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토큰 증권…증권가 새 먹거리 될까? 한때 광풍에 그칠까?
(2) 디지털 자산 업계, 토큰 증권 바라보는 두 시각
(4) 토큰 증권, 투기 아닌 ‘투자자산’으로 자리 잡아야
금융당국이 토큰 증권(ST·Security Token) 발행·유통 입법화를 빠르게 추진하는 가운데 디지털 자산 업계에선 두 가지 시각이 공존한다. 불안한 눈빛을 보내는 동시에 기대감을 표하고 있다.
증권성이 짙은 디지털 자산을 상장 폐지해야 한다는 점과 금융기관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어 토큰 증권 자체를 취급할 수 없다는 점은 불안함을 엄습하게 한다. 더군다나 비 증권형 가상 자산도 제도권에 편입해 다룰 수 있게 해달라는 요구가 많아지고 있어 향후 디지털 자산을 둘러싼 주도권 다툼 가능성도 생길 수 있다.
반대로 현 상황을 긍정적으로 보는 관점도 존재한다. 자회사 등을 통해 토큰 증권 사업을 영위할 수도 있고, 비 증권형 가상 자산을 증권가에서 다루게 될 만큼 자산의 토큰화 과정이 활발해진다면 증권사들이 블록체인(Blockchain·분산원장) 기업을 인수하는 작업이 트렌드(Trend·최신 경향)처럼 자리 잡을 수 있어서다.
또한 디지털 자산 시장이 전 세계적으로 유동성이 커진 만큼 토큰 증권 시장에 대한 경계감을 풀어도 된다는 얘기도 있다.
하지만, 단기적으론 부정적 전망이 우세하다. 토큰 증권 논의가 본격화된 배경이 ‘루나(LUNA)·테라USD(UST) 사태’ ‘FTX 파산’ 등 투자자 보호가 미비했던 디지털 자산 시장에 대한 반성이라는 점 때문이다. 토큰 증권 시장이 자본시장법 틀 안에서 ‘안정성’ ‘신뢰성’에 기반해 ‘유동성’까지 갖춘다면 기존의 디지털 자산 거래소에 융통되던 자금이 대규모 빠져나갈 수 있다.
증권성 코인 검증에, 소각에… 바쁘다 바빠
금융당국은 올해 상반기 중 시장과 충분히 소통해 전자 증권법과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려 한다.현재 금융위원회(위원장 김주현닫기김주현기사 모아보기), 금융감독원(원장 이복현닫기이복현기사 모아보기), 한국예탁결제원(사장 이순호닫기이순호기사 모아보기) 등 주요 기관이 모여 STO 관련 다양한 의견을 나누고 있다. 특히 금감원은 가상 자산 증권성 판단 지원을 위한 임시 조직(TF·Task Force)을 꾸렸다. 투자자 보호를 위해서다.
당국의 감시·감독체계가 한층 더 강화됨에 따라 디지털 자산 거래소들은 현재 증권성 코인 검증에 바쁘다. 코인 대부분이 상장 폐지된다는 잘못된 정보도 돌고 있는 만큼 지금의 기우를 씻어내려는 조치다.
코빗(Korbit·대표 오세진) 리서치 센터는 지난달 21일 STO 관련 증권성 평가 등의 내용을 담은 두 번째 보고서를 발간했다. 개별 가상 자산마다 계약 관계와 제반 사정이 달라 투자 계약 여부를 일률적으로 규정하기 어렵다는 판단하에 증권성 유무를 O, X로 구분하기보다 ‘높거나 낮음’의 방식으로 접근했다.
자본시장법을 기반으로 ‘코빗 증권성 평가 지수’(KSRI·Korbit Securities Rating Index)도 고안했다. 정형적 증권성 평가와 투자계약증권 성격의 비정형적 증권성 평가 등 두 단계에 걸친 평가로 점수를 매긴다. 평가 질문과 점수 산출 시스템은 미국 가상 자산 등급 위원회(CRC·Crypto Rating Council) 사례를 국내에 맞게 수정 적용했다.
거래 지원 이력이 있는 36개 가상 자산에 대한 증권성 평가 결과도 공개했다. 국내 자본시장법상 증권에 해당하는 수치인 100을 기록한 가상 자산은 없었다. USD 코인(USDC)와 앰프(AMP)가 90점으로 가장 높게 확인됐다. 반면, 거래량 1·2위인 비트코인(BTC·Bitcoin)과 이더리움(ETH·Ethereum)은 20점, 30점으로 낮게 나타났다.
