 신청 수요 등을 감안해 필요시 추가 공급 방안을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김주현닫기김주현기사 모아보기 금융위원장은 전날 양천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를 방문한 자리에서 "필요 시 추가 재원에 대해 관계기관과 협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상담 인력도 추가 투입할 계획이다. 기존의 서민금융진흥원 상담 인력 확대 외에 추가적으로 다음달 3일부터 상담 인력을 추가 투입해 일주일간 375명의 상담 여력을 확충하기로 했다.
김 위원장은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으며 이제는 서민금융진흥원 상담직원들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소액생계비대출이 처음 시행되는 제도인 만큼 시행착오가 있을 수 있지만 운영현황을 면밀히 봐가며 필요한 보완방안을 신속하게 마련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 연체자·무소득자도 최대 100만원…금리 최저 9.4%
소액 생계비 대출은 고금리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취약층의 자금난을 지원하고 소액의 급전을 마련하지 못해 불법사금융으로 내몰리는 저소득·저신용 차주가 없도록 연체 여부나 소득 유무와 상관없이 최대 100만원의 자금을 신청 당일 즉시 대출해주는 제도다.
지원 대상은 제도권 금융뿐 아니라 기존의 정책서민금융 지원마저도 받기 어려워 불법사금융 피해 우려가 있는 취약계층이다. 신용평점 하위 20% 이하이면서 연 소득 3500만원 이하인 만 19세 이상 성인이여야 한다.
기존 정책서민금융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던 연체자와 소득 증빙 확인이 어려운 무소득자도 지원한다. 단 조세 체납자, 대출·보험사기·위변조 등 금융질서문란자는 이용할 수 없다.
자금 용도는 생계비로 제한된다. 증빙은 필요 없으나 대면상담을 통해 ‘자금용도 및 상환계획서’를 내야 한다. 대출한도는 최대 100만원이다.
최초 50만원 대출 후 6개월 이상 성실 상환(추가 이용 시점 당시 미연체 상태)하면 50만원을 추가 대출받을 수 있다. 병원비 등 자금 용처가 증빙될 경우에는 최대 100만원까지 한 번에 대출된다.
만기는 1년이며 이자 성실납부 시 신청을 통해 최장 5년 이내에서 만기를 연장할 수 있다. 중도상환수수료 없이 언제든지 원금을 상환할 수 있다. 만기일시상환 방식으로 만기 도래 전까지는 매월 이자만 납부하면 된다.
대출금리는 연 15.9%다. 서민금융진흥원 금융교육 포털을 통한 금융교육 이수 시 금리가 0.5%포인트 인하되고 이자 성실납부 6개월마다 2차례에 걸쳐 금리가 3%포인트씩 인하된다.
금융교육을 이수한 뒤 50만원을 대출받았다면 최초 월 이자 부담은 6416원이며, 6개월 후 5166원, 1년 후 3916원으로 낮아지는 구조다. 1년간 성실납부 후 만기 연장기간(최장 4년) 동안의 최종 이자부담은 월 3916원 수준이 된다.
100만원을 빌린 경우엔 최초 월 이자 부담은 1만2833원이고, 6개월 뒤 1만333원, 1년 뒤 7833원으로 낮아진다.
금융위는 취약계층 대상 상품에 높은 금리가 적용됐다는 지적과 관련해 금리를 더 낮출 경우 다른 정책금융상품이나 2금융권을 이용하는 서민들과의 형평성·공정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저축은행 등 2금융권 및 대부업 평균금리는 15% 내외이고, 서민금융진흥원이 보증하는최저신용자 특례보증 상품의 금리가 15.9%인 점 등을 고려했다는 입장이다.
유재훈 금융위 금융소비자국장은 “이자를 받는 이유는 이 상품이 복지 제도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대출이기 때문에 성실상환 의지를 확인하는 차원”이라며 “낮은 금리로 소액생계비대출을 지원할 경우 이용자들보다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높은 서민들이 자금조달 시 부담하는 이자금액과의 형평성이나 공정성 문제가 제기될 것”이라고 말했다.
◇ 사전 예약 후 센터 방문해야…매주 수~금 향후 4주간 일정 접수
소액 생계비 대출 상담을 받으려면 사전 예약이 필요하다. 매주 수∼금요일에 향후 4주간의 상담 일정을 예약할 수 있다. 오는 29~31일 다음달 3~21일 예약 미접수 건 및 취소 건과 다음달 24~28일 신규 상담 신청 예약이 진행된다.
사전 예약을 접수했다면 전국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에 직접 방문해 맞춤형 상담을 받은 뒤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센터 방문·대출상담 시에는 신분증, 대출금 수령용 예금통장 사본(본인명의)을 지참해야 한다. 소득·신용도 등 증빙은 전자적 방법으로 확인하고 금융기관 계좌 이용제한 등 불가피한 경우에 한해서만 추가 서류를 요구한다.
센터에서는 대출뿐 아니라 신청자의 상황에 따라 다채무조정, 복지 및 취업 지원 등 다양한 자활지원 프로그램과 연계한 종합상담도 받을 수 있다.
채무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 신용회복위원회 종합 채무조정 상담신청을 전제로 대출이 이뤄지며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 내 신복위 상담창구로 안내해 종합 채무조정(법원 회생·파산 포함)을 지원한다.
11개 센터에서는 지방자치단체 복지 공무원 등이 직접 원스톱 상담을 제공한다. 나머지 센터의 경우도 서민금융진흥원의 종합상담사가 전국 3500여개의 행정복지센터와 연결된 사회보장정보시스템을 통해 복지제도를 연계해준다.
취업지원의 경우 전문 직업상담사가 취업 알선 및 면접 코칭 등 구직 역량강화 교육과 함께 160여개 취업지원 프로그램을 안내하고 취업성공수당 지원도 함께 운영한다.
불법사금융 피해자에 대해서는 ‘채무자대리인 무료지원사업’을 이용할 수 있도록 불법사금융 신고센터 연계·안내도 진행한다.
한편 금융위는 최근 정책서민금융을 사칭한 문자나 보이스피싱 피해 사례가 증가하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서민금융진흥원은 문자나 전화를 통한 대출 상품 광고를 일절 진행하지 않는다. 특히 고금리 대환대출(대출 갈아타기) 등을 미끼로 계좌번호, 카드 정보, 비밀번호는 물론 일체의 현금 수납을 요구하지 않는다.
서민금융진흥원에서 보낸 문자 내역은 서민금융진흥원 앱 내 ‘서금원 사칭문자 진위확인’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서민금융이 필요한 경우 서민금융진흥원 앱, 서민금융콜센터 등 공식 상담채널을 이용해야 한다.
유 국장은 “소액생계비 대출은 자신이 직접 신청을 한 뒤 서민금융진흥원을 통해서만 확인할 수 있는 것으로, 대상 통보 문자 등 먼저 연락이 오는 경우는 모두 다 피싱이라고 생각해달라”고 말했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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