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매출은 335억 3000만달러(약 44조원)로, 전 분기 대비 4.7% 감소했다. 파운드리 시장이 전 분기 대비 마이너스 성장한 것은 14분기 만에 처음이다.
실제로 주요 파운드리 기업들의 매출도 감소했다. 글로벌 파운드리 1위 기업인 TSMC는 지난해 4분기 매출 199억 6200만 달러(약 26조원)를 기록했다. 이는 전 분기 대비 1.0% 감소한 수준이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는 전 분기 대비 3.5% 감소한 53억 9100만 달러(약 7조원)를 기록하며 2위 자리를 지켰다. 상위 10개 파운드리 사업자 중 전 분기 대비 매출이 증가한 곳은 글로벌파운드리(1.3%)가 유일했다.
점유율을 살펴보면, TSMC의 점유율은 전 분기 대비 2.4%p(포인트) 상승한 58.5%로 여전히 파운드리 시장에서 압도적인 1위를 지켰다. 매출은 줄었지만, 점유율은 오히려 늘어난 것이다.
이에 대해 트렌드포스는 고객사의 재고 조정이 점유율 확대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고객사들의 재고 조정으로 하위 사업자들이 어려움을 겪었지만, 1위 기업인 TSMC는 상대적으로 영향을 덜 받았다는 것이다.
TSMC의 뒤를 추격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전 분기 대비 0.3%p 상승한 점유율 15.8%를 기록했다. 이로써 삼성전자와 TSMC의 격차는 42.7%로 전 분기보다 더 벌어졌다. 트렌드포스는 삼성전자에 대해 “선단 공정에서 주문 감소와 수요 위축을 겪었다”고 봤다. 그러면서 “계절 특성과 불확실한 거시경제 영향으로 10대 파운드리 사업자들의 매출이 올해 1분기 더욱 가파르게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전자의 실적을 이끌던 메모리에 이어 미래 성장동력인 파운드리까지 불황이 덮치면서, 올 1분기 삼성전자의 실적이 더욱 부진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증권가에선 삼성전자의 반도체를 담당하는 DS부문이 지난해 4분기에 이어 올 1분기에도 적자 전환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유진투자증권은 DS부문이 올 1분기에만 3조 7000억원에 달하는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봤다.
이 센터장은 2분기에도 실적 부진은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현재 가장 큰 문제는 반도체 재고가 너무 많다는 것인데 이를 줄이기 위해서는 생산량을 줄이고 재고평가 손실도 반영해야 하지만, 그렇게 되면 고정비 부담이 더 높아져 칩단 원가는 더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반도체 실적의 회복을 위해서는 공포스러운 깊은 적자의 골짜기를 건너야만 하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했다.
반도체 불황이 장기화되는 상황에서도 삼성전자는 신규 고객사를 잇달아 수주하며 초격차를 이어갈 방침이다.
그중에서도 삼성전자는 최근 차량용 반도체 등 전장 분야에서 사업에 집중한다. 이전과 달리 전기차와 자율주행이 보편화되면서 이와 관련된 차량용 반도체 수요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내연차에 탑재되는 반도체는 200여 개인 반면, 전기차는 1000여 개, 자율주행은 2000여개가 탑재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미국 인공지능(AI) 반도체 설계 기업(팹리스) 암바렐라의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용 시스템온칩(SoC)인 ‘CV3-AD685’를 생산하기로 했다. 해당 반도체는 자율주행 차량의 두뇌 역할을 하는 제품으로, 첨단 5나노 공정을 활용해 생산된다.
아울러 삼성전자는 최신 4나노 공정의 안정적인 수율을 확보해 올 상반기 양산을 준비 중이다. 이를 통해 파운드리 공정 기술 리더십을 강화하고, 자율주행 차량 분야 신규 고객사를 지속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정은경 기자 ek7869@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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