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은행(SVB)·크레디트스위스(CS) 사태 이후 세계 금융시장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우리나라의 금융시장 불안이 부동산PF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최근 NICE신용평가가 발표한 ‘건설회사 부동산 PF우발채무 리스크 범위 비교분석’ 보고서에서는 ①보유 현금 유동성이 일반도급사업 관련 브릿지론, 본PF 우발채무 및 총차입금 합계 금액을 상회하는 회사 ② PF 신용공여금액이 1천억원 이하인 회사를 제외한 11개 건설사를 대상으로 우발채무 및 현금유동성 보유 현황을 밝혔다.
두 가지 기준을 적용해 NICE신용평가가 선정한 분석대상은 현대건설, 포스코건설, GS건설, 롯데건설, 대우건설, 태영건설, HDC현대산업개발, KCC건설, 동부건설, 코오롱글로벌, HL D&I 한라 등 총 11개사였다. 이들의 우발채무 총 규모는 약 95조원 규모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된 반면, 보유 현금 유동성은 12조원에 불과했다.
그 결과 위험도가 높은 것으로 분류되는 ‘일반도급사업 관련 브릿지론 및 본PF 중 건설회사의 연대보증, 채무인수, 자금보충의 신용보강이 제공된 우발채무(요주의 우발채무)’에 국한할 경우, 건설회사의 PF우발채무 부담은 20조원 규모까지 축소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요주의 우발채무 중 브릿지론은 지역별, 본PF는 분양률 기준으로 구분하였으며, 이를 통해 예상 사업성이 상대적으로 낮을 것으로 예측되는 사업장의 우발채무(위험군 우발채무) 규모를 5조원으로 산정하였다. 건설회사의 현금유동성 총 규모가 12조 원인 점을 고려하면, 위험군 우발채무에 대한 건설산업 전체적인 대응력은 현재 상황에서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2020년부터 2022년에 걸쳐 건설사들은 수주잔고 확보를 위해 앞을 다투며 열띈 수주경쟁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일부 1군 대형 건설사들은 역대 최고 수주액을 경신하는 등 실적 신바람을 내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발발 이후 세계적으로 원자재가격이 치솟고, 미국의 급격한 긴축 정책으로 인해 美 기준금리가 4%대까지 오르면서 분위기가 변했다. 초저금리 시대에는 분양만 했다 하면 높은 경쟁률로 완판됐던 청약시장도 급격하게 싸늘해졌다.
이에 초저금리 시기 수주했던 사업들이 건설사들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분양시장에서도 옥석 가리기가 심화돼 주요 지역을 제외하면 경쟁률이 바닥을 치는 상황에, 울산 등 지방은 물론 수도권인 군포에서도 건설사들이 계약금을 포기하면서 사업에서 철수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23일 발표한 ‘금융안정 보고서’에서도 금융안정에 영향을 미치는 실물·금융 지표를 바탕으로 산출된 금융불안지수(FSI)는 올해 1월과 2월 각 22.7, 21.8을 기록, 5개월 연속으로 ‘위기’ 단계를 이어가고 있다.
한은은 "변동금리 중심의 부채 구조로 금리 상승 등 대내외 충격이 가계·기업의 채무 상환 부담 가중으로 이어지고,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 등 우발적 신용사건에서 보듯 일부 기업과 금융기관의 신용위험과 유동성 악화가 금융시스템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커졌다"며 국내 금융의 취약성도 지적했다.
아울러 "이런 취약성이 상존하는 상황에서 주요국의 통화긴축 기조, SVB 파산 등 대외 요인이 국내 경기 둔화와 부동산 부진 등 대내 요인과 맞물릴 경우 외환·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대출 부실위험 증대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장호성 기자 hs677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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