정석문 코빗 리서치 센터장은 “거래소가 가상 자산 업계의 대표 구성원인 만큼 가상 자산의 증권성 판단에 조금이라도 기여할 수 있도록 코빗 증권성 평가 지수를 만들게 됐다”며 “이번 보고서를 계기로 가상 자산 증권성 논의에서 금융당국과 업계 참여자들 간 더욱 활발한 의사소통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국내 5대 가상 자산 거래소 공동 협의체인 ‘DAXA’(Digital Asset eXchange Alliance·의장 두나무 대표 이석우닫기이석우기사 모아보기)도 최근 ‘가상 자산’ 무더기 상장 폐지 논란에 “가상 자산에 증권성이 있다면 그것은 당연히 불법에 해당한다”며 “갑작스러운 상장폐지 등 투자자 우려를 불식시키고자 당국과 긴밀한 협의 및 자정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입장문을 내기도 했다.
업계는 국제 송금용 가상 자산 ‘리플’(XRP·Ripple) 운영 업체인 리플랩스(Ripple Labs·대표 크리스 라슨)와 미국 증권 거래 위원회(SEC·Securities and Exchange Commission) 간 소송전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리플이 패소할 경우, 국내에서도 이와 비슷한 알트코인(Altcoin·비트코인을 제외한 가상 자산) 대다수가 시장에서 퇴출당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증권성에 대한 3년 넘는 공방을 마치고 이번 달 안에 결과가 나올 것이라 예상된다.
SEC이 리플을 증권성이 있다고 보는 이유는 간단하다. 타인의 노력으로 이익이 발생을 기대하게 해서 투자자를 모았다는 것이다. 리플은 이에 대해 SEC가 사전에 증권성 판단 기준을 알리지 않았다면서 ‘공정 고지 위반’(Fair Notice Defence)을 주장하고 있다.
현재 리플을 상장한 국내 디지털 자산 거래소는 ▲업비트 ▲빗썸(Bithumb·빗썸코리아 대표 이재원닫기이재원기사 모아보기) ▲코인원(Coinone·대표 차명훈) ▲코빗 ▲고팍스(GOPAX·스트리미 대표 레온 싱 풍) 등 5곳이다. 증권성 논란이 있는 가상 자산으론 리플 말고도 랠리(RLY), 엠프(AMP), 파워렛저(POWR) 등이 도마 위에 올라온 상태다.
오유민 빗썸 경제 연구소 팀장은 ‘2023년 가상 자산 정책 전망 보고서’를 통해 올해 업계 주요 현안으로 리플과 미 SEC의 소송을 꼽으면서 “국내 규제 당국이 미국 규제 당국 기조를 따라가는 것을 고려할 때, 이번 소송 결과에 맞춰 국내 증권성 판단 원칙에도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거래소들이 가상 자산 증권성 검증에 나섰다면, 한동안 가상 자산 발행사들 사이에선 ‘소각’ 열풍이 불었다.
카카오(대표 홍은택닫기홍은택기사 모아보기) 블록체인 프로젝트인 클레이튼(Klaytn·이사장 서상민) 재단의 경우, 자체 개발한 가상 자산 ‘클레이’(KLAY) 미유통물량 약 74억8000개 중 73%인 52억8000개 소각을 결정했다.
페이코인(PCI) 발행사 ‘페이프로토콜’(Payprotocol AG·대표 류익선) 또 걸쳐 보유 중인 페이코인 52%를 없앴다. 네이버(NAVER·대표 최수연닫기최수연기사 모아보기) 계열사인 라인(LINE·대표 이데자와 다케시)의 블록체인 프로젝트 ‘라인 블록체인’도 지난해 말 예비 물량 더 이상 발행하지 않겠다는 ‘제로 리저브’(Zero Reserve)를 선언했는데, 이 역시 소각과 취지는 같다.
발행사들이 소각에 나선 이유 역시 증권성 우려를 잠재우고 발행을 이어가기 위해서다. 아울러 운영 주체 권한을 줄여 재단이 마음대로 자신들이 보유한 가상 자산을 사용한다는 비판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목적도 있다.
‘탈 중앙성’이 충분할 경우, 증권성이 부정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지난 2018년 윌리엄 힌먼(William Hinman) SEC 국장은 “원래 증권성이 있던 디지털 자산이라도, 중앙화된 주체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면 증권이 아닐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전통 금융과는 다른 관점 필요”
“이제 막 발을 내디딘 STO 시장에서도 혁신적인 블록체인(Blockchain·분산원장) 기업들의 활발한 참여를 유도해 디지털 금융혁신을 만들어낼 필요가 있습니다.”국내 가상 자산 거래 점유율 1위를 기록 중인 업비트(Upbit) 운영사 ‘두나무’의 이석우 대표가 16일 열린 ‘DCON 2023: 건전한 시장 조성을 위한 디지털 자산 컨퍼런스(Conference·대규모 회의)’에서 환영사를 통해 밝힌 내용이다.
이 대표는 “디지털 자산은 국경과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거래되는 특성이 있어 기존 시장과 구별되기에 기존의 시장을 바라보는 것과는 다른 시각으로 디지털 자산 시장을 바라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발언 배경엔 ‘토큰 증권이 기존 증권사 배불리기 아니냐’는 일각의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전통 금융권에 해당하는 증권사 등이 시야를 넓혀 블록체인 기업들과 손을 잡는다면 기존 자본시장 메커니즘(Mechanism·작용 원리) 이상의 금융혁신을 이룰 수 있다는 취지로 풀이되기 때문이다. 디지털 자산을 둘러싸고 전통 금융권과 벌이는 주도권 경쟁이라 비치는 시각을 차단하려는 모습도 엿보인다.
이날 행사를 주최한 한 관계자는 “토큰 증권과 가상 자산은 블록체인 기술에 기반을 두고 있단 점에서 뿌리는 크게 다르지 않다”며 “시간이 지나 두 자산 모두 제도권에 안착할 경우, 전통 금융권과 디지털 자산 업계 간 합종연횡이 나타날 수도 있기에 토큰 증권 현안에 관한 논의를 지속해서 이어갈 예정”이라 설명했다.
실제로 현재 두나무는 자회사 ‘람다256’(대표 박재현)은 신한투자증권(대표 김상태닫기김상태기사 모아보기)과 손잡고 토큰 증권 플랫폼 사업 추진을 위한 기능 검증(PoC‧Proof of Concept)에 착수한 상태다. 람다256 측은 두나무와 무관한 사업이라 공언했지만, 두나무가 STO 시장에 직접 진출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자회사를 통해 우회적으로 시장 선점에 나선 것이라 여겨진다.
최근에 람다256은 ‘루니버스 STO 서밋(Summit)’ 행사에서 기업을 위한 STO 개발 설루션(Solution·문제 해결 시스템) ‘STO 에셋 포지’(STO Asset Forge)와 발행사 지원 프로그램 ‘STO 프리민트’(STO Premint) 출시를 알리면서 활발한 행보를 예고하기도 했다.
같은 맥락일까. 최근 신한투자증권도 가상 자산 사업에 대한 포문을 열어달라고 요구했다. 이세일 블록체인 부서장은 지난 6일 국민의힘 디지털 자산 특별위원회 주최로 열린 6차 민·당·정 간담회에서 “토큰 증권뿐 아니라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과 같은 비 증권형 가상 자산도 사업에 포함할 수 있도록 허용해달라”고 발언했다.
가상 자산 업계와 전통 금융사들 사이 2년의 기술 격차가 있기에 이를 따라잡으려면 최소한의 장치가 전통 금융사에 주어져야 한다는 취지였다. 어떻게 보면 디지털 자산 업계와의 먹거리 싸움으로 비치지만, 람다256과의 협력관계 등을 따져볼 때 향후 모회사인 두나무와의 맞손 그림도 조심스럽게 추측된다.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 역시 이날 토큰 증권 시장의 확장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서 회장은 축사를 통해 “토큰 증권이 빨리 제도화돼 자리 잡으면 증권 발행 및 유통이 효율화될 것”이라며 “거래 자산 종류도 실물 자산뿐 아니라 다양한 무형자산으로 확대돼 비정형 증권, 기타 투자계약 증권까지 무궁무진한 확장성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후보 시절부터 그는 “향후 설립될 대체거래소(ATS·Alternative Trading System)에서 가상 자산 거래도 가능하면 좋을 것 같다”고 의견을 표한 바 있다. 올해 취임 이후 디지털 현안에 대응할 디지털 금융팀을 증권·선물 본부 내에 구축한 상태다.
현재 원화 거래소가 아닌 코인 마켓 거래소들도 STO 시장이 커지는 상황을 두고는 기대감을 표하고 있다. 먼 미래의 일일 수 있지만, 가상 자산이든 토큰 증권이든 모두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에 두 자산 모두 제도권에 안정적으로 안착한다면 중소형 디지털 자산 업체들과 기존의 대형 증권사들의 맞손 사례가 늘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한 코인 마켓 거래소 관계자는 “단기적으론 증권성 판단 유무에 따라 거래소 생존이 걸려 있어 STO를 바라보는 시각에 있어 불안함이 내재해 있지만, 장기적으론 토큰 증권 시장이 커짐에 따라 업계 호황도 예상돼 기대감도 분명 있다”며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기에 관련 현안을 주시하면서 시장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 중”이라 말했다.
임지윤 기자 dlawldbs20@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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